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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공공기관에도 일반 근무형태로 고착"

민노당, 1003개 공공기관 비정규직 실태 발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남용은 공공기관에서도 예외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의장 주대환)가 1003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실태를 조사해 6일 발표한 1차 결과를 보면 공공기관에서도 비정규직 고용이 매우 일반화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비정규직 중 3년 이상 장기근속자 37.2%**

민주노동당 발표에 따르면, 이번 조사의 대상인 중앙행정기관, 공기업 및 산하기관, 교육기관 등 1003개 기관에 모두 4만5413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특히 농촌진흥청, 질병관리본부, 문예진흥원은 비정규직 고용 비율이 각각 58%, 64%, 56.5%로, 전체 고용 중 비정규직 고용이 절반을 넘었다. 노동부도 비정규직 고용 비율이 46.9%에 달해, 노동정책 주무부처로서 비정규직 남용을 억제하겠다던 그 동안의 공언을 무색케 했다. 이밖에 건교부(23.7%), 외교통상부(24%), 행정자치부(20.3) 등 주요 중앙부처들도 비정규직 고용 비율이 높은 편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공공기관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3년 이상 장기근속자가 37.2%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건설교통부의 경우에는 비정규직 노동자 중 70.3%가 3년 이상 장기근속자로 드러나, 상시적인 업무에까지 비정규직의 고용이 일상화돼 있음을 짐작케 했다.

이런 실태는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기간제·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에 대한 노-정 간 논쟁 과정에서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가 제기한 "사용사유를 규정하지 않을 경우 비정규직 남용을 억제할 수 없다"는 우려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월평균 임금 100만 원도 안 되는 비정규직 수두룩**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그 수가 많을 뿐 아니라 '임금수준'도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본급, 각종 수당과 상여금 등을 포함한 공공기관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123만9000원이다.

기관별로 보면 법무부, 통일부, 해양수산부, 농촌진흥청, 특허청의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이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해 8월 통계청이 실시한 경제활동인구 조사의 부가조사 결과에서 파악된 전체(민간기관 포함)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 11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낮은 임금수준과 임금차별 간의 높은 상관관계도 이번에 다시 한번 확인됐다.

동종·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차이는 정규직을 100으로 놓았을 때 비정규직은 46.5로 나타나 공공기관에서도 임금차별의 정도가 민간부문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특허청(31.9), 관세청(34.3), 환경부(39.6), 해양수산부(40.1)의 경우 임금차별이 가장 극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표>

***공공기관 비정규직 고용, 여성에 집중돼**

또한 여성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도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청은 비정규직 전원이 여성으로 조사됐다. 특허청 외에 비정규직 중 여성의 비율이 특히 높은 기관은 국세청(98%), 기획예산처(89.1%), 국가청렴위원회(86%), 외교통상부(86%), 산업자원부(81.7%) 등이었다.

임금 면에서도 동종·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 임금을 100으로 놓았을 때 여성 비정규직의 임금은 42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는 "비정규직 업무가 대부분 사무보조, 조리원, 청소원 등 저임금 직종에 몰려 있기 때문"이라며 "결국 공공기관에서조차 남녀차별이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의 권익신장 활동을 주 업무로 하는 여성가족부와 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경우 지난 7개월 간 생리휴가 사용비율이 0%로 나타났고 국립의료원, 질병관리본부, 국립암센터 등도 생리휴가 사용비율이 0%로 나타났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개선보다 고착화될 가능성 높아**

이번 조사는 1만7000여 개 공공기관 중 극히 일부인 1003개 기관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비정규직의 실태가 전반적으로 재조명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공영역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남용과 차별의 수준을 개략적으로 재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부는 지난해 5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아지자 상시적인 업무에 한해 '상용직화'를 골간으로 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한국노동연구원을 통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규모를 비롯한 각종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번 실태조사 결과는 정부의 그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남용과 차별은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 IMF 외환위기 이후 공공부문에서 급속히 늘어난 비정규직 고용에 대한 정부의 처방은 문제의 개선에 미미한 효과밖에 내지 못했음이 확인된 셈이다.

특히 이번 조사 결과는 비정규직 고용이 민간영역뿐 아니라 공공영역에서도 정상적인 고용형태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행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에서는 비정규 고용을 계절적 요인, 출산휴가 등 '예외적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이런 허용기준이 실제 고용시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은 셈이다.

현재 노·정 간 격렬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정부의 '비정규 관련 법안'은 비정규 고용을 정상적 고용형태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상황을 고착화시킬 우려가 크다.

이번 조사에는 민노당이 직접 작성한 '비정규직 실태조사 표'가 이용됐다. 아울러 지난 8월 10명의 민노당 의원들이 각 공공기관에 요청해 받은 기초자료가 이번 조사에서 분석의 토대로 활용됐다. 민노당은 관세청, 교육청 등 주요 기관에 대해서는 임금대장과 근로계약서를 별도로 분석했고, 공공기관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제보도 조사결과에 상당부분 반영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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