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빠르게 성장했다. 이제는 G2로 불리며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시진핑이 집권할 향후 10년 안에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시진핑 앞에 장밋빛 탄탄대로가 놓여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시진핑 앞에는 만만찮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우선 경제성장을 이어가는 동시에 경제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 개혁개방 이후 계속 증폭된 빈부격차를 비롯한 각종 사회 문제를 푸는 것도 시진핑의 몫이다. 방치하면 폭발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사회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 등을 두고 벌어진 영유권 분쟁을 해결하고, 중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일도 시진핑이 풀어야 할 과제다. 이에 더해 시진핑은 중국공산당 내의 계파 간 갈등을 조절하며 권력 기반을 다져야 하는 상황이다. (관련 기사 : 시진핑 시대의 중국, 유일한 출구는 '정치 개혁')
시진핑과 상대하며 세계정세를 주도할 다음번 미국 대통령으로 버락 오바마가 확정됐다. 세계 언론은 시진핑의 중국과 오바마의 미국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가디언>에도 7일(현지 시각) 이에 관한 칼럼('시진핑과 버락 오바마, 매우 다른 위기에 직면한 두 지도자')이 게재됐다. 필자는 옥스퍼드대학교 교수인 티모시 가튼 애쉬다. 티모시 가튼 애쉬는 역사학자로서 <가디언>뿐만 아니라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에도 기고하고 있다.
티모시 가튼 애쉬는 이 칼럼에서 시진핑과 오바마가 맞이할 위기에 대해 진단했다. 미국에도 적잖은 문제가 있고 중국이 상대적으로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보면서도, 티모시 가튼 애쉬는 중국이 직면한 위기가 미국의 그것보다 더 심각하며 앞으로 5년 이상 중국이 매우 고통스런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이 각기 구조 개혁에 성공하는 것이 전 세계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이 티모시 가튼 애쉬의 판단이다.
다음은 <가디언>에 실린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 지난 2월 미국 백악관에서 자리를 함께한 시진핑과 오바마. ⓒAP=연합뉴스 |
시진핑과 오바마, 매우 다른 위기에 직면한 두 지도자
두 초강대국의 다음번 지도자가 같은 주에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버락 오바마와 시진핑이다. 유일한 차이점은 화요일(6일) 투표 전까지 그게 오바마일 것임을 우리가 몰랐다는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우리는 시진핑이 중국 최고 지도자가 될 것임을 8일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중국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가 개막되기 훨씬 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러한 우연의 일치는 두 가지 질문을 하게 만든다. 두 초강대국 중 어느 쪽이 더 강력해질까? 그리고 어느 쪽이 더 심각한 경제·정치 체제 위기에 직면해 있는가? 모순되는 질문처럼 들리지만, 답은 모두 중국이다.
규모, "후진성의 이점", 기업가 기질이 있는 사람들, 제국의 역사 및 "부와 권력"을 향한 개인적·집단적인 갈망 덕분에 중국은 상대적으로 더 강력해질 것이다. 그리고 모든 권력은 상대적이라는 점에서, 미국은 상대적으로 약해질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또한 매우 심각한 체제 문제를 안고 있다. 발흥 속도를 늦출 뿐만 아니라, 중국을 불안정하고 예측할 수 없으며 심지어 공격적인 국가로 만들 수도 있는 문제들이다.
미국은 조지 부시 집권기 후반부터 지난 5년여 동안 매우 고통스런 시간을 보냈다. 남의 불행을 보며 느끼는 쾌감 같은 건 조금도 없이 말하자면, 예측컨대 중국은 향후 5년 이상 고통스런 시간에 직면할 것이다.
우리는 미국의 문제에 대해 알고 있다. 그것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 철저히 공표됐고, 오바마도 수락 연설에서 이에 대해 언급했다. 적자와 부채, 교착상태에 빠진 의회, 방치된 사회 공공시설과 학교, 외국 석유에 대한 의존, 정치를 옥죄는 금권. 난 이 문제들을 다루는 것의 어려움을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우리가 미국의 이런 문제점들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기자-그러나) 우리는 중국이 안고 있는 문제의 전체 규모를 모른다. 이를 제대로 보도하는 것이 중국 언론에 허용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당-국가의 심의에서 문제들은 이데올로기로 코드화된 문구 뒤로 은폐된다.
중국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속도도 가장 빠른 산업혁명을 겪어왔다. 중국의 도시 인구는 지난 30년 동안 4억 8000만 명 정도 늘었다. 그 결과 지금은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산다. 시골에서 공급되는 값싼 노동력이 고갈되는 '루이스 변곡점'(기자-개발도상국에서 도시화가 어느 정도 이뤄지면 성장이 정체된다는 이론)에 가까워졌을 수도 있다. 또한 미국이 영원히 (기자-중국 제품) 소비처가 되리라 믿고 의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중국은 내수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의 문제 중 많은 부분은 레닌주의적 자본주의라고 부를 수 있는 기묘한 체제에서 비롯된다. (기자-중국을 이끄는) 핵심 직위는 막후에서 교섭과 음모를 통해 사전에 결정된다. 그러나 동시에 광대한 중국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가까스로 통제되는 분권화 상태이며 어떤 수단을 써도 상관없는 혼성 자본주의다. 역동적이지만 기형적인 경제 발전이 바로 그 결과다. 예컨대 도시들은 궁극적으로 당-국가가 통제하는 금융 기관에 악성 부채를 잔뜩 지고 있다.
돈과 정치의 연계는 미국 체제를 짓누르는 정수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옛 소련 및 동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중국에도 여전히 공산당 지도자이면서 어마어마한 부자가 된 사람들이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시진핑 일가의 재산은 10억 달러에 근접한다. <뉴욕타임스>는 원자바오 총리 일가의 재산이 27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위기는 개혁이나 혁명을 촉진할 수 있다. 점점 시급해지는 개혁이 만약 실시되더라도, 그것이 당장 서구식 자유민주주의로 귀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몇몇 공산당 분석가들마저 인정하는 것처럼, 중국의 장기적인 국익을 위해 변화는 법치, 책임성, 사회 보장,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세계의 나머지 지역에 사는 우리는 미국과 중국의 개혁 성공에 실존적인 이해관계가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과 같은, 미국의 동맹 세력과 중국이 호전적으로 대치하는 것은 초강대국끼리 경쟁하는 초기 단계에서 매우 불안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는 중국과 미국의 공중(公衆) 사이에서 상호 불신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의 구조적 문제를 풀 능력이 없는 불행한 나라들은 분노를 외부에 터트릴 공산이 크다. 우리는 미국과 중국 모두 (기자-개혁에) 성공하기를 바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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