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당 의장 경선에 나선 김근태 후보가 8일 오전 고건 전 총리와 회동했다. 당권 경쟁 이슈인 '범양심세력 대연합'을 공식 제안해 고 전 총리로부터 "주파수를 맞추는 과정"이라는 긍정적 답변을 얻어냈다.
***고건 "우린 코드가 아니라 주파수 같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인천에서 열린 고 전 총리의 조찬 특강장을 방문해 조찬 회동을 갖고 "지방선거를 서로 협력해서 치렀으면 좋겠다"며 "전당대회 후 실질적인 대화와 협력을 위해 동맹군으로 참여할 것을 요청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고 전 총리는 "지금 정치적인 활동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적극적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다만 김 후보가 "민주개혁세력이 큰 위기에 처해 범양심세력 대연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고 전 총리에게 공개적인 압력을 더 넣기 위해 왔다"고 하자, 고 전 총리는 "우리는 코드가 아니라 주파수가 같다. 공개적으로 이야기한 것은 주파수를 맞추는 과정이다. 나는 공개방송을 좋아한다"고 화답했다.
이날 회동에 대해 김 후보 측은 "범양심세력 대연합론에 고 전 총리가 특별한 부정 없이 지나가 전체적인 기조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고 전 총리도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범양심세력 대연합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그 취지에 동의한다"며 "지방선거에 같이 앞장서자는 제의에 대해선 대답할 입장이 아니지만 앞으로 역사적 소명에 대해 결단을 하는 시점이 오면 같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범양심세력 대연합' 탄력 받을까**
김 후보는 이날 회동을 위해 전날 인천에 있는 한 호텔에서 묵었다고 한다. 공을 들인 대로 고 전 총리와의 회동을 성사시킴으로써 김 후보는 자신이 내세우는 이슈인 '범양심세력 대연합론'의 모양새를 가시화하는 성과를 얻었다.
김 후보 캠프 대변인 격인 우원식 의원은 "오늘 자리의 의미는 공개적으로 만나서 당원과 국민들에게 연대의 필요성에 서로 동의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공식적인 세리모니"라고 평가했다.
우 의원은 "고 전 총리는 전당대회 결과를 주목하는 것 같다"며 "김 후보가 당 의장이 되면 공식적으로 지방선거 연대 방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향후 절차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결국 고 전 총리에 대한 김 후보의 적극적인 '구애'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나름의 카드를 당 의장 경선장에 내 놓은 것이다. 김 후보 측은 "대의원들에게 '지지율 1위 회복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라는 정동영 후보의 슬로건보다 훨씬 체감효과가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고 전 총리 측도 "김 후보가 장사를 잘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고 전 총리는 '주파수를 열어놓고 있다'는 말의 의미에 대해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에도) 늘 열어놓고 있다. 정동영 후보와도 마찬가지"라고 적극적인 의미부여는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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