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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보금자리주택 완공되면…서울은 고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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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보금자리주택 완공되면…서울은 고담시?

"그린벨트 풀어 분당 신도시 4개 짓는 꼴"…환경·교통·쓰레기는?

이명박 정부가 최근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2012년까지 서울과 수도권의 그린벨트 지역의 32만 가구를 포함해 총 60만 가구의 보금자리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 세곡, 서초 우면, 경기도 고양 원흥, 하남 미사 등 4개 지역이 시범지구로 지정·고시됐고, 올 하반기 추가로 5-6개를 지정할 예정이다. 서울 강남구 내곡동·염곡동, 서울 은평구 녹번동, 고양시 덕은동·화전동·현천동, 과천시, 광명시, 구리시, 남양주시, 시흥시, 하남시 등이 거론된다.

보금자리 주택은 시세의 50-70%로 공급될 예정이므로 서울 강남, 서초 등에서 분양 받을 경우 엄청난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보금자리 로또'라는 말까지 나온다. 불과 3년 안에 지난 40년간 묶여 있었던 그린벨트를 훼손해 아파트 32만 채나 짓는다는 보금자리주택 정책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재수 좋으면 돈 벼락을 맞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묻혀 주목받지 않고 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환경정의 대표)는 정부 계획대로 그린벨트를 풀어 32만 가구의 보금자리 주택이 완성될 경우 서울과 수도권은 '지속불가능한 반녹색도시'로 망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화 <베트맨> 시리즈의 배경인 고담시처럼 환경이 열악한 도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보금자리주택은 사실상 신도시 건설

조 교수는 23일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등 환경단체들이 공동 주최한 '수도권 보금자리 주택 건설의 문제점과 방향' 토론회에서 보금자리주택 정책에 대해 "서민 주택정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기만"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민용 보금자리주택은 공공분양주택, 공공임대주택 뿐 아니라 민간 중대형 모두를 포함한다는 점에서 '서민용 주택'이란 주택 유형에 관한 개념이 아니라 여러 주택유형을 함께 묶어 대량 공급하는 신도시와 같은 단지 개념"이라면서 "특히 공급되는 주택 유형 중 서민용이라고 할 수 있는 임대주택은 일부에 불과해 주거복지와는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4개 시범사업지구를 보면, 공급되는 전체 주택 중 민간(중대형)분양 26.7%, 공공(중소형)분양 29.3%, 공공임대 45.0%로 임대보다 분양이 더 많았다.

그는 "이 대통령은 먼 곳에 신도시 건설해 국토를 황폐화할 필요 없이 그린벨트를 풀어 보금자리주택을 짓자고 했지만 보금자리주택이 사실상 신도시 건설"이라고 정부 정책의 모순에 대해 지적했다.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건설을 위해 그린벨트 78.8㎢를 해제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인구 4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미니 신도시(면적 2014㎡)가 35개 공급되는 셈이라는 것. 분당급 신도시 규모로 건설한다면 4개의 대형 신도시가 그린벨트에 지어지게 된다고 한다.

대규모 주택 공급은 대규모 인구 유입과도 직결된다. 이런 보금자리 주택이 정부 계획대로 공급되면 32만 가구, 최대 137만의 인구가 유입되는 셈인데 그만큼 서울시의 비대화가 촉진될 수 있다. 인구가 늘어나면 환경, 교통, 쓰레기 등의 문제가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다.

집값 안정? 오히려 폭등할 것

▲ 강남 세곡지구가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로 선정되면서 지역에 세들어 살고 있는 세입자들은 언제 무일푼으로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프레시안
조 교수는 또 보금자리주택이 주택 가격 안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제까지 신도시를 통한 주택 공급도 모두 집값 폭등을 야기했지 한번도 집값 안정에 기여한 적은 없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과거 판교 분양에서 보듯 전매제한을 둔다고 해도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 차익이 가능해 청약 과열이 불가피하다. 이는 분양 이후 높은 집값을 유지하는 데도 반영된다. 따라서 보금자리주택사업은 집값을 잡기는커녕 인근 지역의 집값 폭등을 자극할 수 있다.

신도시 건설이 추진되면 인근 지역의 집값, 땅값은 급등하게 된다. 여기에 보상금이 풀려 이주자들이 주변지역의 땅과 집을 사게 되면 이에 따른 가격 상승이 추가적으로 발생한다. 32만 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을 건설하기 위한 토지보상금은 최대 50조 원(시범사업 지구당 평균 4-5조 원)으로 잡는다면 높은 보상금 자체가 택지 매입에 반영돼 분양가를 높이게 된다."


