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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직업 같아도 여성이 경제위기 '희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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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직업 같아도 여성이 경제위기 '희생자'

20대 여성 '최악'…"쫓겨날 확률 제일 높고 취직할 확률 제일 낮아"

지난 1년 사이 일자리를 잃었을 확률은 제일 높은 반면 새로 취직했을 확률은 가장 낮은 계층이 20대 여성으로 확인됐다. 그것도 학력 등 인적 차이나 여성이 주로 취업하는 산업 등의 변수를 고려했을 때 결과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2일 '여성 중심의 고용 부진 현상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통해 "남성에 비해 여성이 취업 유출률은 높고 취업 유입률은 낮았다"고 밝혔다. 특히 여성은 실직했을 경우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옮겨가는 비율이 남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1년 동안 계속 취업 상태일 확률…남성 93.2% 여성 86.3%

▲지난 1년 사이 일자리를 잃었을 확률은 제일 높은 반면 새로 취직했을 확률은 가장 낮은 계층이 20대 여성으로 확인됐다. 그것도 학력 등 인적 차이나 여성이 주로 취업하는 산업 등의 변수를 고려했을 때 결과다.ⓒ프레시안
지난해 말 시작된 경제 위기로 인한 피해를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입었다는 것은 새로울 것 없는 얘기다. 희망근로 등 정부의 일자리 대책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 5월, 경제 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취업자수 감소가 나타났는데 이 가운데 무려 96.3%가 여성이었다.

이번 연구는 학력 등 여러 요소들을 모두 고려해 취업자에서 실업자로, 혹은 실업자에서 취업자로 이동할 수 있는 확률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더 구체적이다.

연구 결과, 작년 5월에는 일자리를 가지고 있었으나 올해 5월에는 일자리를 잃었을 확률, 이른바 '취업 유출 확률'은 20대 여성이 가장 높았다. 그 뒤를 50대 여성, 30대 여성이 이었다. 4위는 50대 남성, 5위는 40대 여성이었다. 50대 남성만 제외하면 모든 연령대의 여성이 남성보다 더 심각한 '실직의 위기'에 처해져 있었던 셈이다.

반면 1년 전에는 실업자였다가 1년 후 취직에 성공했을 확률, '취업 유입 확률'은 20대 여성이 가장 낮았다. 이어 30대 남성, 20대 남성, 30대 여성, 40대 여성, 50대 여성으로 나타났다. 취직난은 남녀 공히 청년층에서 심각했다.

당연히 취업 상태 유지 비율은 남성이 여성보다 높았다.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남성은 93.2%가 일자리를 계속 가지고 있었지만, 여성은 86.3%에 그쳐 10%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났다.

연령을 고려하면, 40대 남성이 95.5%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30대 남성(95.3%), 50대 남성(93.2%)이 이었다. 남성은 20대와 60대만 80% 대였던 데 반해, 여성은 10대를 제외하고는 전체가 80%대로 나타났다.

취업 유지율이 가장 낮은 것은 20대와 60대 여성이었다. 두 계층 모두 83.2%를 보였다. 30대 여성은 86.5%, 40대 여성은 89.6%만이 지난 1년 동안 취직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 ⓒKDI


'취업 포기' 비경활인구 비율, 여성이 남성의 3배

더 큰 문제는 여성의 경우 일자리를 일었을 때, 실업자보다는 비경제활동인구로 유입되는 비중이 남성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데 있다. 지난해 5월과 올해 5월 사이 취업자에서 비경제활동인구로 이동한 비율은 남성의 경우 4.4%에 불과한 데 반해 여성은 11.8%로 3배 가까이 높았다.

특히 20대와 30대, 40대 등 핵심적으로 일할 수 있는 나이의 경우 비경제활동인구로의 이동 비율이 많게는 6배나 차이가 났다. 30대 남성은 1.9%인데 반해 같은 30대 여성은 11.9%나 됐다.

30~50대에서 비경제활동인구로 옮겨간 사람들의 사유도 남녀 차이가 났다. 남성은 대부분 '그냥 쉬었음'인데 반해 여성은 육아와 가사 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30대 여성의 경우 육아 문제로 비경제활동 상태로 전환된 경우가 무려 32.9%나 됐다.


▲ 20대와 30대, 40대 등 핵심적으로 일할 수 있는 나이의 경우 비경제활동인구로의 이동 비율이 많게는 6배나 차이가 났다. 30대 남성은 1.9%인데 반해 같은 30대 여성은 11.9%나 됐기 때문이다.ⓒ프레시안
취직을 해도 여성은 비임금근로자-암시직-정규직

일단 취직을 해도 여성의 경우 실업자가 될 확률이 남성보다 훨씬 높았지만 생애 첫 일자리에서도 남녀의 차이가 확인됐다. 김희삼 연구위원은 "여성 취업자는 남성에 비해 고용 안정성이 낮은 형태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여성은 임금 근로자보다는 비임금 근로자로, 임금 근로자의 경우에도 상용직보다는 임시·일용직으로 취직하는 경우가 남성보다 많았다. 취업 연도, 취업 당시 연령, 최종 학력, 직종에 따른 종사상 지위 차이를 고려한 분석에서도 그랬다.

여성은 자영업이나 무급가족종사자 등 비임금근로자로 첫 취업을 할 확률이 남성보다 3.2% 높았다. 다행히 임금 근로자가 되더라도 첫 일자리가 1년 이상의 계약 기간을 맺는 상용직일 확률은 남성보다 여성이 4.6% 낮았다.

첫 일자리가 정규직이 될 확률은 여성이 남성보다 9.1%나 낮았다. 김희삼 연구위원은 "취업 연도나 취업 당시 연령만 고려할 경우에는 정규직 확률의 성별 차이는 6% 내외에 불과하지만 최종 학력을 고려하면 8%로 늘어나고, 직종까지 고려하면 정규직 확률의 남녀 차이는 10%까지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30대 여성 고용율, 1980년대와 똑같아

김희삼 연구위원은 "여성이 고용 충격의 중심이 된 것은 여성 취업이 증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가사나 육아 부담 등 여성의 취업 환경이 개선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1980년대 초에도 40~50% 수준이었던 30대 여성의 고용율이 여전히 50% 대에 머물고 있는 것은 출산, 육아기 여성이 일자리를 가지면서 생할 수 있는 각종 문제들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기혼 여성 고용율 뿐 아니라 고학력 여성의 고용율은 OECD 평균(79.4%)에 비해 무려 20%나 낮은 60.8% 수준이다.

김희삼 연구위원은 "여성 취업 환경 개선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일을 하면서 가정을 돌보기 힘든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여성은 학력이나 직종과 무관하게 노동시장의 취약계층으로 머물게 될 위험성이 상존한다"며 "양질의 보육시설 확충, 산전후 휴가 지원 대상의 확대, 근무시간 탄력화 등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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