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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실업률 최저? 60대 취업하고 30·40대 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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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실업률 최저? 60대 취업하고 30·40대 잘렸다

[위기의 핵심, 일자리③] "20대 고용률 20% 높여야 선진국 수준"

"한국은 실업률이 비교적 낮은 3.4%를 유지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부산에서 열린 OECD 세계포럼에서 "한국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다"고 자부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한국의 실업률은 비경제활동인구를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통계상 실업자는 4주 연속으로 일주일에 1회 이상 구직활동을 하는 적극적인 구직자만을 의미한다. 60만 명에 달하는 취업준비생, 15만 명이 넘는 구직단념자 등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빠져 실업률에는 반영이 되지 않는다.

10년간의 '상시적 구조조정'…조용히 진행되는 고용위기

97년 1월 한보, 5월 대농, 6월 한신공영 등 대기업들의 부도를 전주곡으로 IMF 외환위기는 시작됐다. 당시 대기업과 은행들이 줄줄이 쓰러지면서 80만 명의 실업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고용위기라는 사실이 아주 극적이면서도 분명히 확인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이후 본격화된 이번 경제위기 하에서의 고용위기는 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일시에 거리로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는 일은 보기 힘들지만 취업자수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김병권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은 '상시적 고용불안에서 고실업 사회로'라는 보고서에서 이 같은 차이에 대해 "외환위기 이후 이른바 '상시적 구조조정'을 통해 이미 최소한의 정규직 유지와 다수의 비정규직을 활용한 시스템으로 구조가 변화된 결과"라면서 "경제위기가 닥쳤음에도 불구하고 '생산규모 자체를 축소'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정규직 인력 감축보다는 임시직과 일용직을 해고하는 방식으로 초기 경제위기에 대처해왔다"고 분석했다.

김 부원장은 "앞으로 경기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기업들이 정규직을 크게 늘리기 보다는 최소 필요인원으로 제한하고 경기변동에 대한 대응은 비정규직 채용과 방출을 통해 할 것"이라며 "현재 구조에서 제도적 개혁이 없다면 앞으로 더욱 축소된 규모로 상용직이 비탄력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취약계층에 집중된 고용 충격…실업자→비경제활동인구로

▲ 현 위기에서 줄어든 일자리는 여성,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에 집중돼 있다. ⓒ프레시안
따라서 현 경제위기에서 줄어든 일자리는 임시 일용직, 청년, 여성, 영세자영업자 등 고용 취약계층에 집중돼 있다. 문제는 이들에게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사실이다. 김병권 부원장은 "외환위기 당시에는 정규직의 급격한 일자리 감소를 임시 일용직이나 자영업이 흡수해주면서 일종의 고용 완충지대 역할을 하여 고용 회복을 시작했지만 지금 고용시장에서 떨어져 나간 임시 일용직과 자영업은 향후 완만한 경기회복세가 된다 하더라도 상당기간 아예 고용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들 취약계층은 일자리를 잃은 뒤 완충지대 없이 바로 실업자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또 이들 중 상당수는 근로의욕과는 무관하게 구직 단념자, 즉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경제위기가 진행되고 있지만 실업률이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이번 고용위기의 피해자의 상당수가 사실상 실업자라고 할 수 있는 취업준비생과 구직단념자로 빠르게 편입되기 때문에 공식 실업률은 3%대에 머물러 있다.

이런 사실은 공식 실업자에 비경제활동인구로 계산되는 취업준비를 위한 통학생, 취업준비자, 쉬었음, 18시간 미만 취업자 중 추가 취업희망자를 모두 더한 실질 실업률을 보면 알 수 있다. 2004년에 9%(230만 명)였던 실질 실업률은 2009년 상반기에는 12%(300만 명)로 급증했다.

3040 고용 줄고…60대 고용 늘고

현 고용위기 양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더 잘 알 수 있다. 단순히 일자리의 증감의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일자리가 줄고, 어떤 일자리가 늘었느냐의 문제다.

