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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벚꽃 피면, 엄마는 어쩌면 좋지…"
[고잔동에서 온 편지<11>] 단원고 2학년 3반 유예은 학생 이야기
식탁에 빈 자리가 생겼다. 집안 어디에선가 늘 들리던 노랫소리가 사라졌다. 주인 없는 빈 방, 문을 열면 벽에 걸린 청색 자켓과 줄무늬 티셔츠가 보인다. 그 옷을 입고 환하게 웃고 있는 아이의 사진이 가족들을 맞는다. 단원고 2학년 3반 고(故) 유예은 학생이 이 방의 주인이다. 지난해 4월, 아버지 유경근 씨의 표현대로 예은이는 "너무나도 긴 수학여행"을
선명수 기자(=안산)
2015.04.08 07:03:38
"우리 강민이 옷, 죽을 때까지 입을 거예요"
[고잔동에서 온 편지<10>] 단원고 2학년7반 나강민 학생 이야기
강민이네 집은 새집입니다. 강민이에게 더 좋은 방을 마련해주고 싶어서 아빠가 지난해 4월 14일 계약한 집입니다. "평일에는 직장 다니니까 주말에 강민이 데리고 새집 구경시켜주려고 했는데" 강민이는 결국 새집, 새 방을 보지도 못한 채 아빠 곁을 떠났습니다. 아빠는 강민이가 집을 잃고 헤맬까 봐, 분향소와 하늘공원 강민이 자리에 새집 주소를 적은 종이를 놓
서어리 기자(=안산)
2015.04.03 18:44:48
"'거위의 꿈' 부르던 보미 목소리가 듣고 싶어요"
[고잔동에서 온 편지<9>] 단원고 2학년9반 이보미 학생 이야기
태어난 곳은 부천, 일곱 살까지 산 곳은 아산,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에야 안산으로 온 보미. 엄마는 별별 생각이 다 듭니다. "안산으로 이사 오지 말걸." 보미가 떠난 후로, 부질없는 생각들이 자꾸만 엄마를 괴롭힙니다. 보미에게는 다섯 살 터울의 언니가 있습니다. 언니가 보미를 거의 업고 키우다시피 할 정도로 돈독한 자매지간이었습니다. "우리 애들은 단 한
2015.04.02 13:44:04
"아프다고 수술받는 것도 죽은 딸한테 미안해요"
[고잔동에서 온 편지<7>] 단원고 2학년3반 유혜원 학생 이야기
혜원이는 사 남매 중 맏딸입니다. 두 살 아래 여동생, 그보다 한 살 아래 쌍둥이 남동생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있습니다. 동생들은 엄마 아빠보다 첫째 언니, 누나를 무서워할 정도로 혜원이는 집안 내 군기반장이었습니다. 학교에서도 어느 무리에 있든 리더 격이었습니다. 수련회, 체육대회 때면 친구들과 장기자랑을 했는데, 안무를 알려주는 건 모두 혜원이 몫이었습니
2015.03.30 11:46:57
"제주도행 배에서 뭐 할지 상상하던 아들이…"
[고잔동에서 온 편지<6>] 단원고 2학년7반 이수빈 학생 이야기
출산 예정일보다 한 달 일찍 태어나 인큐베이터 신세를 진 아이. 엄마는 집안 장손인 수빈이가 아프면 어떡하나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런 엄마의 걱정이 머쓱할 정도로 아무 탈 없이 쑥쑥 성장한 수빈이는 해마다 학교에서 체육 과목 상장을 쓸어모았습니다. 고1 체육대회 계주에서는 '역전의 용사'가 될 정도로 잘 달렸고, 축구부에서도 알아주는 명 플레이어였습니다.
2015.03.27 10:50:25
"이모에서 엄마 된 지 8년, 듬직했던 우리 큰아들…"
[고잔동에서 온 편지<5>] 단원고 2학년7반 김상호 학생 이야기
처음에는 엄마가 아닌 이모라고 불렀습니다. 상호는 재혼 가정의 첫째 아들이었습니다. "애기 때부터 엄마랑 떨어져 지내서, 엄마에 대한 정 같은 건 없었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처음엔 저를 많이 경계했어요." 이모에서 엄마가 된 지 고작 8년. 이제야 서로에게 익숙해졌다고 생각하던 차에, 때 이른 이별이 찾아왔습니다. "엄마 정 모르고 자란 아이였어요" 상호에
2015.03.26 09:31:47
"남들이 잊어도, 엄마가 심장에 새길게"
[고잔동에서 온 편지<4>] 단원고 2학년3반 정예진 학생 이야기
모든 게 그대로였다. 아이가 쓰던 필기구과 책상, 벽에 붙여놓은 메모지, 쓰레기통 안에 있는 휴지와 구겨진 종이까지. 모든 게 2014년 4월15일, 그 날에 멈춰 있었다. 그 방에 변한 것이 있다면 단 하나, 방의 주인이 사라졌을 뿐이다. "4월이 되면, 이 집 앞 골목에 벚꽃이 활짝 펴요. 그러면 정말 벚꽃길이 장난 아니게 멋있어요. 애들이 그 벚꽃 배
2015.03.25 08:09:43
"교복 입은 긴 머리 소녀 보면 숨도 못 쉬겠어요"
[고잔동에서 온 편지<3>] 단원고 2학년 2반 김수정 학생 이야기
"애기야…" 키도 늘씬, 어엿한 숙녀 얼굴을 한 수정이를, 엄마는 "우리 애기"라고 부릅니다. 엄마 눈엔 애기였지만, 수정이는 참 어른스러운 소녀였습니다. 대학 들어가는 언니에게 "인맥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훈계를 늘어놓을 정도로요. 학교 좋아하던 '친구 부자' 수정이 진로도 일찌감치 정했습니다. 방송 일을 하고 싶어 했습니다. 중학교 때도 방송반이었던
2015.03.24 07:1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