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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이명박정부와 결별 수순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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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이명박정부와 결별 수순 밟나

노사정위 불참, '민주노총 포함 6자회담' 제안…12월 총파업 추진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고 한나라당과 정책협약을 맺었던 한국노총이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 문제를 놓고 본격적으로 정부와 다른 길을 걷는 모양새다. 정부가 "내년 시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8일 "정부가 노동자를 벌레처럼 여기는 사람들, 즉 자본 위주의 경제논리만을 가진 이들과 밀실에서 노조 말살 정책을 논의하고 있다"며 "결국 정부가 우리를 투쟁으로 내몰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에 한국노총은 현재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관련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대신 민주노총을 포함하는 6자 대표자 회담을 제안했다. 또 한국노총은 오는 15일 열리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정책연대를 결정하고, 12월 중으로 파기 선언 및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과의 연대투쟁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다. 사전에 조율된 것은 아니지만,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11월 7일과 8일 잇따라 전국노동자대회를 연다. 이날 한국노총이 제안한 '6자 회담'에도 민주노총은 일단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를 둘러싼 하반기 노정 갈등이 발화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장석춘 "노동유연화 얘기하는 정부의 목표는 노조 죽이기"

한국노총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조합을 말살하고 노동운동을 탄압하려는 경제 관료들의 어처구니없는 행위에 엄청난 자괴감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그런 작태를 분쇄하고 노동기본권을 수호하기 위해 사활을 건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그간 한국노총은 임금 삭감·정원 감축 등 공기업 선진화 방안, 비정규직법 등을 놓고 수차례에 걸쳐 정부에 불만을 피력한 바 있다. 그때마다 "엄청난 배신감과 분노", "비열한 작태" 등의 거친 표현을 쓰면서도 한국노총은 한 번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정책연대 파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늘 모호한 답변으로 넘기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분위기가 달랐다. 장석춘 위원장은 "정부가 노동유연화를 얘기하지만 결국 목표는 노조 죽이기"라며 "사 측보다 정부가 더 대화가 안 통한다"고 했다.

▲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를 둘러싼 하반기 노정 갈등이 발화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한국노총은 오는 15일 열리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정책연대 파기 결정을 지도부에 위임 받고, 12월 중으로 파기 선언 및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연합뉴스

한국노총의 이 같은 '위기감'은 3년 전과 전혀 다른 분위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 2006년에도 노사정 대표자회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당시 이상수 장관이 "노동계 의견을 수용할 수 없으며 정부안 단독 입법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한국노총이 부산에서 열리고 있던 국제노동기구(ILO)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회에서 철수하는 소동까지 일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여러 우여곡절 끝에 9월 11일에 이미 '3년 유예' 합의안이 나왔었다.

반면 올해는 10월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논의에는 별다른 진척이 없고, 이영희 전 장관에 이어 새로 부임한 임태희 장관마저도 "2010년 시행은 원칙"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경제위기 때 임금 내줬더니…노동자를 벌레로 여기는 경제관료가 정책 주도"

한국노총은 일련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은 정부 내의 경제라인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날 "기획재정부 윤증현 장관과 청와대 윤진식 경제수석 등의 주도 하에 P교수, L교수, K교수 등이 참여하는 비밀 태스크포스(TF)팀이 운영되고 있고, 지난 8월에도 윤진식 수석의 주도 아래 기재부의 고위 정무직 N 씨가 경제단체 고위 책임자와 관료들에게 '노동 개혁은 우리가 주도할테니 거스르지 말라'고 주문하고 노동부로 하여금 관련 법안을 제출하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한국노총은 "N 씨는 국내 굴지의 L그룹, S그룹, P그룹 등 대기업 인사담당 임원에게 복수노조와 전임자는 현행법대로 시행하겠다며 따르지 않을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협박까지 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이는 독재정부 시절 봐왔던 경제부처 마피아들의 행태와 다를 것이 없다"며 "그동안 정책연대의 파트너로 믿어 왔던 이 정부의 핵심 고위 관료들이 우리를 '척결'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지난 2월 '노사민정 대타협'을 주도하며 민주노총의 따가운 시선 속에도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명분으로 임금까지 내놓았던 한국노총이기에 이들의 배신감은 더했다.

▲ 한국노총은 '복수노조 허용 및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2010년에 시행하겠다'는 정부 측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은 정부 내의 경제라인이라고 보고 있다.ⓒ프레시안

민주노총 "6자회담 참여 긍정적으로 검토"…정부 참여할까?

한국노총이 비록 '대정부 투쟁'의 단계를 밟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대화의 틀은 놓지 않고 있다. 노사정위원회 대신 6자회담을 제안한 것은 결국 이 문제가 정부와의 협상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장석춘 위원장은 "새로 제안하는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 복수노조와 전임자 문제 뿐 아니라 비정규직법과 공기업 정책 등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는 쟁점과 현재 노사정위에서 논의하는 임금근로시간 제도 개선, 고용서비스 선진화 방안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수봉 민주노총 대변인은 "참여가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긍정적으로 검토가 가능하다"며 "틀이 무엇이든 노사정위원회가 아니라면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 문제와 관련된 대화에는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오는 13일 열리는 상임집행위원회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관건은 정부의 참여 여부다. 장 위원장은 "정부 반응이 없으면 중앙노동위원회를 비롯해 한국노총이 참여하고 있는 70여 개 위원회에서 모두 철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대로라면 시행을 3개월 앞둔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 임금을 둘러싼 노사정 갈등이 폭발 직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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