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2일 '전효숙 파동'과 관련해 야3당의 중재안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정치적 타결이 무산됨에 따라 14일은 물론이고 19일 본회의에서도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의 처리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직권상정을 배제한다면, 헌법재판소장이 공석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목전에 다가온 셈이다.
한나라당 내의 강경론이 확인됨에 따라 이날 야3당의 중재안 수용 가능성을 시사했던 강재섭 대표의 리더십도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한나라 "향후에도 어떠한 당론 변경도 없을 것"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원내대표단 회의 뒤 기자회견을 갖고 "법사위에서 회부되는 것도 수용할 수 없고,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가 있더라도 한나라당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면서 "향후에 이 문제와 관련한 당론 변경은 없을 것"이라고 중재안 거부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전효숙 헌재소장 임명동의 과정에서의 법률적 하자가 지적됐고 이미 치유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편법에 타협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한나라당의 입장이 옳은 것인지는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이 기존의 강경 입장을 재확인함에 따라 14일 본회의 처리는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야3당도 열린우리당의 단독 처리나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에는 반대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어 교착정국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강재섭 '궁지'…지도부 리더십 사면초가
한나라당의 이 같은 결정은 강재섭 대표가 "계속 반대만 하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청문회를 하는 것이 옳은지 판단해 봐야 한다"고 야3당의 중재안 수용 입장을 밝힌 직후 나온 것. 이로써 강 대표의 리더십에 심각한 균열이 불가피해졌다. 지도부가 또다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노출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를 의식한 듯 "오늘 의원총회에서 강재섭 대표께서 특별한 의견을 가지고 말한 것은 아니고 (중재안 수용과 관련해) 그런 해석도 가능하다는 수준의 설명이 있었다"면서 "지도부 내의 의견충돌과 대립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강 대표의 발언과 관련해 당내 비주류 및 강경보수파들은 크게 반발했다. 정두언 의원은 "이 상황은 한 마디로 코미디"라며 "헌재소장이라는 자리가 어떤 자리냐. 법적 하자가 있으면 안 되는 것이지 중재안은 또 무슨 중재안이냐"고 반발했다. 김정훈 의원도 지도부의 갈지자 행보에 대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방호 의원은 "한나라당은 인사청문회 이전에 절차상의 문제를 파악하지 못했고, 논란이 제기된 이후에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켰다"며 "강재섭 대표는 광화문에 나와 드러누우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원칙 없는 정치적 타협이나 본회의 퇴장 등 소극적 대응으로 야당의 소임을 다했다는 안일한 인식은 절대 금물"이라며 "원칙적으로 이 문제에 잘못 대응한 한나라당 지도부는 지금이라도 국민에게 사과하고, 전 후보자 편법임명에 강력히 대처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한나라당이 강공 드라이브를 지속할 경우, 교착정국의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국정 발목잡기로 헌재 공백 상태를 초래했다는 비난여론을 피해갈 수 없다는 정치적 고려를 강조하는 기류도 눈에 띈다.
법사위 소속인 박세환 의원은 "전 후보자에게 하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야가 원만한 합의를 통해 법사위 청문회를 수용한다면 그 속에서 하자를 치유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라고 거들었다.
박 의원은 "아무런 대안 없이 무작정 반대만 하고 있는 것은 분명 정치적인 부담이 있다"며 "국민들은 어떻게든 헌정 질서가 조속히 안정을 되찾는 것을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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