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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영 경찰청장 '비정규직 대책 마련' 역시나...

경찰청, "해직 경찰청고용직공무원 대책 더 이상 없다"

지난 14일 경찰청장 후보로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인사청문회에 나섰던 당시 허준영 후보가 직권면직된 경찰청고용직공무원에 대해 "제도적 대책마련을 강구해보겠다"는 약속은 공언이었음이 31일 확인됐다.

***허준영 경찰청장 "제도적 대책마련 강구하겠다"다더니...**

이영순 민주노동당의원은 허 청장 인사청문회 당시 "경찰청고용직공무원들은 한 달 수십만원에 불과한 월급을 받으면서도, 사무보조·차심부름·경찰 식사마련 등을 했다"며 "10년 넘게 한솥밥 먹던 이들을 하루 아침에 직권면직하는 것이 올바른 처사냐"라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허 청장은 이에 대해 "경찰청 내에도 취약계층이 있다는 것을 안다"며 "그동안 업무를 맡지 않아 정확한 내용을 모르지만 가슴 아픈 일이다. 앞으로 제도적 대책마련을 강구해보겠다"고 답변했다.

허 청장의 이같은 답변은 일자리를 잃고 한달 넘게 집을 떠나 민주노동당 당사에서 거점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60여명의 경찰청고용직공무원노조 조합원들에게 실낱같은 희망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같은 답변이 있은지 17일이 지난 31일 현재, <프레시안> 취재 결과 경찰청은 이렇다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허준영 청장 취임 이후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사실상 연초에 내놓은 대책 이외에는 별다른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직권면직을 취소하고 기능직으로 전환하라는 노조의 요구에 대해 "기능직 전환을 위해서는 중앙인사위원회를 통해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며 "더구나 중앙인사위에서 개정은 힘들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환을 한다고 해도 이미 직권면직을 통해 '직'을 상실한 상태인데, 전환이 어떤 의미가 있겠냐"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고용직공무원들이 그동안 힘든일을 해왔다는 것은 잘 안다"며 "경찰청은 이들에 대해 최대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뚜렷한 대책마련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87명 기능직 채용이 대책?**

한편 경찰청은 올해 하반기 기능직 87명을 특별채용할 방침이다. 워드프로세서, PC활용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인원에 한해 서류·면접 시험을 통해 충원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청은 해직된 고용직공무원들도 이 기회를 통해 기능직 입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직권면직된 고용직공무원들은 87명을 시험없이 특별임용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그렇게 할 경우 자진퇴직한 고용직공무원들이나, 일용직 공무원, 일반인들의 반발이 불보듯 뻔하다"며 "경찰청으로서는 시험 응시 제한 등을 통해 직권면직된 고용직공무원에게 특혜를 주기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대책은 '해직 고용직 공무원'을 위해 마련된 것이 아니라 올해 기능직 정원이 증원됨에 따라 마련된 것인만큼, 고용직공무원들에게는 미약한 대책이라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경찰청고용직공무원노조도 이와 관련 "하루 아침에 직권면직을 해놓고, 시험을 쳐서 기능직으로 들어오라는 것은 고용보장 대책으로 볼 수 없다"라며 "시험을 친다고 해도 6백여명(직권면직자, 자진퇴직자 포함)의 고용직 중 극히 일부만 기능직으로 임용될 수밖에 없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노조, "투쟁 수위 더 올리겠다"**

이처럼 경찰청과 고용직공무원노조의 물러섬 없는 갈등은 자칫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고용직공무원노조는 현재 47일째 민주노동당 당사에서 거점 농성을 진행하는 한편, 김은미 강원지부장은 40일째 단식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별다른 희소식 없이 농성만 장기화되자 조합원들의 답답함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노조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경찰청장에게 면담을 요청해도 취임 직후라 바빠서 만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오고 있다"며 "그동안 진행한 항의집회나 1인시위가 아닌 보다 강도 높은 투쟁을 조만간 감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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