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 재보선 참패 이후 불거진 한나라당 내분사태는 2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이 '강재섭 체제'를 인정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박근혜 전 대표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갈등의 근본적인 치유가 아닌 '미봉'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양 진영은 당장 이날에도 경선 룰 문제, 후보검증 논란 등의 해묵은 쟁점을 두고 국지전을 재개했다.
"과연 같은 당이냐" vs "인신공격은 저 쪽에서"
이명박 전 시장 측의 정두언 의원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잇따라 출연해 "같은 당 후보가 공약을 내세운 것을 갖고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이야기한다"고 비난했다.
정 의원은 "또 김유찬이라는 사람은 '제2의 김대업'일 뿐인데 (박 전 대표 측에서는) 그런 김유찬을 두둔한다. 오히려 옹호하기도 한다. 같은 당으로서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반문했다.
반면 박 전 대표 측의 김재원 의원은 "저 쪽에서 네거티브 공방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자면 거부할 이유가 없지만 (그 동안 우리가 제기한 문제 중) 어떤 것이 네거티브 공세였고 잘못이었는지 모르겠다"면서 "인신공격의 차원에서 그 쪽 캠프에서 저희 후보 측에 제기한 문제는 훨씬 더 심각했다. 입으로 옮기기 어려울 정도"라고 받아쳤다.
오픈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선 이 전 시장이 "도입에 무리가 따른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지만, 경선 룰 논쟁이 원만한 타협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여전히 드물다.
특히 강재섭 대표가 쇄신안을 발표하며 "경선 룰 문제는 최고위원회에서 처리하겠다"고 의지를 밝힌 대목도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 반영방식을 둘러싼 양 측의 입장 차이가 여전히 평행선인데다 현 지도부 내에서조차 재신임 문제가 거론될 만큼 강 대표의 지도력이 큰 손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강창희, 전여옥 최고위원도 지도부 복귀를 거부하고 있다.
김형오 "이명박, 박근혜 씨에게 한 마디 하겠다"
이같은 불씨를 의식한 듯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이명박 씨, 박근혜 씨에게 한 말씀 하겠다"면서 양 진영을 함께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 전 시장을 겨냥해 "'8월21일 전당대회' 체제의 골격을 흔들어선 안 된다. 끝까지 경선의 틀을 바꾸려 해선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 박 전 대표에게는 "검증은 해야 하지만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네거티브 식, 흠집내기 식 비방을 해서도 안 된다. 후보들끼리 서로 존중하고 아끼는 풍토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강재섭 대표를 향해서도 김 원내대표는 "이번 사태에 가장 막중한 책임이 있는 것이 강 대표"라면서 "전국위원회를 통해 쇄신안에 대한 당원들의 뜻을 물어야 한다. 만일 쇄신안이 부결될 경우 지도부에 대한 불신임이라고 간주하고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강 대표가 하루 빨리 리더십과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아직도 언론에서 강 대표를 두고 '친박(親朴) 성향'이라고 하는데 이런 표현이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은 전적으로 강 대표 본인에게 달렸다"고 덧붙였다.
가까스로 '봉합'에는 이르렀지만 '분열의 구조'는 한나라당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셈이다. 4일로 예정된 '이명박-박근혜-강재섭' 3자회동도 '모양새 갖추기' 이상의 의미를 갖기는 힘들어 보인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