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참여연대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사무실 앞에는 국민행동본부, 재향군인회, 어버이연합, 자유총연맹 등 보수단체 회원 수백 명이 몰려와 집회를 벌였다.
그런데 집회가 끝난 후에도 돌아가지 않고 주변에 있던 일부 회원들이 오후 2시께 김기식 위원장이 사무실을 나서는 것을 보고 김 위원장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잡고 뺨을 때리는 폭행을 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침 경비 중이던 경찰들이 제지 해 김 위원장은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았다.
▲ 16일 오전 보수단체 회원들이 참여연대 건물에 진입하려 하자 경찰이 막고 있다. ⓒ뉴시스 |
참여연대에는 항의의 차원을 넘어선 협박 전화도 끊임없이 걸려오고 있다고 한다. 안진걸 민생희망팀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조선일보 광고에 전화번호가 실려 있어 '김정일의 앞잡이 폭파 시켜버리겠다', '테러하겠다'는 협박 전화가 오늘만 수백 통이 걸려왔다"고 말했다. 이날 보수단체의 집회에서도 "곡괭이로 건물을 파 버리겠다"는 등의 온갖 험한 욕설이 난무했다.
참여연대는 경찰에 시설보호 요청을 해둔 상태로, 사무실 주변에는 경찰 병력 100여 명이 상주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이날 오후에도 100여 명의 보수단체 회원들이 몰려와 집회를 벌이는 등 시차를 두고 계속 집회가 열리고 있다.
보수단체들 "종북세력 검증하겠다" 집결
보수단체들도 참여연대를 표적으로 결집하며 '빨갱이 사냥'에 나설 태세다. 바른사회시민회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시대정신,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여성이여는미래, 자유기업원 등이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참여연대를 맹비난했다.
'뉴라이트' 계열 보수단체인 민생경제정책연구소는 이날 열린 '새로운 대북전략' 토론회에서 "참여연대가 친북·종북 의도가 있는 것인지 공개검증해야 한다"며 "친북·종북세력 검증을 위해 오는 7월 시민사회대연합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진보계열 시민단체들도 이번 논란에 대해 공동대응 전선을 구축하고 있지만, '천안함 사건 진상규명'이라는 문제의 본질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날 시민평화포럼, 평화네트워크,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는 공동 성명을 통해 "'마녀 사냥'을 방불케 하는 여론몰이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에 강한 우려를 표한다"며 "특히 이명박 정부가 이를 유도하고 부채질하는 행태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참여연대가 제기한 의문점과 문제점은 다수의 우리 국민들이 의문을 갖고 궁금해 하는 사안들로서 충분히 제기될 수 있고, 또 해명돼야 할 사안들"이라며 "정부가 참여연대 서한에 대해 과민반응할 것이 아니라, 성실하게 답변하는 것이 도리에 맞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이처럼 불필요하고 시대착오적인 논쟁과 대립을 종식하기 위해 국회진상조사특위의 조속한 적극적 활동을 촉구하면서, 위기에 처한 한반도 평화와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제 시민사회와 협력해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 집회가 끝난 뒤에도 참여연대 앞에 남아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보수단체 회원. ⓒ프레시안(김하영) |
"본질은 천안함 진상규명. 이념 논쟁 경계"
또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노총,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한국진보연대, 평화재향군인회,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등 43개 단체는 이날 오전 서울 명동 향린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반도의 평화와 공존을 위해서는 천안함 사건의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진실이 규명돼야 하며, 이를 위해 천안함 사건 진실규명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공동행동을 발족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안진걸 팀장은 "안보 문제도 세계적 토론의 장에 얼마든지 놓을 수 있는 것인데 '등 뒤에서 칼을 꽂았다'고 한다"며 "이 논쟁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수구단체와 참여연대의 갈등과 폭력 양상만 너무 부각되면 문제의 본질은 천안함 사건 진상규명의 논점이 흐려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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