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장관은 5일 "13년 간 제자리 뛰기를 반복한 복수노조·전임자 문제가 또 제자리 뛰기를 한다면 국가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관이 되더니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때와는 180도 바뀌었다"는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의 '선(先) 공격'에도 굴하지 않았다.
'이영희 전 장관보다는 낫지 않겠냐'는 한국노총의 기대가 시간이 지날수록 허물어지는 모양새다. 한국노총은 이 두 사안을 놓고 정책연대 파기를 비롯한 총파업 등 하반기 투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임태희 노동 만난 장석춘 "장관 되니 180도 달라…사실 좀 섭섭하다"
지난 1일 취임한 임태희 장관은 이날 처음으로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회관을 찾아 장석춘 위원장 등 한국노총 임원들과 대화를 가졌다.
장석춘 위원장은 "사실 좀 섭섭하다"는 말을 첫 마디로 꺼낸 뒤 상당 시간 동안 현 정부의 노동 정책 기조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장 위원장은 "(임태희 장관이) 내정됐을 때는 전임 장관보다는 낫겠다는 기대가 있어 환영했는데 최근 일련의 발언을 보니 우려가 된다"며 "노동운동이 아니라 노동부 정책이 19세기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 위원장은 그러면서도 "대화가 가능하리라는 기대가 있다"며 희망이 섞인 당부를 전했다.
장 위원장은 "정부는 노조를 탄압해 말살시키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노사문제가 사회갈등으로 비화될 뿐"이라며 "노동조합이 투쟁에 나서지 않을 수 있는 분위기를 정부가 조성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태희 "노동부의 고객은 '일하고 싶어하는 국민'"
▲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5일 한국노총을 찾아 "13년 간 제자리 뛰기를 반복한 복수노조·전임자 문제가 또 제자리 뛰기를 한다면 국가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임 장관은 "장 위원장의 취지를 이해하며 (노총의) 대화와 참여를 기본적으로 존중한다"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가야할 미래의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힘들더라도 도와 달라"고 되려 부탁했다.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조항의 시행은 물러설 수 없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임태희 장관은 지난 1일 취임식에서도 "노조 설립의 자유를 보장해 서로 경쟁하고 전임자 급여를 노조 스스로 부담하는 것이 건강한 노사문화의 원칙"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임 장관은 나아가 한국노총 임원들에게 "노동부의 서비스 고객은 '일해야 살아가는 국민'"이라며 "이들이 만족하지 않는, 받아들이지 않는 노동행정은 설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임 장관은 "사회적 이슈를 일방적으로 추진해 새로운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화의 끈을 놓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경영계는 '화기애애'…이수영 경총 회장 "임태희는 숨은 보배"
임 장관은 한국노총에 이어 곧바로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G20 의장국회의 개최를 계기로 사회의 벽을 허무는 작업이 절실하다"며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서는 경영계와 노동계의 행동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와의 첫 만남의 분위기가 '험악'했던 것과 달리, 경영계와의 간담회는 화기애애했다. 이수영 경총 회장은 임태희 장관을 놓고 "경제 관료를 오래했고, 한국 경제를 정통으로 아는 분이 노동부 장관으로 와서 많은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환영했다. 이수영 회장은 "숨은 보배"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임 장관을 추켜세웠다.
한국노총은 시종일관 미소를 머금은 채 "선진 노사문화"를 얘기하는 임 장관의 태도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대를 놓지 않는 분위기다. "이영희 장관보다 결코 만만하지 않겠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초기의 '기 싸움'인 만큼 원론적인 정부 입장을 얘기한 것일 뿐"이라는 기대도 여전히 공존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노총은 "복수노조와 전임자 문제는 어떤 일이 있어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오는 15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총파업 등 하반기 투쟁 일정을 확정짓고, 11월 7일 대규모 전국노동자대회를 통해 정부와 정치권을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임 장관은 한국노총에 이어 오는 12일 민주노총(위원장 임성규)을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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