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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주택에 '뿔난' 지방…"수도권과 격차 더 벌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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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주택에 '뿔난' 지방…"수도권과 격차 더 벌어져"

MB정부, 지방 주택정책 '실종'…"불로소득 환수정책 필요"

정부가 지난달 27일 수도권 일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보금자리 주택 32만 호를 앞당겨 짓겠다고 발표한 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주택 가격 격차가 더 커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방에서는 수년 전부터 적체된 미분양 주택이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수도권 지역의 공급 확대가 지방의 거래 침체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해양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으로 전국의 미분양 물량은 14만5585가구를 기록했다. 지난 3월 16만5641가구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이후 약간 감소했지만 대부분이 공공 매입에 의한 감소분이다. 미분양 주택의 82.4%인 11만9961가구가 비수도권에 몰려 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5만2711가구에 달하며 95%가 지방 몫이다.

▲ 전국의 주택 미분양 현황. 2009년 6월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14만5585가구에 이른다. 준공 후 분양받지 못한 주택도 5만2711가구에 달한다. ⓒ국토해양부 제공

수도권은 전세난…지방은 공급 과잉

수도권은 강남3구를 중심으로 한 재개발 열풍과 뉴타운 건설로 밀려난 세입자들의 전세 수요가 몰리면서 전세값 상승과 이로 인한 집값 상승이 현재 나타나고 있는 문제다.

반대로 지방은 공급 과잉이 주된 문제다. 비수도권 지역 대부분의 주택보급률이 100%를 훌쩍 넘긴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2007년 하반기에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앞서 물량을 '밀어내기'한 탓이 크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 초부터 지방의 미분양을 해결하기 위해 잇단 대책을 발표했다. 2008년 1월 인수위 시절에 지방에 남아있던 투기과열지구 3곳을 해제했다. 수도권 일부 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의 투기 제한이 풀린 셈이었다.

뒤이어 6월에는 '6·11 지방 미분양 대책'을 발표하면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양도세가 과세되지 않는 1가구 2주택 허용기간을 2년까지 연장하는 한편 주택 구입에 따른 취·등록세도 절반을 줄여 1%로 낮췄다. 담보인정비율(LTV) 역시 10%포인트 올려 70%까지 인정하고 미분양 물량 일부를 공공이 매입하기로 했다.

공급 과잉 문제를 투기로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이 따르는 조치였다. 게다가 지방 주택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건설사들이 지방의 수요층의 소득 수준을 감안하지 않고 쏟아낸 고가의 주택은 투기 목적이 아닌 거주용으로 집을 찾는 주민들에겐 높은 분양가 때문에 '그림의 떡'이었기 때문이다. 미분양 주택의 집값 변동도 거의 없어서 투자 목적의 구입 희망자들에게도 인기가 없었다.

▲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지방의 미분양 주택 중 약 85%는 중대형 아파트로 실수요층이 원하는 주택과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정부, 강남 집값 살리기 총력…"지방 박탈감 심화될 것"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지방의 미분양 주택 문제는 사실 수요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건설사들에 더 시급한 문제"라며 "지방 주민들에게 있어 더 큰 문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집값의 격차가 날로 더 벌어지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급격히 내려앉자 정부는 다시 수도권에 중점을 둔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재개발 전매제한 완화를 골자로 한 '8·21 주택공급기반 강화 및 공급정책'과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으로 '버블 세븐' 등에 다시 자금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가는 2.42%나 뛰어오른 반면 지방 광역시는 0.63% 하락, 지방은 0.07% 상승하는데 그쳤다.

올해 들어 강남 재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일부 지역의 집값이 2006년 당시 고점에 근접하고 수도권 지역 전세난이 심화되자 정부는 지난달 23일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 공급 확대를 중점으로 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필요한 소형 오피스텔이나 서민형 주택보다 주로 수도권 등지에서 거래가 활발한 주택을 겨냥한 조치여서 지방의 사정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설사 예전처럼 투기 세력이 지방에 '원정 매입'을 해 지방 주택시장이 살아난다 해도 입지 좋은 일부 중대형 주택의 거래에 그쳐 지역 안에서도 집값 양극화가 벌어질 것"이라며 "지방에서 필요로 하는 주택은 짓지 않고 각종 규제를 풀어 대형 아파트만 불린 후유증"이라고 말했다.

부동산114의 김규정 부장은 "양도세 감면 등 투자 수요를 촉진하는 정책은 수도권에는 반응이 있었지만 지방엔 시장 기반 자체가 미약하기 때문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며 "기존 계약자와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민간 건설사가 분양가를 함부로 낮출 수도 없어 미분양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지방 격차 줄이기 위해서는 불로소득 규제와 균형 발전 필요"

정부가 뒤이어 발표한 보금자리 주택 공급 확대 정책 역시 비수도권 지역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 게다가 토지 수용에 따른 보상 문제 등으로 '반값 아파트'의 실효성이 의심받는 상황에서 투기 세력을 차단하지 못할 경우 비수도권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변창흠 교수는 "현재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보면 규제완화로 수도권의 집값 상승을 유도하면서 한편으론 집값 상승을 공급 부족 탓으로만 돌려 수도권 지역에만 주택을 늘리고 있다"며 "이는 지방의 미분양 문제를 심화시키는 등 지역 간 격차를 벌려 사회적 비용이 커지는 극단적 사례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강수 교수도 "수도권-비수도권 간 주택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도권의 부동산 투자에 따른 불로소득을 차단하거나 지역균형 발전을 통해 수요 증가로 미분양이 차츰 해소되게 하는 방안이 있다"며 "하지만 현재 정부는 두 가지 방법 모두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토해양부 주택정책과 윤의식 사무관은 "지방에도 애초에 계획되었던 보금자리 주택 5만 호의 건설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며 "미분양 물량도 쉽게 해소될 순 없겠지만 월 5000가구씩 꾸준히 줄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윤 사무관은 "건설사들도 발코니 확장 공사 등을 통해 분양가를 낮춤으로써 물량 해소에 주력하고 있고 하반기에 경기가 살아날 거라는 기대가 있는 만큼 앞으로 미분양 물량이 느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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