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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갱이' 낙인의 시대에서 '교통방해죄' 괴롭히기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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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갱이' 낙인의 시대에서 '교통방해죄' 괴롭히기 시대로

표현의 자유 시민강좌, 오늘 명예훼손-선거법 강의

'막걸리 보안법'이라는 말이 유행하던 시대가 있었다. 선술집에서 막걸리 한 잔 걸치며 대통령 욕 한 마디만 해도 보안법 위반으로 끌려가 혹독한 고문 끝에 옥살이를 해야 했다. 이들에게 씌워진 낙인은 "빨갱이"였다. 1960~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에 가장 효율적인 표현의 자유 억압 수단은 '빨갱이'였다. 총칼을 겨누고 있는 북한과의 대립 상황은 국내의 사상통제와 표현의 자유 억압에 유용한 수단이었다. 그렇다면 민주화 이후의 지배권력들은 어떤 식으로 대중의 사상과 언론을 통제하고 있을까.

지난 19일 열린 표현의 자유 시민강좌 제1강을 맡은 이호중 서강대 교수는 "2000년대 이후부터는 국가보안법을 여기저기 적용해 빨갱이라는 낙인을 찍는 방식보다, 정치색을 탈색 시키면서 시민들의 주장을 무력화 시키는 방법을 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이호중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이 교수는 "빨갱이라는 낙인이 우리 사회에 가져오는 효과라는 것이 엄청났다"며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파업을 해도, 학생운동 집회를 해도 웬만하면 국가보안법을 들이대 통제했고, 빨갱이라는 낙인은 한국사회에서 어떤 주장을 표현하는 집단을 왕따 시키는 정치적 기제를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지금도 보수언론들은 특정 집회와 주장에 대해 친북세력이 개입해 조종하고 있다는 식으로 공세를 계속하며 '종북좌파'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빨갱이라는 낙인 기법이 잘 먹히지 않는 것 같다"며 "언론소비자주권운동은 공갈죄를 적용해 파렴치범으로 보이게 하고, 촛불집회도 집시법이 아닌 일반교통방해죄 등을 적용하며 시민들의 불편함을 부각시키는 등 정치적 색깔을 탈색시키는 방향으로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고 있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배경적 요인으로 '신자유주의의 문제'를 들었다. 이 교수는 "신자유주의가 1%대 99%의 싸움으로 나타나면서 다수의 서민들이 자본의 횡포에 불만을 느끼고, 자본을 지원해주는 국가권력의 모습에 대한 저항운동이 희망버스와 같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권력의 입장에서는 신자우주의 속에서 계급갈등을 처리하는 통제 수단으로 표현의 자유 억압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법치주의, 국가가 지켜야 할 원칙

이 교수는 특히 정부가 '법질서', '법치주의', '무관용 원칙'를 강조하고 있는 맥락을 잘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치'라는 것은 시민들에게 법을 잘 지키라고 하는 이론이 아니라, 국가의 공권력 행사 요건과 한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요즘은 법치가 공권력 규제가 아니라, 시민들의 행동규범인 것처럼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시민들이 집단적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기 위해 집회를 하는 것도 '떼법'이라는 표현으로 격하시켜 헌법적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것이다.

요즘 흔히 쓰이는 '법질서'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 교수는 "요즘 말하는 '법질서'라는 표현은 먹고 살기 힘든 세상에서 취업도 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너 스스로를 발전 시키고 경제적으로 성공하는 인간이 돼라는 식의 이데올로기를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주입시키는 정책"이라며 "요즘 초중고에서 하는 법교육을 보면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 안에서 스스로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준법정신만을 강조하는 것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무관용 원칙'도 마찬가지다. "범법자는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겠다"는 것인데, 2008년 촛불집회가 1000명 이상의 전과자를 낳았고, 희망버스도 최소 200~300명이 전과자가 되는 결과가 예상된다.

이 교수는 "유모차 끌고 나온 엄마들, 중고등학생들에게 줄기차게 소환 통보를 하고 일반교통방해죄를 걸어 소환하고 처벌하는 방식으로 가면 결국 집회나 시위에 대한 참여 의지와 욕구를 스스로 자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며 "특정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의 저항운동 힘과 세력을 끊임없이 분리시키고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성', '공익'이라는 개념의 변질도 유념해서 봐야 한다고. 이 교수는 "파업, 시위에의 의한 기업 경제적 손실, 시민 불편 증가, 국가 경쟁력 감소 등 행동의 결과가 항상 경제 손실 수치가 얼마나 된다는 식의 관점에서 다뤄지고 있다"며 "자본의 언어로 담론이 변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집회와 시위는 주로 공공장소, 즉 도로나 광장에서 일어나는데 이 공간이 치열하게 토론하고 논의하며 시민들이 의사소통하는 민주주의의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의 왕래를 막아 경제적 이익을 못 얻게 하는 것으로 치부해버린다"며 "공익이라는 개념이 국가의 신자유주의적 경쟁력 증진이라는 논리 담론으로 왜곡되고 변질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 예로 "희망버스를 타는 사람들은 비정규직 문제라는 사회 공익적 차원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부산 지역 사람들은 집회 때문에 부산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고 반대를 한다"며 "공익이라는 것도 사적 주체의 이익 극대화라는 관점에서 다뤄지고, 공적인 행위들이 결국 시민들의 싸움이 되고 만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무엇이 공적인 것이고, 무엇이 공익인 것인지 대해 우리가 조금 더 정신을 차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표현의 자유 특강 제 2강 26일 프레시안 제1강의실에서 열립니다. 2강 제목은 "욕해도, 의혹만 제기해도 잡혀간다"입니다. 명예훼손과 모욕죄, 공직선거법에 대해 박경신 고려대 교수, 박주민 변호사가 강의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포스터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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