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3월 위기' 일촉즉발

'경선 룰'에 3인3색…합의는 여전히 난망

한나라당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 내 경선준비위원회 활동기한은 오는 10일로 끝나게 되지만 경선의 시기 및 방법을 두고 합의도출이 난망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단 박근혜 전 대표가 '6월 경선'을 수용하는 쪽으로 선회하면서 숨통이 트이는 듯 했지만, 손학규 전 지사가 여전히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이 전 시장 측이 계속 선거인단 규모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어 '게임의 법칙'을 둘러싼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손학규 "조기 후보 등록? 품격 떨어지는 일"
  
  '경선시기 연기-참여범위 확대'를 주장해 온 손학규 전 지사는 2일 이명박-박근혜 두 주자 사이에 모아지고 있는 '6월 경선'을 '야합'으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최근 '햇볕정책 계승론', '대세 경계론' 등을 강하게 제기하면서 적극적인 차별화 행보를 거듭하고 있는 손 전 지사의 거취 문제는 한나라당 '3월 위기설'의 중대한 변수. "현행대로 간다면 경선 불참도 심각하게 고려하겠다"는 손 전 지사 측의 선언도 여전히 유효한 상태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오전 SBS 라디오 <김신명숙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시기를 몇 월이라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선거라는 것은 상대가 있는 것"이라며 "지금 편한대로 (6월에 경선을 하자는) 양자 간의 합의는 소위 담합이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권의 대선후보가 가시권 밖에 있는 상황에서 조기에 경선을 치를 경우 본선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의 현행 경선 방식과 관련해 손 전 지사는 "상대방은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잔치를 열 텐데 우리는 한 마디로 체육관 선거를 하자는 것"이라면서 "그래서 국민들의 흥을 돋울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손 전 지사는 '조기 후보등록론'에 대해서도 "경선방식과 시기가 확정되지 못한 상황에서 조기 후보등록을 하겠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 정치의 품격을 폄하하는 일"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에 따라 경선 시점에는 융통성을 두더라도 3월말~4월초 경선 후보등록을 마치겠다는 당의 방침도 난항이 예상된다.
  
  손 전 지사는 "지금 한나라당 (대선주자) 3명의 지지율을 합치면 80%가 넘지만 12월19일 대선에서도 구도가 그렇게 되겠나"면서 "바뀔 정세, 바뀔 상황에 대비하는 게 당의 자세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朴 "합의 안되면 현행대로"…李 "그럼 본선에서 어렵다"
  
  경선 시기에 관해서만 의견접근을 이룬 박근혜-이명박 진영의 신경전도 첨예하다.
  
  박근혜 전 대표 측은 경선 시기를 '6월 실시'로 일정한 양보를 한 만큼 경선방식 만큼은 자기 쪽 요구가 수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심 우위'에 대한 자신감에서다.
  
  대의원, 책임당원, 일반국민, 여론조사의 비율을 각각 2:3:3:2로 반영하는 현행 경선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박 전 대표 측의 주장. 이에 따르면 경선에 참여하는 전체 선거인단의 규모는 약 4만 명 수준이다.
  
  박 전 대표의 대리인인 김재원 의원은 2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물론 현재의 경선방식이 지고지순한 것도 아니고, 명분이 있고 당원들도 동의하면 논의할 수 있는 여지는 열려 있다"면서도 "특정주자의 유불리를 따져 이를 변경하면 원칙을 두고 흥정하는 모양이 되지 않겠느냐. 우리는 현행 당헌당규를 지키겠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오는 10일까지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지만 합의가 불가능할 경우 현행 방식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경선준비위의 인적구성 상 활동기한을 늘인다고 달라질 것이 있겠느냐"고 경준위 내의 팽팽한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 캠프의 이정현 특보는 "경선준비위는 이미 정해진 원칙에 따라 세부적인 일정을 조율하고 시행하기 위한 기구여야 하는데 각 캠프의 유불리에 따라 경선의 룰을 흥정하는 기구로 전락했다"면서 "정해진 기한 내에 합의는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합의가 안 돼 원칙인 현행 방식대로 가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 전 시장의 대리인인 박형준 의원은 "현행안으로 경선을 치르면 본선에서 당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면서 "현행 그대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 측은 '경선 시기는 6월, 경선 방식은 국민 참여비율의 대폭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박 의원은 "현행 경선방식을 마련한 혁신위 안의 취지는 국민의 경선 참여 범위를 확대하자는 것"이라면서 "경선 선거인단이 전체 유권자의 1%수준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소한 40만 명 수준의 대규모 선거인단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 이 전 시장이 당내 보다는 당 밖에서 지지율이 높은 사정과 무관치 않다.
  
  경선 시기와 관련해서도 박 의원은 "'6월 경선'은 유불리에 대한 계산 때문이 아니라 충실한 본선 준비라는 전략적 차원의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대선주자들 사이에 경선 룰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고 현재진행형인 '후보검증' 논란, '정체성' 논란 등이 겹쳐 한나라당의 '3월 위기설'은 좀처럼 뇌관이 제거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