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경선 룰 논란과 관련해선 "당에서 안을 낼 테니 일임해 달라"는 강재섭 대표의 요구에 대해 제각각 다른 해석을 내놓는 등 재충돌 조짐을 노출하기도 했다. 특히 이 전 시장 측은 대체적인 만족을 표했으나 박 전 대표 측은 회동 직후부터 거세게 반발했다.
"경선 룰 지도부에 일임" vs "일임 아니다"
이날 오후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이날 회동에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경선 룰 협상의 지도부 위임 △캠프 상근 의원의 축소 △상호 간 음해성 언동과 향응·금품을 제공하는 등의 불법 선거운동 엄단 등을 포함한 9개 원칙을 제시했다.
비공개로 한 시간 남짓 진행된 이날 회동 직후 열린 브리핑에서 유기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공식적으로 동의했다. 경선 룰 부분은 원칙적으로 당 대표에게 맡긴다는 것에 두 분이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전 시장 측은 이같은 발표내용에 대해 "대체로 동의한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박 전 대표는 즉각 "지도부에 일임한 것은 아니다"며 이를 부인하고 나섰다.
박근혜 "원칙 바꾸는 것은 사당(私黨)"
박근혜 전 대표는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번에 합의했던 룰이 있다. 8월 (경선실시), 20만 명(선거인단)이라는 안에 대해서도 크게 한 번 양보를 한 것이다. 또 룰을 바꾸자는 것은 당이 단결을 못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아닌가. 당이 살아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공개 회동에서도 박 전 대표는 "나는 경선 룰을 바꾸자고 주장한 적이 없다. 8월 경선도 나는 양보한 것"이라면서 "네거티브, 네거티브 하지만 정해진 원칙을 흔드는 것이 가장 큰 네거티브다. 원칙을 자꾸 바꾸는 것은 사당이지 공당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한선교 대변인이 전했다.
박 전 대표 측의 이정현 특보도 기자들과 만나 "기존에 합의된 경선준비위원회의 합의안을 고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동의한 것일 뿐"이라며 이를 확인했다.
그는 "(박 전 대표의 입장은) 경선 룰 합의를 지도부에 일임한다는 대변인 브리핑의 내용과는 다르다. 지난번의 합의대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네거티브 안 돼…검증은 당에서"
반면 이명박 전 시장 캠프의 박정하 특보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강재섭 대표가 경선 룰을 만드는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데 대체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의 최측근인 정두언 의원도 "이 전 시장은 경선 룰 문제를 당에 일임한 것으로 안다"면서 "당의 뜻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고 박 특보가 전했다.
이 전 시장도 회동에서 "경선 룰 문제는 오래 끌 일이 아니고 다음 주 중이라도 강재섭 대표를 중심으로 당에서 안을 내도록 하자"고 말했다고 유기준 대변인이 전했다.
이 전 시장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경선 룰과 관련된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은 채 "실무자가 자주 만나 의사소통을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얘기를 했다"고만 언급했다.
다만 이 전 시장은 "네거티브다 뭐다 하는데 당의 조직을 통해 하자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경선 룰 문제는 당에 일임하겠지만, 자신에게 집중되고 있는 네거티브 공세는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해결할 일 있어"…초반부터 신경전
애초 이날 회동은 재보선 참패 이후 분당 직전까지 치달았던 분열을 봉합하자는 의미로 당 지도부가 마련한 자리였다. 그러나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이날 당사에 도착해서도 나란히 서지 않고 강 대표를 사이에 두고 사진을 찍는 등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모두발언에서도 박 전 대표는 이 전 시장 측과 논란을 빚어 온 경선 룰, 후보검증 논쟁 등을 의식한 듯 "우리가 잘 해나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것을 이 자리에서 잘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해 이 같은 논란을 예고했다.
'화합'과 '갈등의 치유'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가 결국 가장 첨예한 대립각을 세워 온 경선 룰과 관련해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추가진통을 예비해 놓은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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