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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하루만에 신경전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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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하루만에 신경전 재개

李 "당 개혁이 우선" vs 朴 "씨앗이 건강해야"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4일 회동을 하루 앞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재개했다. 이 전 시장은 '당의 개혁과 외연의 확대'를 요구한 반면, 박 전 대표는 '깨끗한 정치'를 강조하며 각을 세웠다.
  
  이명박 "한나라, 개혁적 보수세력으로"
  
  3일 경주와 경산을 연이어 방문한 이명박 전 시장은 경산에서 열린 '뉴라이트 경북연합 희망전진대회' 축사에서 "우리는 개혁적인 보수세력이 되어야 한다. 외연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지금 여권은 '반(反)한나라당 범여권 세력'을 만들고 한나라당을 작게 만들어 정권을 다시 잡으려는 정치 음모를 꾸미고 있다. 이를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전 대표를 '기득권 세력'으로 딱지 붙이려는 시도이자 경선 룰 논쟁에서 비(非)당원 국민참여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한 발언이다.
  
  이 전 시장은 "반한나라당 연대를 물리치고 정권을 잡으려 한다면 오로지 국민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국민이 시대에 요구하는 것을 읽고 국민과 힘을 함께 해 반한나라당 연대 세력을 물리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경주 불국사를 방문해 주지인 성타 스님과 환담을 나누며 복돼지를 선물로 받은 이 전 시장은 "서유기의 저팔계가 악귀를 물리치듯 복돼지도 나쁜 기운을 쫓는다"는 한 배석자의 덕담에 "요즘 나한테도 악귀가 많다"는 말로 요즘 자신의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는 '이번 내홍의 봉합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이 전 시장보다 득을 더 많이 봤다는 보도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손해를 봐야지. 이기고 있는 사람이 손해를 봐야죠"라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박근혜 "씨앗이 좋아야 수확이…"
  
  반면 박근혜 전 대표는 참정치운동본부 주최로 이날 오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참씨앗 봉사단 창립선언식' 축사에서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봄이고, 가장 중요한 것이 씨앗"이라면서 "씨앗이 좋지 못하면 좋은 열매를 기대할 수 없다. 정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유찬 파문', '정인봉 논란' 등 각종 검증논란에 휩싸여 온 이명박 전 시장을 에둘러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표는 "우리가 천막당사에서 무릎을 꿇고 새 정치의 씨앗을 뿌리겠다고 다짐했을 때 국민들께서는 마음의 문을 열고 사랑을 주셨다. 잠시라도 자만하고 부패했을 때 국민들께서는 매서운 질책을 내리셨다"면서 "농사나 정치도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라고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행사에서 최근 불거진 '4.25 재보선 사태'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강재섭 대표와 자리를 함께 해 눈길을 끌었다.
  
  먼저 행사장에 도착한 강 대표는 박 전 대표가 입장하자 일어서서 반갑게 박 전 대표를 맞이했고, 두 사람은 본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간간히 귀엣말을 주고받기도 했다.
  
  강재섭 "어떤 수모가 있더라도…모질게 마음 먹었다"
  
  한편 강 대표는 축사에서 "지난 며칠 간 나의 20년 정치사 중 가장 큰 고민을 했다"면서 "저는 지금 제 정치인생 중 가장 모질게 마음을 먹은 상태다. 어떤 사람이 저를 비난하고 음해하고, 어떤 수모가 있더라도 다 참고 최선을 다해 정권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집의 가훈이 바다는 강물을 골라 받지 않는다는 뜻의 대해불택세류(大海不擇細流)다. 모든 것을 다 포용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박근혜 대표시절 사학법 통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 직을 사임했던 일과 2002년 대선패배 이후 최고위원 직을 내놓았던 일을 언급하며 "원래 사표를 잘 내는 것이 내 특징이다. 성질대로, 내 몸의 DNA(유전자)대로 하자면 사표 내는 게 맞다"면서 "그러나 잘못이 있다면 고치고, 또 힘을 모아 함께 나아가는 게 나의 임무이다. 귀찮다고, 골치 아프다고, 괴롭다고 그만 두는 것은 그야말로 비겁하고 무책임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약 500여 명의 인파가 몰려 성황리에 진행됐다.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참가자들은 본행사장인 대강당 맞은 편 식당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행사 진행상황을 지켜보기도 했다.
  
  반면 당 지도부 및 소속 의원들 중에서는 이상득 국회부의장, 이강두 중앙위 의장, 권영세 의원, 박재완 비서실장, 고진화 의원, 나경원·유기준 대변인, 문희 의원 등 소수만 참석해 대조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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