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국무총리가 지방선거를 앞둔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러브콜을 매몰차게 거절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존 정당과 연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확인 한 것이다.
***정동영 "우리는 한 배 타" vs 고건 "대한민국호라는 큰 배일 뿐"**
12일 서울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가진 양측의 오찬 회동에서 고 전 총리는 "이번 지방선거 차원에서 (열린우리당 등 기존 정당과) 연대하는 것은 지금까지 내가 얘기해 왔던 것과 거리가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는 정 의장이 "고 전 총리와 참여정부, 우리당은 한 배를 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방선거 연대를 주문한 데 대한 거절의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고 전 총리는 "우리가 한 배를 탔다는 것은 대한민국호라는 한 배에 국민 모두가 함께 타고 있다는 것"이라며 "대한민국호라는 큰 배에서 선실이 같고, 층이 같고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고 전 총리가 시장 시절 서울시가 복마전이라는 오명을 완전히 벗어버렸다"고 치켜세우며 "참여정부의 초대 총리로 많은 일을 하셨고 우리는 한 배를 탔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친분을 강조했으나 결국 무위로 끝났다.
정 의장은 "뉴라이트, 이명박 서울시장,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수구 3각편대가 강고해지고 있고 이들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고 전 총리가 평화세력, 개혁세력, 미래세력의 연대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 전 총리는 "지금은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지경"이라며 "하루하루 살기 힘든데 성추행이다, 골프다 해서 국민들은 말할 수 없는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최연희 의원과 함께 이해찬 국무총리의 골프 파동을 직공했다.
고 전 총리는 또 "(자신이) 대통령 권한대행 때 치른 4.15총선이 깨끗한 선거, 중립선거 면에서 획을 그었다"라고 정부여당과 자신 사이에 확실한 선을 긋기도 했다.
***고건 "전직 총리로서 우리당-한나라당의 행태 민망하다"**
본격적인 회동에 앞선 오프닝에서도 고 전 총리의 냉기는 확연했다.
정 의장은 "2년 전 오늘은 탄핵이 된 날인데 고 전 총리께서 당시 어려운 상황을 잘 관리하셔서 위기를 넘겼다"고 덕담했지만 고 전 총리는 "탄핵은 해소됐지만 정치적 리더십의 위기는 해소되지 않았다"고 매몰차게 응수했다.
고 전 총리는 또 성추행과 골프파문 현장검증에 열을 올리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을 "성추행과 골프파문 등 최근 사태에 대해 정치권이 노래방이다, 골프장이다 이런 곳을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검증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더욱 국민들을 화나게 한다"며 "전직 총리로서 민망하다"고 양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어색한 분위기를 해소하려는듯, 정 의장은 전날 사망한 개그맨 김형곤 씨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고 오찬 회동은 곧바로 비공개로 전환됐다.
약 두 시간이 지나 회동이 끝나고 시작 때와 마찬가지로 두 사람은 나란히 나왔지만 다소 굳은 표정으로 별다른 인사도 없이 각자 떠났다.
회동 직후 브리핑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40여 분이 지나서야 모습을 드러낸 우리당 민병두 의원과 고 전 총리 측의 김덕봉 공보수석은 "두 분(정 의장, 고 전 총리)께서 오해의 여지가 있을 수 있으니 가급적 전문을 공개하라고 하셨다"며 극히 간략한 브리핑에 그쳐 비공개 회동에서 만만찮은 신경전이 벌어졌음을 시사했다.
"다시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 공보수석은 "없다"고 짧게 답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