통계청의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취업자 수는 7만1000명 증가했다. 지난 8월(3000명 증가)에 이어 두 달째 증가했다. 세계경제위기의 여파로 작년 12월부터 감소세를 보이다가 다소 회복된 셈이다. 취업자 수는 지난 1월 -10만3000명, 2월 -14만2000명, 3월 -19만5000명, 4월 -18만8000명, 5월 -21만9000명 등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 6월 4000명 증가했다가 다시 7월 7만6000명 감소했었다.

연령별, 성별 취업자 수 증감을 살펴보면 경제위기의 여파로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7월까지 급격하게 줄어든 일자리가 누구의 일자리인지 금세 확인이 가능하다.

우선 연령대별로 보면 30-40대의 고용 감소가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고용이 가장 많이 줄었던 지난 2분기 30대의 취업자 수는 21만3000명(-3.5%)이 줄어 1999년 1분기의 -3.8% 이후 가장 많이 감소했다. 30대 취업자 증가율은 작년 3분기 -0.6%로 마이너스로 전환한 뒤 4분기 -1.5%, 올해 1분기 -2.7%로 최악의 상황이 계속 됐다. 전체 취업자수가 플러스로 돌아선 지난 8월 -16만5000명, 9월 -13만6000명으로 여전히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40대 취업자 수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분기에 2만7000명이 줄어들어 1998년 4분기(-2.1%) 이후 분기 기준으로는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40대도 마찬가지로 지난 8월 -3만3000명, 9월 -1만6000명으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반면 50-60대 취업자 수는 늘고 있다. 1분기 1.0%에서 2분기 1.8%로 증가했다. 50대도 1분기 4.7%, 2분기 3.6%로 연령대 가운데 최고 증가율을 보였다.

▲ 연령대별 남성 취업자수 증감. 50대 이상 연령층은 전년 대비 취업자 수가 계속 플러스를 기록한 반면 30-40대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프레시안
▲연령대별 여성 취업자수 증감. 30대 여성의 일자리수 감소가 매우 두드러진다. ⓒ프레시안

계속 사라지고 있는 여성의 일자리

성별간 격차도 크다. 여성 취업자 수는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1월 3만9000명이 줄어든 이후 지난 9월(-4만8000명)까지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남성은 지난 1분기(-0.2%)로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마이너스로 잠깐 미끄러졌다가 2분기(0.2%)에 다시 플러스로 회복했다.

특히 일자리가 가장 크게 줄었던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취업자 수 증감을 보면 사라진 일자리의 90% 이상이 여성의 일자리였다.

<표. 2009년 1월-6월 성별 취업자수 증감 (전년 동월 대비 : 명)>

1월 2월3월4월5월6월
남성-10,0003,000-73,000-16,000-11,0004,800
여성-84,000-120,000 -168,000-191,000-125,000-89,000

따라서 연령과 성별을 교차시키면 '30대 여성'이 이번 고용위기의 피해가 집중되는 계층이라고 할 수 있다. 2분기 30대 여성 취업자 수는 14만4000명 줄은 반면 같은 기간 30대 남성은 6만9000명 줄었다.

▲ 성별간 취업자수 증감 비교. 남성에 비해 여성 일자리가 얼마나 많이 줄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프레시안

'M자형' 고용구조 갈수록 심화

현 고용위기로 인한 성별, 연령대별 취업자 수의 증감은 기존의 구조적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경기 변화에 따른 일시적 증감으로 봐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달 30일 낸 '고령화와 연령대별 고용률 변화 추이 및 정책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연령대별 고용률(취업자수/15-64세 생산가능인구)을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30대 고용률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게 나타난다. 30대부터 50대 전반까지는 비교적 평탄한 고용률을 유지하는 선진국들과는 뚜렷한 대조를 보인다.

반면 은퇴 연령에 가까워질수록 고용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선진국에 비해 한국은 비교적 높은 고용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은퇴 이후인 65세 이상 연령대의 경우 선진국보다 현저히 높은 고용률을 기록하고 있다.

