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무단 침입 사건과 관련해 인도네시아 야당도 자국 정부에 대한 공세를 시작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 양국 관계에도 파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네시아 야당인 투쟁민주당(PDI-P)의 하사누딘 의원은 21일 이번 사건을 언급하면서 인도네시아의 국가 안보에 구멍이 뚫린 일이라고 비난했다고 현지 <자카르타포스트>가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국회 국방·외무위원회 소속인 하사누딘 의원은 "우리의 국방 시스템은 대체 어떤 것이냐"며 "이런 부주의한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그는 침입자들이 자료를 훔쳐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며 "국방장관과 외무장관은 국민들 앞에 솔직해야 한다. 컴퓨터 파일이 도난당했다면 황당한 일이 아니었다고 말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번 사건의 파장을 최소화하려고 애쓰는 분위기다. 조코 수얀토 인도네시아 정치안보 조정 장관은 관영 <안타라> 통신에 "없어지거나 도난당한 것은 산업부 장관 직원의 노트북 컴퓨터에 있던 것"이라고 말했다.
수얀토 장관은 노트북 컴퓨터에는 인도네시아의 6개 권역 경제개발 계획에 대한 자국과 한국의 협력 자료 등이 저장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특사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한 푸르노모 유스지안토로 국방장관이 군사 문제와 관련된 자료를 가져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카르타포스트>는 특사단 숙소 무단 침입 사건이 한국 언론에 보도됐다고 전하면서 한국 경찰은 범인들이 양국 군사협력 비밀 자료 같은 특정 정보를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건이 국가정보원과 연루됐다는 <한겨레>, <조선일보>의 보도와 관련해 인도네시아는 한국 정부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조병제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인도네시아 측이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해줄 것을 문의했다"며 "우리 측은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고, 확인이 되는 대로 인도네시아 측에 알려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니콜라스 딴디 다멘 주한 인도네시아대사가 이날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를 방문해 박해윤 외교부 남아시아태평양국장을 면담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인도네시아 전문가인 전제성 전북대 정외과 교수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최근 몇 년간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관계가 아주 좋았는데 이번 일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제성 교수는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인도네시아에서는 한류 열풍이 불고, 한국도 다문화 문제로 인도네시아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관계'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며 "그런 상황에서 유감스러운 일이 일어났으니 정부가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신들도 이번 사건을 관심있게 보도하고 있다. <AP>, <AFP>, <로이터> 등 세계 주요 통신사들은 한국 언론 보도를 인용해 이 사건을 타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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