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경선준비위원회는 7일 대선후보 경선 시기를 9월로 미루고 선거인단 규모를 20만 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경선준비위의 활동시한은 오는 10일까지. 막판 합의 도출을 위한 중재안인 셈이지만 각 후보 진영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시기는 9월, 규모는 20만 명 이상으로"
김성조 전략기획 본부장은 7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의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경준위 위원들의 다수 의견은 시기를 많이 늦추고, 규모는 통제 가능한 규모까지 최대한 늘리자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그는 "시기를 9월 정도까지 늦추는 방안과 최소 20만 명 이상의 경선 선거인단을 구성하자는 의견이 다수"라며 이같이 전했다. 이 방식에 따르면 현행보다 시기는 3개월가량 연기되고 선거인단은 5배가량 늘어난다.
임태희 의원 등 중립적인 성향의 의원 18명으로 구성된 '당이 중심이 되는 모임'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기는 9월 중으로 하고, 선거인단 규모는 2003년 대표경선 선거인단 수(약 23만 명) 이상으로 해 국민 참여의 기회를 넓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10일까지 합의 어려워"
그러나 각 대선주자 진영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시기와 방식 모두 현행 경선 룰(6월실시, 선거인단 4만)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 반면 이명박 전 시장은 시기는 현행대로 하되 선거인단을 40만 명으로 늘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손학규 전 지사는 시기는 늦추고 규모는 100만 명 수준까지 늘려 잡자는 입장이다.
경준위가 제시한 중재안에 대해서도 박 전 대표 측과 손 전 지사 측은 '규모', 이 전 시장 측은 '시기'를 문제 삼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남 여수를 방문 중인 이명박 전 시장은 이날 현지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경준위가) 합리적 중재안을 내면 각 진영에서 나가있는 사람(대리인)들이 토론을 통해 좋은 결론을 내리지 않겠느냐"고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지만, 캠프 내에선 중재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정리한 상태다.
주호영 비서실장은 "늦어도 7월 이전에는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 캠프의 입장"이라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8.15 정상회담설' 등 돌발변수가 불거지면서 정국의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 측의 박형준 의원도 "캠프의 유·불리를 떠나서 시기는 함부로 조정하기가 힘들다"면서 "경선시기가 9월이라면 절대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표 측의 김재원 의원은 "(7~8월)장마철과 휴가철에 경선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선거인단 규모도 무조건 늘리자고 할 게 아니라 비용문제를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전 지사 측의 정문헌 의원도 "9월이 좋지만 선거인단 20만 명은 너무 적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 캠프의 이수원 공보특보는 "20만 명까지 늘릴 수 있다면 100만 명은 왜 안 되느냐. 선거인단 규모를 100만 명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경준위 부위원장인 맹형규 의원과 각 대선주자 측 대리인 4명으로 이뤄진 '1+4 협의체'는 "7일까지 자체 합의안을 도출한다"는 경준위의 내부방침에 따라 이날 오후 막판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박 전 대표 측의 대리인인 김재원 의원이 개인사정으로 불참해 회의 자체가 열리지 못했다. 중재안 자체에 대해서도 각 후보 간 이견이 워낙 커 합의가 쉽지 않다는 게 일반적 관측.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경준위 활동시안인 10일까지 합의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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