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났음에도 정치권의 기상도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문재인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는 4일 "후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선 당에서 (문재인 전 수석이 아닌) 다른 분을 추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인사 문제는 조용히 교감하는 게 좋을 텐데 분위기가 이렇게 됐다"고 공개적인 비토론의 불가피성을 토로했다.
우리당은 지난달 28일 문 전 수석의 기용에 부정적인 당내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했고, 김성호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과 임내현 법률구조위원장 등 두 사람을 후임 장관 후보로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근태 의장도 전날 저녁 "개인적으로 문 전 수석이 법무장관에 가장 적합하고 훌륭한 인물이라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국민들이 적합하다고 보지 않는 것 같다"고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우리당의 이런 기류는 법무장관의 '자질' 이전에 민심과 여론에 역행하는 청와대의 인사 정책을 더 이상 수용할 수 없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
이는 대통령 고유권한인 인사권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기 어려운 처지인 당 입장에선 코드인사에 대한 비판 여론을 환기시키는 방식을 통해 제동을 걸고자 하는 의미가 있다. 노 대통령의 인사정책이 당청갈등의 진원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측면도 크다.
청와대에선 아직까지 이렇다 할 언질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문 전 수석을 기용하지 않겠다는 명시적 언급도 없다. 다만 청와대는 "여당의 반응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혀 쉽게 꺼내들 카드가 아닌 것만은 인정했다.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문재인 전 수석이 끝내 법무부 장관에 기용될 경우 '김병준 파동' 이상의 폭발력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청관계의 파국을 넘어 열린우리당과의 결별까지도 감수해야 하고, '마이웨이'식 국정운영의 책임은 고스란히 청와대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후임 법무부장관 인선이 늦어지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한나라 "문재인 부적절" vs 민노 "자질 검증이 우선"
한나라당도 문 전 수석의 기용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단순히 청와대에 대한 공세라는 의미 외에도 여권 분열의 촉매제로 작용해 정계개편으로 이어지는 '문재인 후폭풍'의 폭과 강도가 아무래도 신경 쓰이기 때문이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에 따라 "이제 실험적인 인사, 코드인사는 없어져야 한다"며 "도덕적이고 능력 있는 사람을 발굴하는 광폭인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황우여 사무총장은 "법무장관은 법조계에서도 존경과 신망을 받는 인물이어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문 전 수석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재인 법무장관 카드는 전형적인 코드인사로 검토 대상에서 아예 제외해야 한다"면서 "현 정권의 실패는 국민 여론을 무시한 오기 인사 때문으로 측근 챙기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소란과 갈등의 악순환은 게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노동당은 "코드인사라는 비판에 앞서 업무적합성을 꼼꼼히 따지는 것이 국회의 역할"이라며 오히려 "여당이 한발 앞서 문재인 임명 반대라는 입장을 밝힌 것은 인사권자의 권한을 정면으로 받아버리는 것"이라고 열린우리당을 겨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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