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심 재판에서 패소하고도 4대강 사업 부지로 지정된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 '팔당 유기농지'에 대한 강제수용에 나서 이 일대에 다시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당장 2일 오전엔 포클레인과 덤프트럭 등 공사를 위한 중장비가 마을 어귀까지 진입했다. 한 농민의 말처럼, "4대강 사업이 사법부의 판결보다 위에 있는" 셈이다.
하루 전인 1일, 농민들은 양평경찰서로부터 '곧 계고장을 보내겠다'는 전화 통보를 받았다. 곧바로 2일 오전, 시공사로부터 자전거도로 공사를 시작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두물머리에 토지 측량이 아닌 '4대강 공사'를 위해 건설장비가 들어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 일대 유기농지에 대한 행정대집행 절차가 수순을 밟고 있는 셈이다.
▲ 유기 농산물을 생산하는 비닐하우스 위로 '농업 사수'라고 쓰인 깃발이 보인다. ⓒ프레시안(최형락) |
앞서 4대강 사업 보상 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달 24일 지장물 보상금을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에 공탁하고, 현재 두물머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4가구에 '25일부터 토지 수용을 개시하겠다'고 통보했다.
재판에서 이기고도 농지를 강제로 빼앗길 위기에 놓인 농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첫 번째 공사가 예고된 이 날에도, 공사 장비 진입을 막기 위해 전날 밤부터 모여 뜬 눈으로 밤을 지새야 했다. 1년 넘게 '생명·평화 미사'로 농민들과 함께해온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 사제들도 함께 자리를 지켰다.
'농지 보존·친환경 농업 사수를 위한 팔당공동대책위원회(팔당 공대위)' 유영훈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항상 강조하는 것이 '법치국가'지만, 법원 판결도 무시한 '법치'가 어디에 있느냐"며 "법원이 농민들의 손을 들어준 이상,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공사를 막아 내겠다"고 말했다.
▲ 평온했던 두물머리에 다시 긴장감이 감돌았다. 2일 시공사의 공사 강행 소식에 장비 진입을 막기 위해 농지 어귀로 모여든 농민들. ⓒ프레시안(선명수) |
이날 마을 어귀까지 진입한 공사 장비는 결국 오전 10시께가 돼서야 발길을 돌렸다. 시공사 측은 "공사 장비 중 하나에 결함이 생겨 장비 교체 후 곧바로 공사를 시작할 것"이란 입장이지만, 강제수용이 수순을 밟아감에 따라 농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유기농으로 다져진 옥토를 뒤엎고 콘크리트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공사가 내일이 될지, 모레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농민들은 긴장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유 위원장은 "양평군은 유기농민들에게 9월 팔당에서 열릴 세계유기농대회의 협조를 요청하면서도, 한 편에선 오랜 세월 경작해온 유기농지를 밀어버릴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끝까지 싸우겠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한강 살리기 사업 1공구'로 지정된 두물머리는 1공구의 13지구 중 현재까지 유일하게 4대강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지역이다. 아울러 4대강 사업에 관련한 소송 중 정부가 패소한 유일한 지역으로, 양평군 입장에선 '4대강 저항'의 상징이 된 이 지역의 착공에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곳의 유기농지를 밀어내고 자전거 도로와 위락 시설 등을 조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
앞서 수원지법은 지난 2월 두물머리 농민들이 양평군을 상대로 낸 '하천점용허가 취소'의 취소를 청구하는 소송에서 "4대강 사업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이 점용허가를 시급히 철회할 만큼 공익적으로 우월하지 않다"며 농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양평군은 다음날 즉각 항소해 현재 서울고등법원에 계류 중이다.
정부는 2007년 두물머리에서 유기농 경작을 하는 11개 농가에 대해 2012년 12월까지 5년간 하천점용허가를 내줬으나, 지난해 3월 이 일대가 4대강 사업(한강 1공구) 부지로 선정되자 하천점용허가 취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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