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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뭐하는 짓이야!"…사는 게 참 힘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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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뭐하는 짓이야!"…사는 게 참 힘든 사람들

[오체투지 107일차] 용산에서 명동까지…순탄치 않은 순례길

26도를 육박하는 무더위. 차량의 소음. 사람들의 불평.

지난 16일 서울에 입성한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 오체투지 순례단이 20일 서울의 중심 명동을 지났다. 오체투지 107일째였다. 이날 순례단은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출발해 중구 명동성당을 목적지로 향했다.

300여 명이 참여한 이날 순례는 정신이 없었다. 높은 온도와 습도 속에서 순례를 진행하는 수경 스님, 문규현 신부, 전종훈 신부 등을 비롯한 순례자들의 얼굴에서는 땀방울이 끊이지 않았다.

남대문시장 쪽 3차선 도로 중 한 쪽 차선을 차지하고 순례를 진행했지만 한창 복잡한 도로 위 차량에게 순례단 행렬은 거추장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인도 쪽 1차선 도로는 시장 업무를 위해 잠시 주차한 차량으로 가득했다.

2차선 도로를 이용한 순례단은 왼쪽에서 경적을 울리며 지나는 차량과, 오른쪽에 주차한 차량 사이에서 정신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순례단 관계자는 "오늘 따라 경찰이 교통 통제도 해주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 명동으로 가는 길. 수많은 인파가 오체투지 순례단을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프레시안

"이렇게 한다고 달라지나?"…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순례단

순례단의 행렬을 보며 시민은 대부분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순례단 진행팀에게 "무슨 일이냐"고 묻는 시민이 있는가 하면, 순례단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는 듯 세 명의 성직자에게 읍소하는 시민도 있었다.

불평을 터뜨리는 시민도 있었다. 명동을 지나는 순례단을 두고 박명숙(가명·29) 씨는 "왜 하필 사람들이 이렇게 붐비는 명동에서 이런 것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하지만 결국엔 정치적 의도가 있는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순례를 한다고 달라지는 것이 있겠느냐'고 반문하는 시민도 있었다. 남대문시장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순례단을 지켜본 이옥순(62) 씨는 "이렇게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있겠는가"라며 "결국 세상은 힘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돌아간다"고 푸념했다.

하지만 순례단은 이런 소리에도 굵은 땀방울을 아스팔트 위에 흘리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갈 뿐이었다.

▲ 명동성당에서 진행된 미사에 참여한 수녀. ⓒ프레시안

"순례단 덕분에 우리가 겨우 숨을 쉴 수 있다. 감사하다"

"오늘 순례를 하면서 한 시민에게 '도대체 뭐하는 짓이야?'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제 그에 대한 답을 드리겠습니다."

김인국 신부는 이날 순례를 마친 뒤 명동성당 성모동산에서 진행된 미사에서 이와같이 말했다. 오체투지 순례단은 순례를 마친 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주최한 '오체투지 순례 정신을 경배합니다'란 미사에 참여했다.

김인국 신부는 공자가 어떤 사람과 나눈 대화를 소개하며 순례단의 의미를 설명했다.

"공자에게 어떤 사람이 '한평생 간직할 수 있는 글자가 무엇인가'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공자는 주저하지 않고 '難'(어려울 난)을 제시했습니다. 공자는 이 글자를 제시하며 '사는게 참 힘들다'며 '글자는 어렵고 더불어 살아가는 건 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 말을 들은 사람은 '누구와 더불어 사는 것이 힘든가'라고 물었습니다.

공자는 세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하늘과 땅과 사람. 특히 사람과 더불어 사는 것이 어렵습니다. 이 땅에 살면서 힘이 있다면 자신만의 행복을 누릴 수 있지만 사람과 더불어 살수 없다면 째째하고 별 볼일 없이 살다가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 자비만이 사람이 걷는 길을 걸을 수 있다고 스승들은 말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걸 잊고 사는 듯합니다."


그는 "아주 조금씩만 서로를 생각하며 살면 되지만 지금은 서로 그런 것이 없다"며 "요즘은 아주 망해버릴 나라가 되어버려 숨조차 쉬기 힘들게 됐다"고 토로했다. 김 신부는 "사랑과 평화와 사람의 길을 걷는 순례단의 한 걸음은 시퍼런 작두를 걷는 듯한 고통을 느끼게 한다"며 "하지만 덕분에 우리는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다"고 순례단에게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미사는 신부, 수녀, 신도 등 약 5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1시간 가량 진행됐다. 오체투지 순례단은 21일에는 명동성당부터 조계사까지 순례를 진행한다. 오후 2시부터는 서울 시청 광장에서 약 2000명의 시민과 함께 조계사까지 오체투지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오후 5시부터는 조계사에서 법회를 열 계획이다.

▲ 명동성당에서는 이날 미사가 진행됐다. ⓒ프레시안

▲ 명동성당에서 오체투지를 진행하는 순례단.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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