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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제한법 부활…그 방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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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제한법 부활…그 방향은?

최고 이자 한도, 소비자 보호제도 등 마련돼야

'반대'에서 '긍정적 검토'로 재정경제부가 입장을 바꾸면서 이자제한법 부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자제한법 부활 과정에서도 적지 않는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일단 이자제한의 최고한도를 어느 수준으로 할 것인지부터가 관심거리다. 여기에 이자제한법 부활과 함께 소비자보호제도 마련을 위한 논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이자제한 최고한도 어느 수준이 적당할까?
  
  이자제한법에 대한 재경부의 입장선회로 일차적 관심은 이자 제한의 한도에 쏠려 있다. 이자제한의 최고 한도가 지나치게 높을 경우 제도 도입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는 반면, 지나치게 한도가 낮다면 이자제한법 도입에 따른 부작용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자 최고 한도에 대한 보편적인 기준은 없다고 말한다. 다른 나라의 입법례를 참조할 수는 있지만 외국의 기준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많다. 소비자 권리 보호 제도의 존재 유무, 금융시장의 상황 등 따져봐야 할 조건들이 적지 않다는 것. 즉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이자 최고 한도 수준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이자제한법 부활을 그동안 요구해 온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는 이자 최고 한도를 25%로 설정해야 한다는 데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먼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안은 최고 이자 한도를 25%로 정하고 있다. 심상정 의원 측은 은행권의 최고 금리가 10% 내외이기 때문에 이의 두 배 수준으로 최고 이자 한도를 설정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시중 금리가 주요 기준인 셈이다.
  
  심상정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초저금리 추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고 한도 이자율을 25%로 정하는 것은 결코 무리한 수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일반 은행권 보다 두 배나 많은 이자를 챙겨갈 수 있는데 더 요구하는 것은 몰염치한 태도"라고 주장했다.
  
  심상정 안과 마찬가지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열린우리당 이종걸 의원안도 비슷한 의견이다. 물론 법률에서는 정할 수 있는 이자 최고한도를 40% 이내로 정하고 있지만 시행령을 통해 25% 수준으로 최고 이자 한도를 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4년 여 동안 이자제한법 부활 운동을 해 온 참여연대가 생각하는 최고 이자 한도도 이종걸 안의 그것과 비슷하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심상정 안처럼) 법률에 최고 이자 한도를 정하면 시장 상황에 따라 법률을 바꿔야 하는 무리가 있다"며 "시행령에서 25% 수준으로 이자 최고 한도를 정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1998년 이자제한법이 폐지되기 직전의 최고 이자 한도도 25%였다. 물론 구 이자제한법도 이종걸 안처럼 법률에서는 최고 이자 한도 설정 기준을 40% 이내로 하고, 시행령에서 최고 이자 한도를 25%로 설정했다. 결국 이종걸 안과 심상정 안 모두 사실상 과거의 입법례를 존중했다고 볼 수 있다.
  
  일본 고리대 억제 강화 정책은 어떤 영향 미칠까?
  
  최고 이자한도가 25%로 수렴돼야 한다는 의견에는 현재 시중금리 수준과 구 이자제한법의 기준이 상당부분 고려된 게 사실이지만, 일본의 고강도 고리대 억제 정책도 감안됐다. 특히 민노당은 일본 대부업의 움직임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줄곧 강조해 오고 있다.
  
  민노당의 한 관계자는 "최고 한도 이자율의 수준이 일본보다 높게 책정될 경우 고강도 고리대 억제정책으로 궁지에 몰린 일본 대부업체들이 대거 우리나라로 몰려들어올 여지가 크다"며 "그럴 경우 우리나라 서민들이 일본 대부업체의 손아귀에 들어간다"고 주장했다.
  
  실제 일본 국회는 지난해 12월 13일 이자상한선을 현행 29.2%에서 15~20% 수준으로 낮추고, 차입자의 연간 수입의 3분의 1을 초과하는 대출을 금지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여기에 법을 위반한 업체에 대한 처벌 규정도 대폭 강화했다. 높은 수준의 고리대 억제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현재도 업계에서는 국내 대부업의 큰 손은 일본계라는 말이 정설로 돼 있을 정도로 많은 업체들이 이미 국내에 진출했지만, 일본의 제도 변화에 따라 일본 대부업체의 국내 진출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 민노당의 판단이다.
  
  소비자 보호제도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편 이자제한법의 부활과 최고 이자 한도의 설정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서민금융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일거에 해소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그 중에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홍종학 교수(경원대)는 "금융기관은 차입자의 대출상환능력을 꼼꼼하게 따지지 않고 대출을 해주고, 상환받지 못하면 갖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아내는 일을 버젓이 하고 있다"며 "신용평가를 매우 중시하는 선진국의 금융기관과는 매우 다른 마피아적 행태"라고 꼬집었다.
  
  홍 교수는 이어 "주 마다 다르지만 미국의 경우 대출 상환을 못하더라도 최소한 살고 있는 집까지 경매에 넘기지 못하도록 하거나, 채권 추심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인권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법원을 통해서만 채권 추심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소비자 보호제도가 마련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자제한법이 부활하는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이와 함께 소비자 보호제도가 하루빨리 마련돼야만 서민들이 돈을 제대로 갚지 못해 인생 전체가 무너지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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