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출산파업'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한국의 출산율이 낮은 문제는 그만큼 애를 낳아 기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저출산이 미래사회에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말하고 있지만 정작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돈을 쓰는 것에는 인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이 가족정책으로 쓰는 재정지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0.3%로 OECD 30개국 중 최하위인 것으로 조사됐다. OECD 평균(2.1%)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또 2번째로 GDP 대비 가족정책 재정지출비율이 적은 미국(0.6%)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 밖에 안된다. 세계 최하위 출산율이 당연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족정책 재정지출은 가족수당, 육아휴직급여, 보육서비스, 자녀 교육지원 등을 다 포함한 수치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19일 경실련이 주최한 '2010년 정부 예산안 평가와 재정 건전화 방안' 토론회에서 "일본과 한국의 경우 경제수준에 걸맞지 않은 낮은 수준의 가족급여 지출정책으로 출산율과 출산율 변화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홍 연구위원이 OECD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가족정책 지출율과 출산율을 비교해본 결과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가족정책 지출율이 높을 수록 출산율과 출산율 개선율이 높게 나타난 것.
OECD 회원국 중 GDP 대비 가족정책 재정지출 비율이 높은 나라들은 룩셈부르크(3.6%), 덴마크(3.4%), 영국(3.2%), 스웨덴(3.2%), 헝가리(3.1%), 프랑스(3.0%), 아일랜드(3.0%), 핀란드(3.0%) 등 유럽 국가들이었다. 이 국가들은 모두 한국보다 10배 이상 가족정책에 많은 돈을 쓰고 있었다.
정부의 가족정책 지원 비중이 높을수록 출산율 개선 효과도 올라갔다. OECD 평균으로 보면 1980년과 비교해 2007년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인당 평생 낳을 아이 수)은 15.2% 감소했지만 덴마크는 1980년 1.55명에서 2007년 1.85명으로 15.4% 올라갔다. 핀란드(12.0%) 스웨덴(11.9%) 노르웨이(10.5%) 등도 출산율이 크게 올라갔다.
출산율과 가족정책 지출율과 상관관계는 가족정책 지출율이 낮은 국가군에서 더 확실히 나타났다. 하위 10개국의 경우 미국(15.4%)을 제외하고는 같은 기간 출산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국은 -55.7%로 멕시코(-57.1%) 다음으로 출산율 감소폭이 컸다. 폴란드(-42.6%), 포르투갈(-39.0%), 스페인(-36.8%), 그리스(-35.9%) 등도 감소폭이 컸다. GDP 대비 가족정책 지출율이 0.8%에 불과한 일본도 출산율이 같은 기간동안 -23.4% 떨어졌다. 미국의 출산율이 높아진 것도 출산율이 높은 중남미 이민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