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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본 성직자와 유가족, 눈물 그리고 "…"

[오체투지 105일차] 용산 참사 현장에서 108배

서로 아무 말이 없었다. 용산 참사로 고인이 된 다섯 명의 영정을 사이에 두고 오체투지순례단 성직자와 유가족이 만난 자리. 세 명의 성직자는 어떤 위로의 말도 하지 않았다.

세 성직자는 묵묵히 용산 참사 현장에 마련된 빈소에 향불을 피우고 유가족을 조문하며 맞절을 올렸다. 조문 내내 시종 침통한 표정을 보였던 전종훈 신부는 맞절을 마치고 유가족에게 다가가 두 손을 맞잡은 뒤 끌어안았다.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이 유가족의 눈에서 흘러내렸다. 전종훈 신부도 마찬가지였다. 전 신부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유가족을 껴안은 채 하염없이 울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문규현 신부의 눈도 젖어 있었다. 200여 명의 시민도 마찬가지였다.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 오체투지 105일째인 18일, 순례단은 용산 참사 현장을 방문했다. 용산 참사의 원만한 해결을 염원하며 108배를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 용산 참사 현장에서 108배를 진행하고 있는 순례단. ⓒ프레시안

"오늘 우리는 부끄러운 자화상을 마주하고 있다"

108배를 진행하기 앞서 오체투지 순례단 명호 진행팀장은 순례단을 대표해 "우리 시대의 갈등과 대립을 넘어 희망을 찾기 위한 길을 찾아 나선지도 오늘이 105일째가 된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용산 참사 현장을 두고 "오늘 우리는 우리 시대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마주하고 있다"며 "세상이 잔인하다 못해 6명의 소중한 생명이 죽임을 당해도 여전히 이 사안을 합리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명호 팀장은 "독단과 독선, 속도전 시대의 키워드는 사람의 생명도, 자연의 생명도 가벼이 여기고 있다"며 "특히 '여기 사람이 있다'는 절박한 호소가 끝내 외면당하고 돈만 벌면 된다는 자본의 가치관이 제일로 여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참사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 우리 사회가 받은 상처가 하루 빨리 치유되고 희생자들에게 평온한 안식을 줄 수 있도록 사회적 지혜와 관심을 모아 주십시오. 법과 논쟁에 앞서 유가족의 한을 풀어주지 못한다면 누가 정부의 말을 믿고 따르겠습니까."

한편, 오체투지순례단은 이날 용산구 서빙고동 이촌지하도 위에서 오체투지를 시작해 전쟁기념관에서 마무리를 지었다. 이들은 19일 하루 동안 휴식을 취한 뒤 20일부터 다시 순례를 시작한다.
▲ 고 이상림 씨의 부인인 전재숙 씨가 오체투지에 참여했다. ⓒ프레시안

▲ 오체투지를 마친 뒤 묵상을 하고 있는 세 분의 성직자. ⓒ프레시안

▲ 오체투지 순례단은 이날 전쟁기념관에서 105일차 일정을 마무리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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