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도 어김없이 지난 주부터 전국적으로 집중호우가 쏟아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 지역은 장마가 시작된 6월20일부터 이번달 12일까지 모두 490.4㎜의 비가 왔다. 1980년 이후 가장 많은 강수량이다. 부산, 장흥, 광주, 마산 등 전국 각지에서 최다 강수량 기록이 깨지고 있다. 따라서 예년보다 폭우로 인한 피해 규모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폭우를 대하는 정부 인사들의 태도가 수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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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로 하천이 범람하는 등 피해가 커지면 이명박 정부 입장에서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명분이 커지는 셈이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에 22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도 모자라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6조4000억 원을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반도대운하와 마찬가지로 국민 여론은 싸늘하다. 국민 10명 중 7명이 "4대강 예산을 절반으로 줄여 그 돈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쓰자"는 의견에 동의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13일 <내일신문>-한길리서치 여론조사) 정부는 '대한늬우스'라는 홍보동영상까지 만들어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러니 "이명박 정부가 은근히 올해 큰 홍수가 나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4대강 예산이 연간 홍수 피해 및 복구비의 3배에 불과? 최소 6배 이상
홍수를 대하는 이명박 정부의 '수상한' 태도는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을 역설하기 위해 근거로 제시한 홍수 피해액 및 복구액 통계치를 봐도 알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라디오연설에서 "지난 5년 간 평균으로 보면, 연간 홍수 피해가 2조7000억 원이고, 복구비가 4조3000억 원이나 들었다. 수질 개선 비용 등 다른 비용을 다 빼더라도 매년 7조 원이 넘는 돈이 땜질식으로 강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수질 개선 비용 등 다른 비용을 다 빼더라도 매년 7조 원이 넘는 돈이 땜질식으로 강에 투입됐다. 그렇게 들어간 3년치 정부 예산만 들이면, 미래를 보고 강을 종합적으로 살릴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2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첫째, 이 대통령이 언급한 홍수 피해 및 복구액은 4대강이 아니라 전국 하천을 대상으로 한 액수라는 것. 둘째, 이 액수는 '지난 5년'인 2004년-2008년의 평균치가 아니라 2002년-2006년의 평균치라는 점. 이 두 가지를 문제로 지적하면서 이 대통령이 일부러 홍수 피해액 및 복구액을 부풀린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4대강 추진본부가 <프레시안>에 보내온 해명은 이렇다. 첫째, 4대강 유역의 면적이 전국토의 70%이고 나머지 하천도 단계적으로 정비해나갈 계획이므로 전국 통계치를 사용해도 타당하다. 둘째, '최근' 5년치 평균을 사용한 것은 최근 이상기후 현상을 더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대통령은 홍수 피해액과 복구액을 언급하면서 '4대강'을 콕 집어 말하지 않았다.
4대강 추진본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이 홍수 피해 및 복구액을 부풀렸다는 문제제기는 여전히 타당하다. 첫째, 4대강의 면적은 전국토의 70%를 차지할지 몰라도 4대강의 홍수 피해 및 복구액은 전국 하천의 홍수 피해 및 복구액의 절반을 약간 넘는 규모다. 따라서 '4대강의 홍수 피해 및 복구액=전국 하천의 홍수 피해 및 복구액'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둘째, 이상기후 현상을 더 잘 반영하기 위해 '최근 5년간'의 평균치를 냈다고 하나, 그렇다면 왜 '2003년-2007년' 내지는 '2004년-2008년'이 아닌 '2002-2006년' 통계치의 평균을 냈을까. 가장 '최근'인 2007년과 2008년의 통계치를 포함시키지 않은 사실은 정부가 홍수 피해 및 복구액 규모를 크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최근 가장 피해가 컸던 태풍 루사(2002년)와 태풍 에위니아(2006년)이 발생했던 해를 집어넣은 게 아니냐는 의문을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만든다.
결과적으로 "매년 땜질식으로 강에 투입된 비용(홍수 피해 및 복구액)의 3년치 정부 예산만 들이면 강을 종합적으로 살릴 수 있다"는 이 대통령의 말은 과장이다. 정부가 제시한 최근 5년('02-'06) 평균치로 따져도, 4대강 사업의 예산 규모(22조 원)는 연평균 홍수 피해 및 복구액(3조8869억 원)의 6배 정도다. 최근 10년('97-'06년) 평균으로 따질 경우에는 4대강 사업의 예산 규모는 연평균 홍수 피해 및 복구액(2조7585억 원)의 8배나 된다. 내년 예산에서 증액된 6조4000억 원까지 포함할 경우 4대강 사업 예산 규모는 8-10년치 홍수 피해 및 복구액 규모인 셈이다. 그러므로 "3년치 예산이면 된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은 명백한 과장이다.
본류 정비하면 지류 홍수 피해도 줄어든다?
또 "국가하천의 홍수 피해액은 전체의 3.6%에 불과하고, 지방 2급 하천(55.0%) 및 소하천(39.7%)의 피해가 훨씬 크다"는 이용섭 의원의 또다른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4대강 추진본부는 "본류를 정비함에 따라 홍수위가 낮아지면 자연스럽게 물이 잘 빠져나가 지류의 수위도 함께 낮아지므로 본류 뿐 아니라 지류의 피해를 함께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이같은 해명 역시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박 교수는 "수리학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소리를 못한다. 본류가 낮아지면 백워터라고 해서 배수곡선이 일정부분 낮아지기는 하지만 500미터나 1킬로미터 쯤 지나면 그 효과는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본류의 홍수위를 낮춰 지류의 수위도 낮아지는 효과는 0.5-1킬로미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일반 국민들이 수리학이나 수문학 등에 대해 지식을 갖고 있기 힘들고 공신력 있는 정부의 발표에 대해 신뢰를 갖겠지만 전문가 입장에서 볼때 4대강 사업 관련해 정부의 발표는 신뢰하기 힘들다"며 "이렇게 치밀한 계획 없이 목적만 가지고 밀어붙이는 4대강 사업은 내년 초 실제 공사에 들어가는 순간 엄청난 후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는 국민들이 4대강 사업에 대해 현실적인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실제 공사에 들어가는 순간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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