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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공원 한 구석의 '눈물섞인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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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공원 한 구석의 '눈물섞인 싸움'

경찰청고용직공무원노조, 3일간 교통관제탑 고공농성

여전히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8일 정오 서울 여의도 공원. 점심시간을 이용해 일반 시민들이 한가로이 공원을 거닐며 휴식을 취하는 가운데, 공원 한 귀퉁이에서는 목숨을 건 싸움이 진행되고 있었다.

주인공은 지난 6일 새벽 6시 50분 경 여의도 공원 6번 출입구에 위치한 30m 높이의 '교통관제탑'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해 사흘째 버티고 있는 5명의 여성노동자들.

이들은 경찰청 해직 노동자로 구성된 '경찰청 고용직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김미숙)의 문정영 노조 부위원장 등으로 교통관제탑 아래에는 조합원 30여명이 걱정스러운 눈길로 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공농성 3일째 "경찰청은 법을 지켜라"**

조합원과 함께 교통관제탑 아래 있던 장희정 노조 사무국장은 기자와 만나 "경찰청이 법에 규정된 내용을 위반하면서까지 우리들 복직을 거부하고 있다"며 "법을 수호해야 할 경찰청이 법을 어기고 있으니 누굴 믿고 살 수 있겠냐"라고 한숨 섞인 목소리로 토로했다.

이들이 말하는 '법'은 국가공무원법 제28조 4항으로 이 법에 따르면, 특별채용을 할 때는 '직권면직'으로 퇴직한 자를 우선 채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공공기관이 불가피한 이유로 정리해고를 한 뒤, 피해자를 우선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다.

장 국장은 "2003년 이래 경찰청은 고용직공무원을 무려 1000여 명 직권면직 혹은 의원면직했다"며 "이번 9월에 실시되는 특별채용에 직권면직된 인원(87명)만이라도 우선 채용해야 한다"고 말을 이었다.

이들에 따르면, 1989년 경찰청 내 '고용직' 직제가 폐지됐지만 경찰청은 계속 신규채용을 해 오며 정원을 유지하다가 지난 2003년 대민 서비스 강화 차원에서 일반 행정직을 대거 늘리는 반면, 고용직에 대해선 직권면직 처분하기 시작했다.

김미숙 노조 위원장은 이에 대해 "노조 구성원 대부분이 90년대 이후 고용직으로 들어온 사람들"이라며 "경찰청은 법적 근거도 없이 채용해 놓고, 실컷 부려먹다가 효용가치가 없으니 헌신짝 처럼 우리들을 길거리로 내몰았다"고 호소했다.

***"270여일간 투쟁, 이젠 지쳐간다. 하지만…"**

이들 노조가 직권면직 취소 등을 요구하며 싸움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로 벌써 270여 일이 넘고 있다. 긴 시간 동안 이들은 20~30대 여성으로서 해볼 수 있는 '투쟁'은 다 해봤다고 할 정도로 고난의 행군을 지속해 왔다.

지난해 겨울 차가운 바람이 부는 국회 앞 도로에서 노조 지도부 삭발식을 눈물 속에 거행했고, 올해 3월 경에는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 대로를 점거하는 투쟁도 전개했다. 이밖에도 서대문 사거리 교통관제탑 고공농성, 경찰청 진입투쟁 등 이들의 실력행사 소식은 잊혀질 만하면 전해졌다.

해 볼 만큼 다 해본 이들은 지난해 말과 달리 기진맥진한 모습이다. 갓 낳은 아기를 고향에 두고 상경한 개인사는 제쳐 놓고서라도, 끝까지 함께하자던 동료들이 하나 둘 희망을 잃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다.

고공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박미정 노조 총무팀장은 무선 무전기를 통해 "경찰청이 특별채용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투신이라도 하겠다"며 절박한 목소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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