강재섭 대표가 한나라당 분열의 '뇌관'인 대선후보 경선 룰을 둘러싼 논란을 봉합 할 수 있을까.
강 대표는 7일 "내 정치인생을 걸고 명분 있는 중재안을 만들어 최고위원들과 논의하겠다. 그때까지 (각 대선주자는) 당을 위해 말을 아껴달라"고 당부했지만 지도부 내에서도 '강재섭 중재안'에 대한 회의감이 확산되는 등 상황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강재섭 "정치인생 걸겠다"…김형오 "최고위에선 안 돼"
강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전 시장, 박 전 대표와 당 지도부가 모인 '4인회동'을 언급하며 "경선 룰에 대해 대표를 중심으로 최고위에서 결론을 낼 테니 양해해 달라고 했지만 이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양측이 격앙된 분위기어서 지금은 어떤 안도 제시할 수 없는 상태다. 조금 냉각기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 사이에 경선 룰 문제에 대한 타협의 여지가 없음이 확인되면서 시간벌기에 나선 셈이다.
그러나 강 대표를 중심으로 최고위원회가 중재안을 도출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지도부 내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경선 룰 문제는 최고위원회에서 해결되기 어렵다. 재보선 이후 한나라당은 변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도부가 책임을 회피한다는 인상을 주고, 위기관리능력이 부재한 것은 국민들로부터 당을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원내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경선 룰 문제가 매듭지어지면 원내대표 직에서 사임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최고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선 "지금 상황에서 박 전 대표 측과 이 전 시장 측의 안을 제외하고 고려할 수 있는 것은 당원이 경선 투표에 참여한 비율만큼을 여론조사에 반영하는 안, 당원과 대의원이 참여한 만큼을 여론조사에 반영하는 안, 대의원과 일반국민의 참여를 여론조사에 반영하는 안 등 3가지뿐"이라며 "이 5가지 안을 전국위원회에서 표결로 결정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경선 룰 문제를 갖고 더 시간을 끄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도,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들이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국민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일"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재오 "강대표, 앞으로도 편할 날 있겠나"
한나라당 내분사태 이후 처음 지도부 회의에 모습을 드러낸 이재오 최고위원도 "강재섭 대표가 그 동안 마음고생이 많았지만 앞으로도 마음이 편할 날이 없을 것"이라면서 "원래 큰 조직이든 작은 조직이든 국민과 국가를 위해 정치를 하는 정당의 지도부는 마음이 편할 수 없다"고 뼈 있는 말을 던졌다.
이 전 시장을 지원하고 있는 진수희 의원은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양쪽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안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강재섭 대표에게 중재안을 만든다는 생각을 버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당이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경선 룰, 즉 중재안이 아니고 대선 승리안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오픈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를 통해 국민후보를 선출할 여당에 맞서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 선출안을 제시하라"고 주장했다.
"이명박-박근혜, 국민 우롱하는 후진적 행태"
강재섭 중재안에 대한 회의론과 함께 대선주자 진영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정형근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애초부터 경선 룰 논의에 대선주자 측을 참여시키는 게 아니었다. 첫 단추부터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지율이 낮은 사람은 판을 깨려고 하고, 지지율이 높은 사람은 선출방식만 자기에게 유리하게 만들면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이라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외나무다리의 염소처럼 싸우면 누가 좋아 하겠느냐"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웃고, 열린우리당이 박수 치고,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만세를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두 중앙위 의장은 "지금 한나라당은 국민들 눈에 거꾸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받고 있다"면서 "후보들이 유·불리를 기준으로 경선규칙을 좌지우지 하고 있다. 지도부가 솔선수범해 국민을 우롱하는 후진적 정치지도자들의 행태를 과감히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영 최고위원은 "너무 많은 시간을 경선 룰에 매여 있고, 언론도 '분당', '분열' 등의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국민들은 식상해 하고 있다. 이제는 그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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