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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립 어린이집을 공동육아 돌봄 협동조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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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립 어린이집을 공동육아 돌봄 협동조합으로

[도시, 욕망을 벗다①-1中] 2012 하반기 노원구 기대작

상편(☞한 해 60명, 사람을 살리는 구청장)에서 계속

군대 '짬밥'보다 못한 식탁, 교사에게 학대당하는 아이들, 어린이집 관련 '사건·사고' 보도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어린이집이 양적으로 급격히 팽창한 결과이겠지만, 질적 성장이 아쉽다. 젊은 부부들은 공동육아를 꿈꾸기도 하지만 우리 동네에 공동육아를 하는 사람들도 없고, 있다 한들 상대적으로 큰 비용 때문에 섣불리 나서기 쉽지 않다.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어린이집 문제를 '협동조합'으로 풀기로 했다. 어차피 개인에게 위탁해 운영하는 구립 어린이집을 돌봄 협동조합 형태로 만들어 부모들이 주인이 되는 어린이집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자체가 공동육아를 적극 지원하는 셈이다.

▲ 김성환 노원구청장 ⓒ프레시안(최형락)
"대체로 구립 어린이집은 어린이집을 해보려는 특정 개인이 법인 이름을 빌려 위탁 받아 합니다. 법인 명의이지만 사실상 개인이 운영을 해온 거죠. 구청에만 잘 보이면 계속 하는 거예요. 그런데 어린이집과 부모 사이에는 일종의 갑을 관계가 생깁니다. 부모가 어린이집에 큰 소리 못 쳐요. 자기 아이가 홀대 받을까봐. 게다가 구립은 사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원을 많이 받다 보니 대기인이 많습니다. '싫으면 딴 데 가던가요' 그러니까 부모가 항상 약자의 입장에 서게 되죠. 그래서 부모가 이용자가 아니라 주인으로 참여하면 어린이집이 훨씬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죠."

구의 예산이 지원되는 어린이집을 특정 개인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 돌려준다는 원칙이다.

"일종의 공동 육아인데, 공동육아는 모든 비용을 공동육아 참여자가 부담하니 500~1000만 원의 돈을 내야 해요. 공동육아를 결단 하는 사람들끼리는 친해지는데 비용 부담이 크다보니 확장성이 없어요. 구에서 어차피 비용을 지원하는 어린이집이니까 특정 법인이나 개인이 아니라, 협동조합에 운영권을 주고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한다면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주인의식을 갖고 할 수 있겠죠."

올해 12월 협동조합법이 시행되면 돌봄 협동조합이 본격화된다.

"구청에 있는 직장어린이집은 구청 노동조합이 수탁을 해서 협동조합 구성하고, 다른 데도 마찬가지로 동네 단위 돌범 협동조합이 동네 아이들 스스로 돌보게 됩니다. 구청은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거나 협동조합 간부들과 회원들이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는 교육 훈련 지원하는 거죠. 유럽에 가서 보더라도 대규모 자본 들어가는 사업은 주식회사가 유리하지만, 소비자 협동조합, 생활 협동조합, 돌봄 협동조합 등 노동력이 다수가 투입되는 공동체 사업은 자기가 월급 받는 노동자로 참여하는 것보다 일정한 주인의식 갖고 참여하는 협동조합이 훨씬 긍정적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시범적으로 운영되는 구청 어린이집에는 100여 명의 조합원이 가입을 했다. 일반 어린이집은 원장이 보육교사 임용권을 행사하는데, 협동조합 방식 어린이집은 조합원인 부모들이 보육교사나 직원면접에 참여해 '인사권'을 행사한다. 운영 방식이나 프로그램도 부모들이 참여하는 조합 총회와 운영위원회를 통해 결정된다. 12월에는 새로 문을 여는 육군사관학교 내 어린이집과 북부여성발전센터 내 어린이집이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 노원구청 직장어린이집 학부모 조합원 총회 모습. ⓒ노원구

돌봄 협동조합은 '보육'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 공동체 형성 전략이 담겨 있다.

"협동조합이 발전되고 아이들이 크면 방과 후 활동도 지원하고 동네에서 노인과 학생들을 돌보는 데이케어 활동도 하면 지역 공동체를 복원하고 활성화 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는 판단입니다."

그런데 가능할까? 협동조합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주성이 중요하다. 대도시에서는 요동치는 전세값, 이직 등으로 이사가 잦은 편이다. 김 구청장은 협동조합이 정주성을 높이고 공동체성을 회복 할 수 있는 단초라고 봤다.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초기에 잘 결합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상계1동에 성미산 같은 공동체가 있는데 공동육아 하던 아이들이 다 크니까 공동체가 방과후 북카페로 전환되더라구요. 모여 있으니까 이사를 덜 가는 거죠. 협동조합은 결국 면대면 결합입니다. 사람이 산다는 것이 아파트 평수에 따라 이사를 다니는 게 아니라, 가능하면 생활 근거지에서 이웃과 서로 돕고 행복을 느끼는 것 아니겠어요. 우리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도시형 공동체가 아닌가 합니다. 지역의 건강한 풀뿌리들이 생활적 공간을 통해 확대되면 대한민국의 뿌리가 강화될 것입니다."

ⓒ프레시안(최형락)

베이비부머 세대들에게 귀농귀촌이 인기다. 그들에게는 '고향'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40년 전 인구의 90%가 농어촌에 살았다. 그들에게 고향을 물으면 "하동이요", "해남이요", "횡성이요", "시흥이요"라는 대답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80년대 이후 출생들에게 고향을 묻는다면? 대답은 "서울이요", "인천이요" 정도다. 어려서부터 이주가 잦아 특정한 지역에 향수를 느끼지 않는다. 요즘 태어나는 아이들도 훗날 고향을 물으면 "상계동이요", "노원이요"라고 자신있게 답할 수 있는 날이 올까. 협동조합이 도시 공동체성 회복의 단초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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