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괴한 침입 사건에 대한 경찰의 늑장·부실 수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여기에 조현오 경찰청장이 "국익을 위해 한 것이면 처벌해도 실익이 없다"는 취지로 말해 논란에 기름을 붓고 있다.
21일 경찰의 설명을 들어봐도 의심스러운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큰 의문은 CCTV 화면. 경찰은 사건 신고 접수 이틀 뒤인 18일 오후 5시에서야 호텔 측이 CCTV 화면 자료를 요청했다. "화면이 흐릿해 알아보기 힘들다"면서 화면 보정을 의뢰한 것도 20일이다.
국내 최고 특급호텔의 CCTV가 알아보기 힘들 정도라는 점도 석연치 않다. 롯데호텔에는 CCTV가 250여 대가 작동하고 있고 직원 6~7명이 24시간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면이 흐릿해서"라는 보도가 나가자 호텔 측은 "성능이 안 좋은 것은 아니다"고 펄쩍 뛰었다.
경찰이 아직까지 목격자 조사도 하지 않은 점도 의문스럽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용의자들은 인도네시아 특사단 직원에게 발각된 뒤 복도로 빠져나왔다가 호텔 직원과 마주쳤다. 그런데 경찰은 5일이 지나도록 이 목격자를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와중에 경찰에 사건이 신고된 지 얼마 안 돼 국정원 직원이 경찰서를 찾아가 보안을 요청한 사실도 드러나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남대문 경찰서에 따르면 사건이 벌어진 16일 다음 날인 17일 새벽 3시40분께 국정원 직원 1명이 경찰서를 찾아와 당시 상황실장과 강력 1팀장을 만나 신고 내용을 문의하고 "보안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하고 갔다.
외교관과 관련된 일이라 국정원이 관심을 보였다고 할 수 있지만 당시 사건 신고가 16일 밤 10시께 이뤄졌음을 감안하면 국정원이 '신속하게' 움직인 배경이 의심스럽다.
여기에 조 청장의 발언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정원이 그랬으면 수사 대상이 되느냐'라는 질문에 "국익을 위해 한 것인데 (침입자가 국정원 직원이라고) 밝혀졌을 경우 처벌해도 실익이 없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경찰 수뇌부부터 수사 의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분노하고 있다. 트위터 아이디 @feelfilm은 "실익이 없으면 범죄자도 기소 안 할 수 있군요. 조현오가 멋진 사실을 가르쳐 주시네요"라고 비난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국정원은 무슨 범죄를 저질러도 '국익을 위해 그랬다'면 모두 면책이 되는 거냐"며 "경찰청장이 수사 책임자지 기소 책임자인 검찰총장도 아니고, 판결하는 법관도 아니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syh24는 "협상 상대방의 호텔방 뒤지고 노트북 훔쳐 가다 걸려도 처벌 안 하는 나라로 알려져 또 나라 망신 당해도 실익이 없다 할테요"라고, @coduribun은 "이런 인간들 국민들 뒷조사만 하더니…국격을 망신 시킨 이놈들"이라고, @hjcho78은 "저렇게 허술하게 도둑질 하려다가 들킨 건 분명히 외교결례고 나라 망신"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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