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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격나선 청와대 "당청 차별화하면 인기 올라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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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반격나선 청와대 "당청 차별화하면 인기 올라가나"

여당에 배신감 토로하며 "문재인이 어때서" 역공

김병준 부총리 사태 와중에서도 극도로 말을 아끼던 청와대가 작심한 듯 여야 정치권과 언론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여당에 대한 강한 불만이 직설적 어조로 쏟아졌다.
  
  휴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출근하다 시피 하고 있는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은 3일 오후 예고도 없이 기자 간담회를 자청해 김병준 부총리 사태에 대한 여당의 태도를 비판하며 "당청 간 차별화라는 인식이 좋은 결실을 이룬 적이 있었냐"고 꼬집었다.
  
  또한 이 실장은 법무부 장관 인선과 관련해 "당 쪽에서 (문재인 전 수석이) 능력도 인품도 훌륭한데 그래도 법무부 장관은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나로선 이해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이 실장은 "도대체 코드 인사의 반대말은 무엇이냐"며 '코드의 필요성'을 수 차례 강조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당의장은 전날 "개인적으로 문 전 수석이 법무장관에 가장 적합하고 훌륭한 인물이라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국민들이 적합하다고 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실장은 "김병준 부총리 사태 진행 과정에서 내가 느낀 바를 피력하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노무현 대통령과 이 실장이 휴가 기간에도 계속 회동을 했고, 지난 26일부터 노 대통령의 발언이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날 이 실장의 직설적 발언은 노 대통령의 의중이 그대로 실린 것이라는 평가다.
  
  배신감 토로한 이병완 "당에 협조 부탁했었는데…"
  
  이병완 실장은 "참여정부는 인사문제에 있어선 진상규명이 첫 번째고 그 토대 위에서 책임을 따지는 것을 정도와 사리에 맞는 일이라고 보고 원칙으로 삼아 왔었다"면서 "그런데 김병준 부총리 사태는 정치적 이슈가 돼서 여론몰이가 되어버렸다"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주장과 주장이 서로 노출됐을 때는 같이 따지는 노력을 하는 것이 인간사의 최소한의 규범"이라며 "의혹이 여론재판이 되고 진상규명도 없이 사퇴요구가 나오는 구태적 정치문화와 폐습을 이제는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론적 부분을 강조하던 이 실장은 '김병준 사태' 와중의 여당 대응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 실장은 "(당청정 회합에서) 사실관계 규명이 중요하고 그 다음에 정치적 책임을 따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협조를 부탁했고 결국 청문회 수준의 전체회의가 열려 김 부총리에 대한 의혹이 부족하나마 많이 해소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위 이후 여당은 의혹은 많이 해소됐지만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냐"는 지적에 이 실장은 "그래서 내가 오늘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며 "당에서는 명예는 회복됐지만 정치적 이유 때문에 퇴진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런 것은 정말 맞지 않다"고 답했다.
  
  "당청 차별화?…그런다고 당이 단합되더냐?"
  
  이어 이 실장은 공격적 어조로 여당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이 실장은 "당청관계 차별화니 재정립이니 하는 표현은 이 시점(집권 후반기) 쯤 되면 항상 나오던 관행적 패턴"이라며 "당청 간 갈등이니, 차별화니 하는 인식이 과거 정권에서도 좋은 결실을 이룬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최근 여당의 움직임을 평가했다.
  
  이와 함께 이 실장은 "참여정부에서 권력 분권화와 민주화 과정을 거치며 대통령에게는 사실상 인사권이 유일한 핵심권한으로 남았다"며 "인사권이 흔들리는 것은 레임덕 차원이 아니라 국정운영이 표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인사권을 최대한 존중하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 실장은 "참여정부나 문민정부 시절 후반기에도 당청 갈등 상황이 벌어졌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이 단합되거나 인기가 올라가는 결과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고 재차 직접적 경고를 보냈다.
  
  "집권 후반기 당청 차별화가 옳지 않다면 당청 밀착이 필요하다는 말이냐"는 질문에 이 실장은 "상호간의 진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만 답했다. 그러나 "시각차를 좁히기 위해 대통령-당의장의 회동이라도 추진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실장은 즉각적으로 "생각해본 적 없다"며 일축했다.
  
  "문재인은 안 된다는 말 이해할 수 없어"
  
  후임 법무부 장관 인선과 관련해 이 실장은 "코드 인사, 코드 인사 하는데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동생인 로버트 케네디를 법무장관에 임명한 것은 무엇이냐"고 기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 실장은 "참여정부의 원칙과 기조에 동의하는 분을 국무위원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요건"이라며 "능력도 인품도 훌륭한데 그래도 (문재인 전 수석은) 안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도대체 능력과 인품보다 더 중요한 덕목이 뭐가 있냐"고 덧붙였다.
  
  "의혹 제기나 당청 갈등의 많은 부분이 '일부 언론'의 문제에 기인한다"며 '언론환경' 의 문제점을 지적한 이 실장은 "당은 언론의 흐름에 민감하게 가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이 실장은 "일부 언론의 동력, 의도에 대한 (여당의) 냉철한 자기판단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한편 김병준 부총리의 사의 표명 이후 노 대통령이 수리 여부에 대한 언급이 없어 일각에서 '혹시 반려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 실장은 "대통령께서는 여전히 말씀이 없으시다"면서도 "일단 김 부총리가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자제하던 청와대, 위기의식과 불만 한꺼번에 표출
  
  그간 극도로 입장 표명을 자제하던 청와대가 이처럼 직설적으로 입장을 밝히고 나섬에 따라 당청관계는 한층 더 복잡해지게 됐다.
  
  김 부총리의 거취 문제는 결국 자진사퇴로 가닥이 잡혔지만 "당청관계에서 주도권을 잡았다"고 자화자찬하는 여당에 반해 청와대는 "여당이 전혀 엄호를 해주지 않았다"며 "이게 무슨 여당이냐"는 불만을 속으로만 삭히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병완 비서실장이 '당청 분리로 당 지지율 높아진 적이 있더냐' '언론에 놀아나는 것 아니냐' 는 식의 공격적 발언과 함께 "문재인이 어때서"라고 반격을 가함에 따라 상황은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게 됐다.
  
  김 부총리 사의 표명 이후 청와대는 "대통령이 사표수리 여부에 대해 아무런 말이 없다"며 심상치 않은 기류를 암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자제'는 커녕 "이제 당 우위는 확고해졌다"며 "문재인은 안 된다"고 공세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결국 이 실장의 이날 발언은 "이대로 밀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위기의식과 "여당이 해도 너무한다"는 분노의 표출로 해석된다.
  
  이날 이 실장이 작심하고 펼쳐놓은 발언으로 대통령 휴가 복귀 후쯤 가닥이 잡힐 것 같던 당청관계는 다시 롤러코스터를 타게 됐다. 그러나 '당청 갈등은 공멸'임을 강조한 이 실장의 발언이 결국 다시 '당청갈등의 심화'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역설적 상황 속에서 여권의 돌파구는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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