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이명박 간의 검증 논란이 '3월 분열설' 등으로 증폭되자 한나라당이 다급해졌다. 화합과 단결을 '보여주기' 위한 각종 조치들이 22일 쏟아져 나왔다. 당 내에 고조된 위기의식의 반영이다.
대선주자 회동 마련하고, 후보등록 앞당기고…
분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한나라당은 예비후보 등록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현행 당규에 의해 정해진 예비후보 등록 시기는 오는 4월 중순이지만 이를 빠르면 3월 말까지 앞당기겠다는 것.
현행 공직선거법이 대통령 후보 경선에 참여했다가 불복할 경우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 만큼 미리 후보 등록을 받아 분열의 가능성을 최소화 하겠다는 조치다.
경선준비위원회 이사철 대변인은 22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경선준비위원회는 어제 저녁 회의를 열고 경선의 시기나 방법과는 관계없이 경선후보에 대한 조기 등록을 실시하기로 했다"면서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 측도 완전히 합의를 했고, 다른 주자 측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구체적인 날짜를 정하지는 못했지만 3월10일 이전까지 경선의 시기와 방법을 정하면서 구체적인 후보등록 시점을 정하도록 하겠다"면서 "예비후보 등록 시기는 3월 말에서 4월 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선 룰과 관련해서도 오는 25일 대선주자들과 지도부, 경선준비위 위원들이 회동을 갖고 이를 논의하기로 했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후보들과 만나 경선에 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눌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전 시장 측과 박 전 대표 측이 그 동안 경선시기 및 방법을 두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워 온 것은 주지의 사실. 이 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조기 후보등록'이라는 안전판이 제대로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해 제기된 '검증논란'의 불씨도 여전하다. 이른바 '위증교사' 의혹을 제기한 김유찬 씨는 이날 오후 한나라당 경선준비위에 녹음 테이프 등 추가 자료를 제출했다.
"결국 갈라설 것" 60%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도 겉으로는 화합을 연출했다. 이날 오후 서울 역삼동 코엑스에서 열린 '전국 시군자치구의회 의장협의회' 정기총회에 나란히 참석한 두 사람은 당 안팎의 논란을 의식한 듯 애써 불필요한 대립을 자제하면서도 냉랭한 기류를 감추지는 못했다.
두 사람은 행사 초반에는 서로 악수를 나누고 또 간간히 말을 건네기도 했지만 행사 중반 이후로는 거의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은 채 굳은 얼굴로 일관했다.
행사 직후 이 전 시장은 기자들과 만나 "당이 잘하고 있다. 후보들끼리 앞으로 잘 화합해 국민이 걱정하지 않도록 잘 할 것"이라고만 밝혔고, 박 전 대표는 검증논란과 관련한 직접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여론도 분열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21일 실시해 2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1.7%가 "결국 각자 출마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국민일보 조사에선 60.3%가 갈라설 것이라고 응답했다. 두 사람의 결별 가능성을 점치는 여론은 지난달 26일 51.6%(연합뉴스 조사) 이후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형국이다.
'휴전선언' 했지만…게시판은 여전히 '전쟁터'
지금까지의 강대강 충돌 국면에서 각 대선주자의 첨병 역할을 자임해 왔던 팬클럽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휴전'을 선언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팬클럽인 '박사모'와 이명박 전 시장을 지지하는 'MB연대'가 그 주인공들. 이들은 공동 기자회견문에서 "서로를 비방하거나 흑색선전을 하지 않으며, 정책과 공약으로 승부하는 메니페스토운동에 앞장 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보여주기용 화합이 효과를 발휘할지는 불투명하다.
한나라당의 이재오 최고위원조차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두 팬클럽 간의 '휴전선언' 소식을 전해 듣고 "못 말리는 사람들이다. (휴전을) 발표하고도 또 싸우면 뭔가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이들 팬클럽의 게시판에는 이날에도 상대방 후보를 비난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 왔다. '박사모'의 한 회원은 "이명박이 얼어서 찍소리도 못 한다. 뭔가 걸리는 게 있는 모양"이라고 비아냥 거렸고, 'MB연대'의 한 회원은 "박 전 대표가 시작한 검증이 성공하면 이 전 시장이 죽고, 실패하면 박 전 대표는 해당 행위자로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몰아쳤다.
여기에 이 전 시장을 둘러싼 추가적인 의혹이 제기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 전 시장 캠프의 한 관계자는 "지금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것은 저쪽에서 어떤 내용을 또 들고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호영 의원도 이날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분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우리 국민들은 오순도순한 정치를 원하는 것 같다. 하지만 어차피 정치라는 것은 서로 다른 이해들 간의 싸움이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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