그린벨트가 아니라 비닐벨트? 무지의 소치

조 교수는 특히 이 대통령이 그린벨트 내 비닐하우스를 언급하면서 그린벨트로 가치가 없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무지의 소치"라고 비난했다. 그린벨트 내의 비닐하우스는 농업용 시설로 합법적으로 허용된 것으로 그린벨트 내의 농지를 보전하면서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의 일환이라는 것. 그는 "비닐하우스가 밀집되어 있다고 하여 녹지로 그린벨트 기능이 상실했고 환경성이 없다고 보는 것은 그린벨트에 대한 무지의 소치"라면서 "설혹 녹지로서 기능을 상실했다 하더라도 그린벨트의 핵심기능, 도시 확산 방지나 미래 유보지로서 기능은 상실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린벨트 내의 비닐하우스가 불법으로 설치됐거나 다른 용도로 불법으로 전용됐다면 이는 당국의 관리 소홀 혹은 실패에 의한 것"이라면서 "담당자의 직무유기에 대해 책임을 물은 뒤 모두 원상 복구시키는 게 올바른 방법이지 그린벨트를 풀고 집을 짓는 것은 불법에 불법을 더하겠다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가 '반값 아파트' 운운하면서 당장의 인기영합적인 정책을 펴면서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중장기적 비용은 후대에 떠넘기는 잘못을 하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다. 특히 조 교수는 이런 일들이 지역주민의 동의나 국민적 합의 없이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추진되고 있다. 조 교수는 "김대중 정부에서도 그린벨트를 해제했지만 위원회를 만들어 환경성을 검토하고 장기적인 계획 하에 진행했다"며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 말 한마디에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고 문제제기했다. 그는 "영국에서 그린벨트 구역조정이나 해제는 통산 10-20년에 걸쳐 진행된다"며 졸속 행정에 대해 비난했다.

강남이 살기 좋은 곳이라고?

4곳의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 중 2곳이 서울 강남과 서초의 그린벨트 지역이다. 이 지역은 올해 하반기 추가로 발표될 시범지구의 후보지로도 거론된다. 서울 강남의 '노른자 땅'에 인접해 있는 그린벨트 지역의 주택 건설은 개발이익 차원에서 보자면 최상의 입지다. 하지만 환경적 측면에서 보자면 최악이다. 대기오염, 미세먼지, 주변보다 기온이 더 높은 '열섬 현상' 등 환경적 측면에서 따지면 강남은 이미 임계치를 넘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남서초환경운동연합 김영란 사무국장은 "서울시정발전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안전성, 편리성, 쾌적성, 자원절약성 등 모든 면에서 강남의 주거환경 질은 하위권에 머물렀다"면서 이미 위례신도시. 거여-마천뉴타운, 복정지구, 장지지구 등 현재 진행 중인 개발사업에다 보금자리주택 사업까지 더해진다면 강남의 주거환경은 더 열악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남의 고질적인 문제인 교통 문제도 더 심각해질 것이다. 이번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로 지정된 세곡지구와 우면지구 부근의 도로 서비스 수준은 이미 열악하다. SH공사의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인근 남부순환로, 선바위길, 양재대로, 강남대로 등의 서비스 수준은 2005년 이미 E-FF 사이의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김 국장은 강조했다.

높은 인구 밀도와 엄청난 교통량 등으로 발생하는 환경오염의 문제를 그나마 현재 남아 있는 그린벨트가 완화시키는 '숨통'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은 현재 강남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숨통'을 조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김 국장은 말했다.

또 그린벨트와 그 주변을 언제든 개발할 수 있는 개발 예정지로 보는 정책 당국의 태도는 주민들의 삶을 피멍들게 하고 있다. 노윤철 서울내곡동 환경지킴이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격앙된 목소리로 증언했다.

"저는 6대째 내곡동에서 살고 있다. 여기에서 나고 자라고 농사를 짓고 있다. 지금도 배추밭에 나가서 벌레도 잡고 일을 해야 하는데 도저히 농사를 지을 수가 없는 형편이다. 내곡지구는 현재 8개 마을에 500여 세대, 6000명이 살고 있다. 서쪽에 우면 1,2,3 지구, 그 옆에 세곡 1,2지구에 인접해 있다. 모두 국민임대주택지구나 이번에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선정돼 개발이 진행 중이거나 곧 진행될 예정이다. 내가 살고 있는 내곡동은 그 한 가운데 끼어 있다.

내곡지구도 지난 2006년 3월 정부에서 임대주택 내정지로 지정했다. 여기서 대대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던 지역주민들 입장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지난 2007년 6월과 올해 2월 환경부는 2번이나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올해 5월 서초구 주민여론조사에서도 절대 다수 주민들이 개발을 거부했다. 그 과정에서 해당 부처와 지자체 사이에는 땅싸움에 일관했다. 그 사이 주민들은 수없이 가슴이 피멍을 맺히고 살았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국토해양부가 보금자리법에 의해 국민임대 단지로 지정하려고 한다. 지난 몇년간 주민들 가슴에 피멍 들게 한 일이 또 반복되려고 하는 것이다."


김영란 국장은 "'반값 아파트' 운운하고 있지만 강남서초의 환경만 반토막 내는 것 아닌 지 모르겠다"며 "강남을 더 이상 부동산 투기의 온상을 만들지 말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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