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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규제 완화 사례 11개 뽑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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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규제 완화 사례 11개 뽑아보니…

[주간 프레시안 뷰]진짜 암 덩어리는 '규제완화론'

얼마 전에 시민사회에서 일할 때 잘 알던 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로컬푸드 지원 조례, 녹색 구매 지원조례 등에 대해 '규제완화'를 빌미로 개정 또는 폐지하라는 압력을 넣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얘기를 듣고 찾아보니 최근 지역마다 이슈가 되고 있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서 지방자치단체에 '경쟁제한적 자치법규'를 없애라고 압력을 넣고 있는 것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쟁제한적 자치법규로 지목하는 조례는 대형마트를 규제해서 소상공인을 감싸려는 조례, 사회적 경제를 지원하려는 조례, 여성이나 중소기업, 소상공인, 소수자. 약자를 지원하려는 조례 등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문제에 대해서는 마침 <한겨레>에서 잘 다뤘습니다. 기사 내용을 읽어보면, 기가 찹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소상공인을 돕고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 여성 등을 지원하는 것이 재벌대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상식의 눈으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재벌과 구멍가게가 1:1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것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를 만든 것은 재벌의 경제력 남용을 억제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에 대해 감시하고 통제하기는커녕, 지방자치단체가 약한 쪽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조례마저도 없애라고 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지방자치단체는 권한의 한계 때문에 대기업에 대해 규제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상위법령의 위임이 없으면 직접적인 방식으로 규제를 못합니다. 그래서 그동안 온갖 아이디어들을 짜내어서 간접적으로나마 대기업을 규제하려고 애써 왔습니다. 

지역의 소상인들이 피해를 입는 것을 방치할 수 없어서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을 간접적으로나마 규제하고 소상공인을 지원해 왔습니다. 이것은 정글 같은 시장경제 속에 그냥 나올 경우에는 생존이 어려운 존재들을 지원해 온 것이고, 지역 내에서 순환하는 풀뿌리 경제를 키우기 위해 정책을 펴 온 것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지역에서 해 온 이런 노력들조차도 위협하고 있습니다. 아무 권한이 없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뜯어고치겠다고 하는 것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습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지방자치는 그 존재의미가 없습니다. 

이 모든 일의 발단은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20일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규제에 대해 "쳐부술 원수이자 제거해야 할 암 덩어리"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한 이후에 광풍이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 발언이 있은 후, 환경훼손 문제로 주춤하던 강원도 가리왕산 알파인스키 활강경기장 건설이 강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27일 산림청은 중앙산지관리위원회 회의를 열어 산지 전용허가를 조건부 승인했습니다.

갈왕산 스키활강 경기장은 그동안 계속 논란이 되어 왔던 사안입니다. 강원도와 정부는 동계올림픽을 위해 필요하다며 경기장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겨우 보름 동안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500년이 넘은 숲을 훼손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얘기입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진두지휘를 하는 모양새이니, 관료들은 충성경쟁을 하거나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리왕산의 숲이 사라질 위험에 처했습니다. 

사실 규제완화론의 뿌리는 깊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만 규제완화를 들고 나온 것도 아닙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과거 민주정부에서도 규제완화를 자기들의 상품으로 내세웠습니다. 

물론 불합리하고 모순된 규제들도 많이 있습니다. 매우 관료적이고 권위적이며 불필요하게 시민들을 괴롭히는 규제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환경보호, 인권, 풀뿌리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규제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규제를 풀어버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미세먼지나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규제를 풀어버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래서 규제는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닙니다. 또한 대기업을 규제하는 것은 경제의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미 너무 거대한 힘이 되어 버린 재벌들을 감시하고 경제력집중과 남용을 억제하지 않으면, 사회는 약육강식의 정글이 되어 버릴 것입니다. 

지난 10일 참여연대가 역대 정부 최악의 규제완화 사례 11개를 뽑아서 발표했습니다. 내용을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카드사용 한도 규제 폐지 : 신용카드 대란과 신용불량자 양산 사태
2. 저축은행의 제로베이스 규제완화 : 저축은행 사태와 서민 피해
3. 중소기업 고유업종 규제 폐지 : 대기업의 중소상공인 적합업종 침탈 가속화
4. 재벌대기업의 출자총액제한 규제 폐지 : 재벌대기업의 문어발 확장과 경제력 집중 심화
5. 대형마트 진출허가제 규제 폐지 : 대형마트·SSM의 장악으로 지역 경제 파괴 및 변종 SSM 난립
6. 정리해고 규제 완화 : 대량해고의 일상화와 노동자들의 고통 심화, 그리고 만성적인 고용불안정
7. 비정규직 사용규제 완화 : 기간제, 파견 등 비정규직 만연과 노동조건 악화
8.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규제 해제 : 도시의 연접화, 난개발, 그리고 환경 파괴
9. 분양가상한제 및 무주택자 우선분양제 폐지 : 부동산투기 만연과 서민 주거불안 심화
10. 사행성 게임의 규제 완화 : 바다이야기 사태와 도박공화국 문제
11. 이자제한법 폐지 : 대부업 창궐 및 '폭리 공화국' 사태

참여연대가 발표한 전체 내용을 보려면, 아래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씁쓸합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에 일어났던 일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때 '규제'를 완화한다는 명목으로 잘못된 정책을 펼치는 바람에 불평등은 심해지고, 경제력은 집중되었으며, 서민들은 희망을 잃어버렸습니다. 물론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면서 '규제완화론'은 더욱 활개를 쳤고, 규제완화만이 절대 선(善)인 것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특히 지금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완화는 대단히 위험합니다. 의료규제를 완화해서 의료의 영리화를 가속화하고, 물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서 물마저도 사유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또한 토지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재개발·재건축 용적률을 올릴 수 있게 하는 등 부동산 개발 관련 규제도 완화하려고 합니다. 이것은 부동산 가격을 올리려는 불순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암덩어리는 생명을 위협합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서 진짜 암덩어리는 무엇일까요? 지금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자연을 위협하는 것은 규제가 아닙니다. 반대로 '필요한 규제에 대한 무분별한 공격'입니다. '규제완화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는 규제완화론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암덩어리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것은 빈부격차를 더욱 심하게 하고, 약자와 소수자를 공격하며, 환경을 파괴하고, 최소한의 공공성마저 위협하며, 재벌과 소수 기득권세력을 위한 사회를 만들려고 하는 논리입니다. 그러니 다수 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암 덩어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규제완화론과의 정면대결이 필요합니다. '규제완화론'이라는 암 덩어리에 맞서기 위한 전사회적 연대가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노동도 살고 환경도 살고, 사람도 살고 생명도 살 수 있습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남북관계·한반도/국제/생태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눠 정리한 '주간 뉴스 일지'와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이승선 프레시안 국제 선임기자,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 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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