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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래활성화와 가격상승은 동전의 양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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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래활성화와 가격상승은 동전의 양면

[홍헌호 칼럼]한나라당, 무주택자 위해 주택가격 올리자?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16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부동산 정책과 관련하여 여러가지 말들을 쏟아냈다. 그 중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과도한 양도소득세 중과세로 인해서 거래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부동산 시장 자체를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다.
(2) 기본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되려면 보유하는 데 대해서는 중과세 하는 게 맞다. 다만 거래하는 데 대해서는 거래부담을 낮추어줘야 부동산의 이전이 원활하게 된다. 그래야 집이 없는 사람들도 새로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이 집을 내 놓게 하려면 거래세는 낮추어야 한다.


양도소득세는 거래세가 아니다

본론에 앞서 우선 개념정리부터 하고 넘어가자. 임태희 의원의 주장처럼 양도소득세는 거래세의 일종인가? OECD의 분류기준에 따르면 양도소득세는 소득세의 일종이지 거래세의 일종은 아니다.

소득세는 소득을 과세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거래세는 단순히 거래액을 과세대상으로 하는 세금이다. 따라서 양도소득세는 거래세가 아니다.

물론 양도소득세 세율 인상이 부동산 거래과열을 막아 투기억제에 기여하고 반대로 세율 인하는 부동산 거래과열과 투기열풍을 가져오므로, 부동산 거래활성화를 원하는 임의원 입장에서는 양도소득세가 거래세의 일종으로 느껴 질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 글에서는 임 의원과의 소통의 편의를 위하여 양도소득세를 거래세의 일종으로 간주하고 글을 전개하기로 한다. 물론 이것은 임 의원과의 소통의 편의를 위한 것이지 필자가 양도소득세가 거래세라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섣부른 거래세 인하, 지나치게 안이한 정책

여러 해 동안 부동산정책을 공부한 필자의 입장에서 거래세 정책에 대한 소신은 과거 노무현 정부나 당시 여당의 주장과도 전혀 다른 것이었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노무현 정부와 당시 여당은 "보유세 부담은 늘리고 거래세 부담은 낮추자"는 구호를 전면에 내걸었었다. 그러나 필자는 그 구호에 동의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구호가 지나치게 안이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부동산 가격안정을 원한다면 거래세는 그대로 두고, 즉 내리지 말고 보유세만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일관된 생각이었다.

필자가 그런 생각을 하고 또 그런 취지의 주장을 한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투기열풍은 우리와 처지가 다른 선진국과 유사한 방식으로 대처해서는 결코 제압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가 보다 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부동산 투기를 제압하겠다는 사람들이 보유세 인상을 해보지도 않고 거래세 인하부터 하겠다고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것이었다. 정부가 투기꾼들에게 한 수 접고 들어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절대 정책을 그런 식으로 해서는 안된다.

유능한 정부라면 일단 보유세 인상을 해서 투기과열 열풍을 확실하게 제압하고, 그리고 나서 그 후에 지나치게 시장이 냉각된다 싶으면 그 때 가서 '거래세 인하'라는 카드를 내놓는 게 정석이었다. 그러나 노무현정부와 당시 여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나치게 안이했던 것이다.

거래세를 낮추면 가격도 내려간다? 근거없는 주장일 뿐

필자의 이런 주장에 대하여 보수진영의 일부 사람들은 거래세를 낮추면 가격도 내려갈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자산시장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세를 예로 들어보자. 정부가 증권거래세를 내리면 주가가 내려갈까, 올라갈까. 주가는 무조건 올라간다. 상당기간 폭등할 수도 있다.

부동산 시장은 어떨까. 거래세가 인하되면 거래가 활성화된다. 그리고 거래가 활성화되면 가격은 무조건 오른다. 주식시장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이것이 바로 자산시장의 생리이다.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도 아주 간단하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이 두 시장이 '투기성을 가진 시장'이기 때문이다. 투기성을 가진 시장에서는 '나비효과'가 빈번하게 나타난다.

2007년 주식시장을 돌아 보기로 하자. 2007년 연초를 전후하여 정부는 여러 해에 걸쳐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비중을 10%에서 30%까지 끌어올리겠노라고 발표했다.(국민연금의 주식투자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방향은 옳으나 정부가 투기를 유발할 수도 있는 민감한 정책을 발표할 때는 함부로 명확한 수치를 발표해서는 안된다. 경제정책을 발표하는 관료들은 이 점을 항상 명심하고 있어야 한다.)

국민연금 투자액 중 20%라면 대략 40조~60조원에 해당한다. 이 발표의 영향은 어떻게 나타났을까. 2007년 주식시장은 폭발했고 코스피 시가총액은 반년 만에 700조원에서 1000조원까지 부풀어 올랐다.

물론 2007년의 주가폭등을 국민연금 주식투자비중 확대 발표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중국의 주가상승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에게는 여러 해에 걸쳐 40조~60조원이 투입된다는 사실이 그렇게 중요한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발표 이후 투자자들은 재료 크기와 상관없이 그들 스스로 투기열풍을 만들어 가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자산시장의 나비효과이다. 한 톨의 불씨가 대륙을 태우듯이 한 톨의 재료가 전국을 투기열풍으로 몰아 넣을 수도 있다.

부동산 거래량과 주택가격, 동전의 양면

자산시장의 투기적 생리에 대해서는 그렇다 치고 부동산 거래활성화가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킨다는 실증적인 증거가 있는가. 물론 충분한 증거가 있다.

□ 전국 토지거래 변동률과 서울시아파트 가격변동률
▲ (주) 계열1은 전국 토지거래 변동률, 계열2는 서울시아파트 가격변동률
(출처) 건설교통부와 국민은행 자료를 시민경제사회연구소에서 가공
위의 그림을 보면 부동산 거래량과 주택가격 변동률 사이에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990년대는 분양가 상한제가 존재하는 시기였고 또 아파트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다소 관계가 느슨했지만, 1998년 이후에는 부동산 거래량과 주택가격이 동전의 양면처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변동하고 있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임태희 의원이 무주택 서민들을 위하여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우긴다면 이거야말로 '궤변'이다.

백 보 천 보 양보하여 임태희 의원이 부동산 거래활성화가 주택가격을 상승시켜 건설경기를 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면 필자가 '궤변'이라는 표현까지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부실건설사들이 구조조정되고 소중한 혈세들이 부실건설사가 아닌 유망한 중소기업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라는 차원에서 바람직하기 때문에 필자는 부동산 거래활성화를 통해 건설경기 부양에 나서는 전략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보지만 말이다.

그러나 백 보 천 보를 양보한다 하더라도 임 의원이 부동산 거래활성화가 무주택 서민들을 위하는 길이라고 강변해서는 곤란하다.

거래활성화가 무주택자를 위하는 길이라 우겨서는 곤란

무주택 서민들을 위해서는 주택가격이 더 내려가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인위적으로 부동산 거래활성화를 지향하면 주택가격은 더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올라간다.

부동산 거래활성화란 매수세가 매도세를 압도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이런 경우 부동산 가격은 무조건 오른다.

매도세가 매수세를 압도하는 거래활성화는 없을까. 그런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매도세가 매수세를 압도하면 거래는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위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주택서민들을 위하여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거래가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서는 안된다. 거래활성화와 가격상승은 동전의 양면이다.

마찬가지로 임 의원도 거래활성화가 무주택서민들을 위하는 길이라고 우겨서는 곤란하다. 거래활성화는 곧 가격상승을 불러 올 뿐이다. 최근의 부동산 시장을 보더라도 거래량과 가격은 동전의 양면처럼 예외없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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