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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강금실, 언제까지 '침묵'으로 주인공 노릇 할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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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강금실, 언제까지 '침묵'으로 주인공 노릇 할건가"

[기자의 눈]머뭇거리는 시간만큼 소모적 논란만 지속

고건 전 총리,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의 거취가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다. 2중 3중 러브콜을 받고 있는 고 전 총리가 어느 세력과 손을 잡을지, 강 전 장관이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지에 따라 지방선거 판세가 요동치기 때문이다.

이들의 '입'은 아직까지 무겁다. 고 전 총리는 24일 연세대 특강에서 '기존 정당에 입당할 것인지, 독자적인 정당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정치적 결단을 내리지 않아 말은 못 하지만 이에 대해 여러분들의 좋은 의견을 많이 듣고 있다"고 뭉뚱그렸다.

고 전 총리는 대권 도전이라는 장기 목표 하에 한 발 한 발을 떼고 있다. 그는 이날 대권 도전에 대한 질문을 받고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현 시점에서 해야 할 역할에 대한 구상을 가다듬고 있으며 때 늦지 않게 결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에서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게 유리한지도 이 맥락에서 결정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가 하면 강 전 장관은 정치권에 발을 들이고 싶지 않은 개인적 심정과 여권의 '강권'을 단박에 자르기 힘든 환경 사이에서 갈등이 큰 모양이다.

강 전 장관은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과의 통화에서 "출마를 거부할 구실이 자꾸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정치에는 여전히 뜻이 없지만 외부로부터의 압박이 너무 강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강 전 장관은 또 "지난 1월 초부터 본의 아니게 고민하게 됐고, 지금도 여전히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며 "선거라는 광풍의 과정을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이고, 선거에서 이기든 지든 강금실이라는 사람의 본질을 지켜낼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건-강금실, 알듯 말듯한 '침묵'으로 주인공 노릇은 이제 그만**

이날 두 사람의 발언은 어느 쪽으로든 결단의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렇다면 되도록 빨리, 분명하게 입장을 정리해내는 게 좋을 듯하다. 아무래도 이 두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에 정치권이 사활을 걸고 매달리는 상황에선 그다지 생산적인 얘기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고 전 총리는 "'몸값 불리기'가 좀 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당의 한 재선의원은 "우리당 입당과는 별개로, 고 전 총리가 이런 식의 태도를 오래 가져가는 것은 지방선거는 물론이고 고 전 총리 자신에게도 별 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조적 실용주의'라는 나름의 노선도 정했고 잇따른 '특강정치'를 통해 정치 활동을 사실상 본격화했다면, 지방선거부터 자신의 노선을 국민들에게 내놓고 검증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독자 세력화냐, 기존 세력과의 연대냐는 방법론은 고 전 총리가 선택할 몫이지만, 지방선거 판세나 그 후의 지형변화를 놓고 주판알만 튕겨선 선거를 정치공학의 영역으로 축소시키는 데 일조할 뿐이다. 더 이상 열린우리당, 민주당은 물론 한나라당까지 '고건 끌어들이기'에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고 전 총리의 결단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이에 반해 강 전 장관을 지방선거의 주인공으로 만든 것은 열린우리당의 득실계산이 원인인 만큼 그에게 '결자해지'를 요구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렇더라도 강 전 장관이 자신에게 넘어온 공을 오래 만지작거릴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미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선 '강금실 영입 경쟁'이 난무했다. 그 과정에서 각종 미확인 설이 나돌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강 전 장관이 여권 인사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해 온 것은 사실인 듯 하다. 여권의 요구가 무엇인지 들을 만큼 들었고 알 만큼 알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강 전 장관이 입장 표명을 미루는 사이 우리당에선 웃지 못 할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계안, 민병두 의원 등이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금실 단수후보'로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 리스트가 작성돼 보고됐다. 인선을 미뤄두고 있는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는 사실상 '강금실 모시기'를 위해 비워둔 게 아니냐는 말도 파다하다.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이 강 전 장관의 영입 문제를 챙기고 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위험한' 얘기까지 꼬리를 물고 있다.

강 전 장관은 "3월 안으로는 결론을 내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여권에선 3월 중순 입당설이 중론이다. 3월 19일 당내 경선의 시작 직전에 입당함으로써 주목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따른 관측이다. 혹여 강 전 장관이 출마 의중을 굳힌 상태에서 이런 정치 일정표에 맞추려는 생각이라면 그동안의 '심적 갈등'마저도 '작전'으로 비쳐질 수 있다.

이런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해소하려면 가타부타 강 전 장관의 빠른 입장표명 외에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

지방선거는 100일도 안 남았다. 지금 각 정치세력의 상황을 봐선 정책경쟁을 하기에 넉넉한 시간이 아니다. 고건-강금실에 매달려 한 치의 진전도 없이 정체된 국면을 트려면 아무래도 두 사람이 책임 있는 모습을 서둘러 보여야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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