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25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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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 프랑크의 일기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89>
"다른 여자 아이들과 같은 식으로는 살지 않기로 결심했어. 나중에 어른이 돼서도 다른 부인들처럼 살지도 않을 거야. 난 너무 멋있게 태어났거든. 그러니까 이런 위기에서도 웃을 수 있는 거야. 내겐 아직도 겉으로 보여지지 않는 좋은 점들이 많아. 난 젊고, 강하고, 커다
도종환 시인
아홉 가지 덕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88>
장자는 "덕이 아니면서 오래 가는 것이란 이 세상에는 없다."고 했습니다. 『문심조룡』에서는 자식들에게 가르쳐야 할 구덕(九德), 즉 아홉 가지 덕의 노래가 있다고 합니다. "관대하면서도 위엄이 있을 것, 온화하면서도 자존심이 있을 것, 거침없이 말하면서도 공손할
단풍 드는 날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87>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은행나무 길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86>
가을 오후 상당산 고갯길을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단풍이 참 아름답게 물들고 있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미원을 거쳐 보은으로 가는 길을 지나다 가을 햇살에 반짝이는 노란 은행잎을 보면서 황홀하였습니다. 나는 길가에 줄 지어 선 은행나무 사이를 지나오며 나무들에
벌레 먹은 나뭇잎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85>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이 잘못인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 가며 살았다는
아, 얼마나 큰 죄를 짓고 있는 것인가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84>
내가 어려웠을 때 남모르게 나를 도와 준 사람이 있습니다. 내가 지쳐 쓰러졌을 때 내 어깨를 붙잡아 일으켜 준 사람이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모여 나를 비난하고 욕할 때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나를 변호해 준 사람이 있습니다. 내가 병들어 누웠을 때 내 병실을 찾아와 나
참 좋은 글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83>
시끄럽고 분주한 복판으로 차분하게 지나면서 침묵 속에 있는 평안을 기억하여라. 할 수 있는 대로, 굴복하지는 말고 모든 사람과 좋게 지내라. 조용하고 분명하게 너의 진실을 말하고 남의 말을 잘 들어라. 비록 무지하고 어리석지만 그들에게도 그들의 이야기가 있다
단풍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82>
단풍들은 일제히 손을 들어 제 몸처럼 뜨거운 노을을 가리키고 있네 도대체 무슨 사연이냐고 묻는 나에게 단풍들은 대답하네 이런 것이 삶이라고 그냥 이렇게 화르르 사는 일이 삶이라고 조태일 시인의 시「단풍」입니다. 초록 어린잎들은 봄이면 남쪽에서부터
고적한 날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81>
늘 다니던 길이 갑자기 고적해 보이는 날이 있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다니던 길인데 그 길이 넓어 보이고 허전해 보입니다.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을 때는 더욱 그러합니다. 그 길로 수없이 많은 사람이 지나가고 수많은 바퀴 자국이 오고갔는데, 잠시 보낼 것은 다 보
하느님의 사랑, 우리의 사랑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80>
지금 우리 시대의 기독교인 중에는 자기 형제를 사랑하기보다 미워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자기와 생각이 같지 않고, 계층이 다르고, 지역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형제를 미워하는 이가 얼마나 많습니까? 그들은 자기와 같은 이들만 사랑합니다. 자기와 같은 교회를 다니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