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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합의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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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합의 난망

[해설] 부동산 당정협의, '원가공개' 미봉 상태로 유보

27일 부동산 정책 마련을 위한 3차 당정협의는 민간 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공개할 것인가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졌다. 우리당은 분양원가 중 일부 항목이라도 공개하자는 입장을 취했고, 정부는 주택공급 위축 등의 부작용을 이유로 공개불가 입장으로 맞섰다. 결국 당정은 이 문제를 내년 초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표준건축비와 원가공개의 상관성?
  
  다만 당정은 표준건축비의 상세내역을 공개하기로 합의했다. 표준건축비는 건물에 대한 가치 평가나 건축비와 관련된 보조 또는 융자의 기준을 정하기 위해 표준으로 삼는 건축비로, 정부가 산출해 공시한다.
  
  그러나 이 제도는 1998년 12월 민간택지 부문에 대해서는 폐지됐다. 지금은 공공택지에 지어지는 아파트 중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아 건설되는 전용면적 60㎡ 이하의 분양주택에만 이 제도가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표준건축비를 분양면적이나 사업주체와는 상관없이 일괄 적용하지 않는다면 이날 발표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일단 분양가 상한제를 공공·민간 아파트 모두에게 확대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에 제한적으로만 적용되던 표준건축비 역시 공공·민간 아파트 모두에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당정은 분양가 상한제 실시의 세부 내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표준건축비 모델을 새로 만들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지난 1998년 말까지 전면 적용됐다가 2000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된 분양가상한제는 택지비와 표준건축비, 가산비용 등을 고려해 정부가 분양가 상한선을 공표하고, 개별 사업자들은 이 기준에 맞춰 아파트의 분양가를 책정하는 방식이다. 즉 분양가 상한제 실시를 위해서는 표준건축비 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표준건축비의 상세내역을 공개한다는 말이 아파트별로 원가를 공개하겠다는 의미는 더욱 아니다. 이 문제에 대해 정부는 모든 아파트의 원가를 공개하지 않는 대신, 각 지역별로 대표할 만한 아파트를 정해 공개하는 '샘플 공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가공개에 대한 당과 정부의 생각, 어떻게 다르나?
  
  이처럼 분양원가 공개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표준건축비 상세내역 공개를 원가 공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발표한 이면에는 당정 간에 민간아파트의 원가공개에 대해 심각한 이견이 있었고, 이날 협의에서도 전혀 이견조율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민간아파트의 원가 공개 문제에 대해 당정이 큰 의견차를 보이는 것은 이 문제를 바라보는 기본시각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정부는 원가공개를 일종의 규제 강화로 보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에 이어 원가공개까지 이뤄지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강한 규제가 2중으로 이뤄지게 돼 결국 주택공급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정부가 원가공개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다.
  
  반면 우리당은 건설사들이 부당하게 폭리를 가져가는 상황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원가공개를 통해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부동산 대란을 넘어설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부당 폭리를 방치해 놓은 상황에서 국민들이 정부가 내놓는 각종 정책들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는 우려도 원가공개 요구의 배경이 되고 있다.
  
  내년초 재논의에서 공개 불가 쪽으로 흐를 가능성 높아
  
  모두 세 차례에 걸친 당정협의에도 불구하고 원가공개 문제에 대해서는 합의를 못 이루면서 결국 원가공개는 물건너간 것이라고 보는 관측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당정은 내년 초에 다시 당정협의를 열어 재논의하겠다고는 하지만 정부가 원가공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정 간 입장 차이가 좁혀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특히 이날 당정협의가 끝난 직후 건설교통부 내에서 주택정책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강팔문 주거복지본부장이 원가공개 문제에 대해 "검증하기도 어렵고 시장원리에 위배된다"면서 "나아가 지나친 규제에 해당돼 정부로서는 공식적으로 이를 허용할 수 없다"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건교부가 지난 9월 노무현 대통령이 공공과 민간 아파트 모두 분양원가를 공개하겠다고 공언한 이후 뚜렷한 입장을 밝혀오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강 본부장의 이날 발언은 앞으로 당정 간 원가공개 논의의 종착지가 어디인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날 회의에서 우리당 측이 기존에 공개할 것을 요구한 58개 항목을 7개로 대폭 줄인 안을 들고 나왔다는 점에서 앞으로 민간 아파트에 대해서도 일부 항목에 대해서는 원가를 공개하는 방안이 당정 간 합의로 도출될 여지가 남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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