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자신은 반값으로 공약을 한 일은 없습니다마는…, 장학금 제도를 더 확대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렇게 봅니다. 자기가 등록금을 내고 다닐 수 있는 형편이 되는 사람은 내는 것이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은 이자를 낮추고 이자 없이 또 등록비 없이, 이자없이 하는 그런 쪽으로 우리가 확대해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요. 자율에 맡겼다고 해서 모두 다 시장경제에 의해서 무한정 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이명박 대통령, 2008년 9월 9일 대통령과의 대화)
4대강 사업 예산 논란에 가려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2010년도 교육 예산도 여야 간의 치열한 다툼이 벌어질 전망이다. 야권은 25일 일제히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교육 예산이 삭감돼 제도의 취지가 왜곡됐다며 이명박 정부의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를 비판했다.
"베끼려면 제대로 베끼지"
권영길, 김영진, 김진표, 안민석, 이종걸, 최재성 의원 등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민주당,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이 제도와 관련해 국회에 3395억 원의 예산안을 제출한 지 한 달을 훌쩍 넘겨 이제야 시행방안을 발표했다"며 "국회 예산안 및 한국장학재단 채권발행 정부지급보증 승인 심사 직전에 시행방안을 내놓는 행태는 국회를 거수기로 인식하는 정부의 태도를 그대로 보여준 것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저소득층 무상장학금 혜택은 크게 줄이고 등록금 전액 무제한 대출로 인해 예상되는 엄청난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기 위한 방안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고 비난했다.
우선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됐다. 김진표 의원은 "야당의 등록금 후불제를 베끼려면 제대로 베껴야지, 이자율을 낮추고 등록금 상한제가 동시에 도입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제도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일단 이자율이 높다는 것이다. 등록금 대출 금리가 5.8%로 책정됐는데, 김 의원은 "15년 상환으로 계산하면 이자가 원금보다 많게 되고, 그래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무이자로 한다"며 "우리나라 모든 정채금리가 3%, 아주 예외적으로 4%인 것이 하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어 "등록금 상한제가 도입되지 않으면 대학들이 마음 놓고 등록금을 올릴 것이기 때문에 등록금 상한제를 통해 일단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액부터 줄이고, 모자란 대학 재정은 엄정한 심사를 통해 교육 재정에서 지원하면 된다"며 "이자 부담 감경과 등록금 상한제 등을 함께 실시하기 위해서는 1조5000억 원 정도의 예산이 추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영길 의원은 "아무런 보완 없이 이 제도가 시행되면 개인도 빚더미, 국가도 빚더미에 올려놓게 된다"며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한국장학재단기금도 50년 후면 150조 가까운 빚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보신당 조현연 정책위의장도 성명을 통해 "새 제도를 채권으로만 운용하면 시장금리와 연동될 수밖에 없고 무리한 강제상환까지 동원돼야 한다"며 "이명박 정부는 이용자(대학생)의 손이 아니라 돈의 손을 들어줬다"고 비판했다.
"2010년도 교육예산 '마이너스'…4대강 예산 깎아야"
논란은 자연스럽게 4대강 사업 예산으로 귀결된다. 김진표 의원은 "내년 사정이 정부 예산만으로도 국가부채가 31조 원이 늘어나는데 다른 데서 1조5000억 원을 마련할 길이 없다"며 "4대강 토목공사 예산을 삭감해야만 등록금 예산을 보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재성 의원은 "대통령의 어처구니 없는 국가재정운용 때문에 건실해야 할 미래의 주역인 대학생들마저 빚쟁이를 만드는 국가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뉴타운, 4대강, 세종시로 사기를 치더니 이제 대학생 등록금을 갖고 사기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다음 주 예산심의를 개시키로 했는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가 책정한 2010년도 교육예산은 37조7757억 원인데 전년 본예산 대비 1.2% 감소한 액수다.
김진표 의원은 "올려야 할 예산이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에 4대강 사업 예산 정리가 안 되면 교육 예산 확충이 사실상 어렵다"고 지적했고, 최재성 의원은 "교육 예산은 규모가 커서 각 분야에서 조금씩만 올려도 조 단위가 된다"며 "국가채무도 엄청나게 불어난 상황인데 어디에서 깎아야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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