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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22조 중 7조는 '눈먼 돈'"…누구 주머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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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4대강 22조 중 7조는 '눈먼 돈'"…누구 주머니에?

MB정부 들어 턴키발주 늘어…경실련 "대기업 건설사 특혜"

이명박 대통령은 현대건설CEO 출신인 '건설쟁이'였다. 대규모 토목건설의 실상을 누구보다 잘 안다. 특히 말단 경리직원으로 입사해 경리 업무를 오랫동안 담당했던 만큼 건설사 돈의 흐름에 대해 모른다면 거짓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대선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를 임기 중에 추진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대신 대운하에 버금가는 예산 22조 원 규모의 '4대강 살리기'는 예정대로 추진할 계획이다. 4대강 사업 전까지 가장 큰 규모의 토목사업은 새만금 사업으로 예산은 총 4조1794억 원이다. '단군 이래 최대 토목사업'으로 불렸던 새만금 사업도 4대강 사업에 비하면 소요 예산이 4분의 1에 불과한 규모다.

이명박 정부 들어 법인세, 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인하 등 감세 정책으로 세수가 크게 줄어들어 이대로 가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세수가 98조9000억 원 감소할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실제 지난 1사분기 세수는 지난해에 비해 16%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재정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선 세수를 늘리는 것 뿐 아니라 세출을 줄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세출에서 낭비를 줄이는 것은 정부의 의무다. 정부는 재정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술, 담배세 등 간접세를 늘리고 백색가전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부활시키는 등 '서민 증세'를 검토하겠고 있다. 경제위기로 가뜩이나 어려워진 서민들의 세금 부담까지 늘게 생겼는데 엉뚱한 곳에 혈세가 쓰여선 안 된다.

YS정부 때부터 없애겠다던 표준품셈제가 아직도…

4대강 사업 예산 22조 원에 의혹의 눈길이 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논의를 일단 접고 보더라도 22조 원은 적절한 규모인가? 부풀려진 것이라면 낭비된 혈세는 결국 어디로 가는가? 공사를 따낸 건설사들에게 돌아간다. 또 폭리를 취한 건설사의 로비 형태로 정부 여당에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경실련(공동대표 : 김성남 강철규 이근식 김용채)이 "4대강 사업 추진 방식은 어떻게 하면 세금은 더 많이 건설사들에게 퍼 줄 것인지에 대한 지혜를 모두 모은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경실련이 문제 삼는 대목은 크게 2가지. 공사비 산정 방식인 '표준품셈'과 '턴키(Turn-Key. 설계·시공 일괄)발주'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사의 공사비는 실제 시장가격이 아니라 정부고시가격에 따라 산정하게 돼 있는데 이를 '표준품셈'이라고 한다. '표준품셈'에 따라 공사를 발주한 기관은 낙찰예정가를 결정하고, 건설업체도 이를 기준으로 응찰가를 산출한다. '표준품셈'은 과거 일본 '보괘'를 모방해 만든 제도인데, 건설사들의 담합과 정부 로비를 통해 실제 가격보다 정부고시가격이 상당히 부풀려져 있다. 경실련에 따르면, 실제 투입되는 공사비는 품셈 대비 평균 57%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와 일본만이 이런 표준품셈제를 쓰고 있었고, 일본도 1990년대 부동산 거품 붕괴 실제 시장가격을 적용하는 시장단가제로 대부분 전환했다.

표준품셈제는 김영삼 정부 때부터 '건설산업 선진화' 방안 중 하나였다. 2004년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은 표준품셈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었지만, 아직까지 정부는 이를 폐지할 생각이 없다.
▲ 이명박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2회 지역투자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해 4대강살리기 사업관을 관람하고 있다. ⓒ뉴시스

턴키발주 중단하면 예산 30%는 줄일 수 있어

정부는 4대강 사업 중 일단 21개 공사를 턴키방식으로 발주하기로 했다. 턴키방식은 말 그대로 열쇠만 돌리면 되도록 설계부터 완공까지 한꺼번에 맡기는 것을 말한다. 턴키방식은 가격경쟁력보다 설계 점수 비중이 높기 때문에 대형 건설사들이 유리하다. 실제 상위 6개 건설사(대우, 두산, 현대, SK, 동부, GS)들이 턴키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건설사들은 공사를 따낸 뒤 중소형 건설사에 2차, 3차 하청을 줘 공사를 진행한다. 하청 과정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최우선적인 잣대가 된다.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대기업 건설사의 하청을 따낸 중소형 건설사는 최대한 건설비를 아낄 수 밖에 없고, 이는 부실공사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지난 6월초 한국수력원자력이 신고리원전 건설을 현대건설에 100억 원에 발주했으나 다단계 하청을 거쳐 35억 원에 무면허 업체가 실체 공사를 맡은 사실은 턴키방식이 실제 건설시장에서 어떻게 작동되는가를 잘 보여준다.

이처럼 대기업의 특혜 수단으로 변질된 턴키방식에 대해선 이미 여러 차례 문제가 지적됐다. 이명박 정부도 2008년 초 대통령 인수위에서 '예산 10% 절감' 방안을 발표하면서 "최저가낙찰제를 확대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약속과는 반대로 이명박 정부 들어 공공사업에 있어 턴키발주는 오히려 늘어났다. 2006년 31.7%, 2007년 28.5%에 그쳤던 턴키발주는 37.4%로 증가했다.

턴키발주 설계 점수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애당초 입찰에 뛰어든 건설사가 적을 수밖에 없으니 공사비 부풀리기의 수단이 된다. 가격경쟁력이 낙찰의 중요한 잣대인 최저가낙찰제의 경우 건설사들이 제시한 응찰가의 60% 선에서 낙찰가가 결정된다. 반면 턴키방식은 응찰가의 95%선에서 낙찰가가 결정된다. 경실련은 "가격경쟁방식보다 턴키발주방식은 공사비가 30%이상 비싸다"며 "4대강 사업 22조 원 중 30%인 6.6조 원의 예산이 낭비된다"고 주장했다.

<표. 입찰방식에 따른 평균 낙찰율(낙찰가 / 응찰가)>

구분원도급 낙찰률하도급 낙찰률실제 투입공사비
턴키방식95% 낙찰원도급의 60%품셈 대비 57%
가격경쟁방식60% 낙찰원도급의 95%품셈 대비 57%

경실련은 지난 1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턴키발주에 대한 개선안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국토부는 건설기술심의위원회(중앙, 지방, 특별)와 설계자문위원회에 턴키 심의를 전담하는 분과위원회를 구성하고 명단을 공개해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과거 턴키발주를 심의하던 비공개 3000명의 심의위원 인력풀을 50-70명의 공개된 위원으로 바꾸겠다는 것으로 건설사들로서는 로비대상이 소수정예화 돼 로비비용이 줄어들 수 있으나 실질적 경쟁을 통한 건설사업의 국제적 경쟁력 강화를 담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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