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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공개 확대에 반대하는 분들만 남았다"

[인터뷰] 분양가제도개선위 탈퇴한 김남근 변호사

19일 김남근 변호사의 전화기는 하루종일 불이 났다.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인 김 변호사가 건설교통부 내에 설치된 분양가제도개선위원회의 위원으로 참여했다가 최근 탈퇴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기자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였다. 위원회를 탈퇴하게 된 동기를 묻는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수화기 저편에서 오는 모든 질문에 대한 김 변호사의 답변은 짤막했다. 그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말을 많이 했다. 의외였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위원회를 탈퇴한 그가 별다른 해명이나 설명도 내놓지 않는 것이었다. 기자들의 기대에 턱없이 모자란 답변이었다.

이같은 태도는 <프레시안>과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 변호사는 "객관적인 사실에 대해서만 말하겠다. 위원회에 대한 평가나 전망에 대해서는 기자가 직접 판단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직접적인 논평성 발언은 하지 않았다.

김남근 변호사가 밝힌 탈퇴 이유는 간단했다. 그는 "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받을 때 들었던 이야기와 실제 위원회 활동 사이에 괴리가 있었다"고 밝혔다. "원가공개 확대의 절차나 방법이 의제인 줄 알았는데, 원가공개 확대 여부가 핵심 의제였다"고도 했다.

김 변호사는 "위원회에서는 원가공개 문제만 다뤘다"고 밝혔다. 정부의 설명과 달리 주택공급 방식, 즉 '대지 임대부 주택 분양'이나 '환매 조건부 주택 분양' 등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위원회의 의제와 관련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언론에 대고 말했다"고 잘라 말했다.

인터뷰는 이날 오후 부평에 있는 김남근 변호사의 사무실에서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 김남근 변호사. ⓒ 프레시안

- 김 변호사는 8일 분양가제도개선위원회를 탈퇴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모두 몇 번의 회의에 참석했나?

"8일 전에 이미 사임했다. 다만 8일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오해가 생긴 것 같다. 나는 1일에 있었던 회의까지만 참여했다. 그러니까 내가 참여한 회의는 모두 세 차례다. 11월 초에 있었던 상견례성 회의와 11월 중순에 있었던 회의, 그리고 마지막이 12월 1일 회의였다."

- 불과 한 달 만에 전격 탈퇴했다. 함께 탈퇴한 위원이 3명 더 있다. 모두 같은 이유로 탈퇴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무슨 이유인가?

"위원 위촉을 받을 때 들었던 내용과 실제 위원회 활동 내용이 달랐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위원회 참여 제안을 받았을 때는 민간 아파트로까지 원가공개를 확대하되, 확대의 기준과 절차를 연구하고 논의하자는 취지로 들었다. 그런데 실제는 그렇게 움직이지 않았다."

- 실제 운영은 어떻게 됐나?

"위원회에 가보니 안건 자체가 민간 부문에까지 원가공개를 확대할 것인가였다. 앞서도 말했지만 원가공개 확대는 기본전제로 하고 그 방법과 절차를 논의할 줄 알았는데, 모임 자체가 원가공개 확대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던 것이다. 더구나 위원들 면면을 뜯어보니 원가공개 확대에 반대하는 분들이 많았다. 정확히 말하면 원가공개 확대에 찬성하는 위원은 소수였다."

- 정부는 분양가제도개선위에서 원가공개 문제 뿐만 아니라 주택공급 제도, 분양가 상한제 등 주택정책 전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해 왔다. 얼마나 사실에 부합하나?

"그런 발언들은 위원회와 전혀 상의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일방적으로 언론에 대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다. 적어도 내가 참여한 몇 차례 회의에서는 모두 원가공개만 의제로 올랐고 논의가 됐다."

- 앞으로 위원회에서 원가공개 이외의 의제에 대해 논의될 가능성은 없나?

"앞으로 진행될 회의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 말이 없다. 다만 지금까지 논의된 내용이 원가공개 확대 여부에 한정됐다는 말을 한 거다. 여전히 많은 위원들이 남아 있고 의제도 바뀔 수도 있으니,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는가."

- 정부는 사퇴한 위원들을 설득해 복귀시키겠다고 한다.

"사퇴를 했는데 다시 들어갈 일 있겠나?"

- 원가공개 확대에 반대하는 분들만 위원으로 남았다. 그러면 결국 원가공개 확대는 물건너가는 것 아닌가?

"그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겠다. 사람들이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 믿는다."

- 위원회가 국토연구원에 분양가 제도 개선과 관련해 용역을 의뢰했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결과가 나왔나?

"용역을 의뢰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 위원회가 끝나기 전에는 나오지 않겠나 싶다."

- 일각에서는 정부가 할 일을 모두 위원회에 떠넘긴다는 비판도 한다.

"2000년대 초에 카드대란이 있었다. 당시 카드의 무분별한 발급을 누가 허용했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정부는 당시 민간 위원들이 대다수였던 규제개혁위원회라고 답했다. 카드대란의 책임을 규개위에 떠넘겼던 것이다. 정부가 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규제를 풀었으면서, 문제가 발생하자 그 책임을 위원회에 넘긴 것이다."

- 분양가제도개선위도 규개위처럼 될 수 있다는 말인가?

"기자의 상상에 맡기겠다."
분양가제도개선위원회의 전말

분양가제도개선위원회는 지난달 초 구성됐다. 위원장은 이춘희 건설교통부 차관과 박환용 경영대 교수가 공동으로 맡고 있다. 위원은 모두 20여 명으로 알려졌다. 이 중 민간 위원이 15명, 정부 관계자가 5명이다.

정부는 당초 이 위원회에서 민간아파트에까지 원가공개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한다고 설명했었다. 그 후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주택공급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도 함께 진행한다"고 말하더니 "분양제도와 관련한 모든 방안이 종합적으로 검토된다"고까지 말했다. 논의결과 발표는 내년 2월이라고 했다.

그러나 시민사회에서는 '반값 아파트' 등 정치권에서 주도적으로 주택공급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가 일어나자 정부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분양가제도개선위원회'를 핑계 삼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관련기사 보기 : "분양가제도개선위에서 개선안 나올 수 없다") 참여연대 등은 "정부가 독자적으로 제도개선안을 내라"고 요구했다.

요컨대 분양가제도개선위원회는 위원회의 성격이나 의제 등을 둘러싸고 시작부터 잡음이 있었던 셈이다.

이달 초 김남근 변호사를 비롯해 변창흠 세종대 교수(사회과학부), 서순탁 서울시립대 교수(도시행정학), 남상오 주거복지연대 사무총장이 위원회 위원직을 버렸다. 이들이 위원직을 내던진 이유도 바로 분양가제도개선위원회의 성격에 대한 이견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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