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발생한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괴한 사건의 범인들이 국가정보원 요원들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국정원은 부인하고 있지만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가적 망신은 '원세훈 체제' 국정원에도 상당한 타격이 가해질 전망이다.
"걸리자 노트북 돌려 주고"
<조선일보>는 21일 "印尼(인니) 특사단 숙소 잠입자는 국정원 직원"이라는 제목으로 "국정원 직원들이 국익 차원에서 인도네시아 특사단의 협상 전략 등을 파악하려 했던 것"이라는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9시27분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19층 인도네시아 특사단 방에 들어가 노트북을 만지다 인도네시아 직원과 맞닥뜨리자 노트북을 돌려주고 자취를 감췄다. 당시 인도네시아 특사단 50여 명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위해 청와대로 출발한 뒤였고, 특사단 측 한 보과좐이 두고 간 물건을 가져가기 위해 호텔방으로 돌아왔다가 이들과 조우했다.
인도네시아 특사단은 국산 고등훈련기인 T-50과 신형 전차인 '흑표', 휴대용 대공미사일 '신궁' 등에 대한 수입을 논의하기 위해 방한했고, 국정원은 인도네시아의 가격 조건 등 협상 전략을 미리 파악하기 위해 '절도'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사건 발생 후 정황도 이들이 국정원 요원이었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 사건은 발생 후 13시간이 넘은 뒤에야 남대문경찰서 태평로 지구대에 신고됐고, 경찰은 수사를 위해 특사단으로부터 노트북 컴퓨터를 넘겨받았으나 특사단은 노트북에 담긴 정보 보호를 이유로 내용에 대한 접근을 거부했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확인서를 쓰고 노트북과 함께 18일 귀국했다.
외교가의 '소문'도 국정원 소행 가능성을 뒷받침한다는 분석이다. <조선일보>는 "이 사건과 관련해 서울에 주재하는 다른 나라 외교관들은 사태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며 "이 사건 발생 직후부터 서울 외교가에서 '한국 국정원이 큰 실수를 저질렀다더라'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으며, 일부 공관은 중요 전문(電文)으로 이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NTS 이정우를 데려오란 말이다"
누리꾼들도 대부분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이다. 트위터 아이디 @vincentyun은 "이번 국정원의 롯데호텔 여명' 작전은 영화와 현실의 차이가 어떤건지 확실히 보여줬다"고 비난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쥐20 손님맞이 어쩌구 하던 광고 뒤에 국익을 위한다며 손님 방 뒤지다 걸린 국정원 직원 사건, 공정한 사회를 외치는 대통령 뒤에서 비웃듯 반칙을 일삼는 고위공직자, 재벌들"이라고 비난했다.
"대체 왜? 목적이 나라망신이었을까"라는 누리꾼도 있고 "요즘은 여기 저기서 세계적으로 한국 국격 높아지는 소리가 많이 들리네요. 유엔의 인권 개선 권고라든지 국정원이라든지"라는 푸념도 보였다. "국정원을 흥신소 수준으로 격하시켜버린 정부, 안타깝다"는 식의 의견이 상당수였다.
또 다른 누리꾼은 "기무사 직원이고 총리실 직원이고 대놓고 민간인 사찰하다 걸리더니 이번에는 국정원이 외교관 사찰하다 걸린거냐"며 "국민이고 외교관이고 가릴 것 없이 무시하니까 이렇게 번번이 걸리고 다니는 거 아니냐"고 비꼬았다.
요즘 부쩍 늘어난 국내 첩보기관을 다룬 드라마 <아이리스>, <아테나> 등을 빗댄 글도 많았다. 누리꾼들은 "그럴바엔 NTS 이정우를 데려오란 말이다", "완전 생짜 아마추어도 아니고, 아이리스라도 좀 보지", "국격 돋는 아침에 아이리스 속편 찍다 걸린", "드라마로 이미지 홍보 할 생각 말고 국정원 직원들 훈련 좀 시켜라" 등등의 말이 실시간으로 쏟아지고 있다.
국정원은 그러나 이에 대해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 강력히 부인한다"고 밝혀 이후 벌어질 진실게임도 주목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