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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의 청계광장에서 108배…"스스로 빛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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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의 청계광장에서 108배…"스스로 빛이 되자"

[오체투지 108일차] 시청 광장에서 조계사로 순례 후 시국법회

21일 청계광장 앞에 선 전종훈 신부와 문규현 신부, 그리고 수경 스님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자 108배를 하는 동안 흥건히 젖어있던 장갑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졌다.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 오체투지 순례단의 명호 진행팀장은 방송차량 스피커를 통해 "작년 우리는 이 곳 청계광장에서 스스로 빛이 되고자 촛불을 들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마음이 망가져 남의 일은 모른척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변해서 세상을 마주하겠다는 염원을 갖고 청계광장에서 108배를 진행했다"며 "순례단은 대립과 갈등을 넘어 희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혔다. 빗속에서 30여 분간 진행된 108배는 그렇게 끝났다.

▲ 청계광장에서 오체투지를 하고 있는 순례단 ⓒ프레시안

"어려운 부탁 아니다. 따뜻한 손길로 국민을 어루어 만져달라"

오체투지 108일째인 순례단은 오전동안 명동성당을 시작으로 서울시청 광장까지 이동했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시청 광장부터 조계사까지의 길에는 5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도심 한복판을 노란색 물결로 도배했다. 이들은 청계광장을 거쳐 보신각을 지나 조계사로 향했다.

온 몸이 젖은 채 빗속을 뚫고 오후 5시경 어렵게 도착한 조계사에는 '사람, 생명, 평화를 위한 시국법회'가 이미 준비돼 있었다. 불교시민사회단체연석회의가 주최한 시국법회는 용산 참사, 대운하 추진 등 생명을 경시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는 MB정부와 우리 사회를 뒤돌아보고, 참회와 성찰, 변화를 통해 생명평화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공명의 마당이었다.

법회에 참여한 많은 이들이 이명박 정부의 소통 부재를 안타까워했다. '사람, 생명, 평화를 위한 시국법회 참가자'는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분들게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간절히 호소했다.

이들은 "어려운 요구는 않겠다"며 "다만 따뜻한 손길과 눈물로 국민을 어루어 만져달라"고 당부했다. 참가자들은 "법의 이름으로 힘의 정치를 펴려 하지 말라"며 "용산 참사의 해법도 바로 이것"이라고 말했다.

"일시적으로 누를 수는 있겠지만 그만큼 반발력도 커지는 법입니다. 국민을 염두에 두지 않는 정치가 바로 전제정치입니다.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인 법은 공권 폭력의 일시적 면죄부일 뿐입니다. 현 정부에서 매마른 법치를 강조할 수록 대통령의 권위는 더 초라해질 뿐입니다."

이들은 국민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전했다. "우리 모두가 탐욕의 사슬에 묶여 있는 한 빈부양극화의 모순은 해결되지 않고 골은 더 깊어질 것"이라며 "인내와 절제로 부자신화의 미망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 오체투지에 나선 스님 ⓒ프레시안

"성직자의 질문에 답하자. 모든 것이 없어진 다음엔 어떻게 할 것인가?"

법륜 스님은 "부처님은 자신의 이익을 타인의 불행으로 쌓지 말라고 했다"며 "하지만 우리 사회는 자신의 작은 이익을 위해 남의 불행을 이용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지도자들이 이런 일을 하고 있다"며 "부자 세금 감세, 부동산 정책, 교육 제도 등이 모두 가진 자를 위한 것으로 변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순례단의 세 분 성직자를 가리키며 "이들이 우리 대신 이러한 지도자를 깨우치기 위해 벌써 108일째 땅바닥에 몸을 던지고 있다"며 "하지만 지도자는 감았던 눈을 뜨지 않고 막혔던 귀도 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나 더 고통을 겪어야 지도자가 깨우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세 분 성직자들의 고통을 덜기 위해서라도 순례단에 함께하자"고 독려했다.

청화 스님은 사람은 말 말고도 몸으로도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며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 진실과 가깝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비도 언어고, 햇볕도, 꽃의 빛깔과 향기도 언어다. 동시에 이같은 모든 사물들은 항상 진실만을 말하고 있다. 라일락이 장미 흉내를 내지 않고 호박꽃이 라일락 향기를 흉내내진 않는다. 이것은 한결같고 영원하다. 하지만 사람이 말하는 것은 입장, 감정, 욕망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우린 거짓말 홍수에 살고 있는 것이다."

세 명의 성직자가 오체투지로 말한 것은 진실이다. 입이 아닌 몸으로 몸소 보여준 것이다. 이들은 진실로 이 정부에 대해, 사회와 사람들을 향해 질문을 하고 있다. 두 손과 두 무릎, 이마로 묻고 있다. '모든 것이 다 사라진 다음엔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젠 우리가 답해야 할 차례다."



▲ 21일 진행된 오체투지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로 인해 순례단의 몸은 흠뻑 젖었다. ⓒ프레시안

▲ 시국법회를 위해 조계사로 들어오고 있는 순례단.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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