30대 고용률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현상은 여성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한국의 여성 고용률은 주요 선진국 중 이탈리아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30대 여성 고용률은 최저 수준이었다. 그러나 65세 이상 은퇴 연령층의 여성 고용률은 한국이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노동시장에서 가장 왕성하게 일할 나이인 30대의 고용률은 최저 수준이고, 은퇴 이후 연령대인 65세 이상의 고용률은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은 한국의 비정상적인 고용구조를 보여준다. 청장년층이 일할 만한 '괜찮은 일자리'는 적고, 빈곤의 끝자락에 있는 노인층의 '허드렛일'은 넘친다는 얘기다. 이게 '3%대 실업률'을 자랑하는 한국의 고용 현실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50대 이상에 혜택 집중된 정부 일자리 대책

대선에서 300만 개 일자리를 공약했던 이명박 정부도 현 경제위기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고용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지난 4일 "올해 일자리가 전년대비 8만 명 정도 줄고, 내년엔 15만 명 정도 늘어나 2년 동안 7만 명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원래 우리 경제는 1년에 25만-30만 명 정도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정상인데 이 정도이니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 말까지가 시한이었던 청년인턴, 희망근로 등 일자리 정책을 내년 6월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청년인턴과 희망근로 사업이 저임의 단기간의 일자리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논외로 치더라도, 경제위기로 해고되는 사람과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따로 놀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30-40대와 여성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데 일자리 정책은 20대 대학 졸업자, 50-60대 남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10월 현재 희망근로 사업의 전체 수혜자의 48.4%(11.9만 명)가 60대 이상의 고연령층이었다. 65세 이상도 31.2%나 됐다.

여성노동자회 임윤옥 정책실장은 "경제위기의 피해자와 정부 정책이 미스 매칭되고 있다"며 "30대 여성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임 실장은 4대강 사업, 녹색뉴딜, 신성장동력산업 등의 일자리에 대해서도 "건설 분야의 단순 노무직이나 고도의 기술직인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성 불평등적"이라고 비판했다.

20대 눈낮춰 지방으로 가라구요?…임금·고용안정성의 양극화는 어쩌고?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20대 취업준비생들을 만난 자리에서 "청년실업을 해결하려면 정부·기업의 노력과 더불어 수도권과 대기업만 선호하는 청년들의 직업관도 바뀌어야 한다"며 지방의 중소기업 취직을 권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자신이) 현대건설에 재직 당시 종업원이 90여 명이었고, 외형도 5억 원 정도였다"면서 "중소기업 과정을 밟아 일을 한 것이 평생 도움이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눈높이를 낮추라'는 조언은 청년 실업 문제에 대한 '단골 해법'이다. 그러나 이 같은 조언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하는 얘기다. 이 대통령이 '중소기업'인 현대건설에 취업하던 60-70년대와 한국의 노동시장은 크게 변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청년들의 눈높이가 높은 것이 취업의 주된 걸림돌이라는 인식은 정확한 상황판단이라 보기 어려우며 개별 경제주체들이 스스로 최적의 선택을 한다는 경제원리에도 부합하지 않는 분석"이라며 "취업준비인구의 증가와 청년 고용률 하락의 기저에는 임금 및 고용안정성의 양극화가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는 "소득수준의 향상, 높은 대학 진학률 등으로 인해 취업준비자간의 인력수준의 격차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데 반해 기업 규모별 임금 격차는 확대되는 등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산정책처는 "임금 및 고용안정성 등의 양극화로 인해 청년기의 선택이 평생의 기대소득 및 고용안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현재의 구조 하에서 단기적인 손실을 무릅쓰고 높은 임금 혹은 고용안정성을 제공하는 직장에 진입하려는 선택은 개인으로서는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예산정책처는 "중장기적으로 양극화의 해결이 근본적인 해결 방법임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9월 현재 15-29세 청년 고용률은 36.6%에 불과하다. 예산정책처는 "우리나라 20대 청년 고용률은 20% 이상 끌어 올려야 선진국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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