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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 표류…'한나라 배신'은 예정된 각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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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 표류…'한나라 배신'은 예정된 각본?

"부자 정당" 비난 피하고 재보선 뒤 전격 처리 가능

기획재정부는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3월16일부터 소급 적용한다는 방침을 밝혀, 한나라당이 끝내 반대해 4월 국회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가 백지화될 경우 큰 혼란이 예상되는데도 의외로 담담했다. 믿는 구석이 있어서일까?

한나라당 양도세 중과 폐지 찬반 5 : 5

재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1가구 다주택자(3주택 이상 소유자) 양도세 중과 폐지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최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등 '과열' 조짐이 보임에 따라 부동산 투기를 부추길 수 있는 양도세 중과를 폐지할 명분이 사라졌다. 그러자 한나라당에서 반대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15일 정책의총을 열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폐지안을 논의했으나 당론을 정하지 못했다. 찬성 5명, 반대 5명으로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이날 반대 의견을 낸 김성식, 남경필 의원 등은 "부자들을 위한 정당이란 이미지가 더욱 강해질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홍준표 원내대표와 서병수 기획재정위 위원장도 이날 의총에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은 내주 중 다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기로 했으나 당내 이견이 많아 빠른 시일 안에 당론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한나라당 '배신', '부자 정당' 비난 피하려?

한나라당의 반대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재정부가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하고 탈법적인 행정행위를 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에서 심의 과정을 거쳐 통과되고 난 뒤 법 시행에 들어가는 게 정상적인 절차인데, 재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정책 발표 다음 날부터 바로 소급 적용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런 내용을 담은 개정안은 4월 1일에야 국회에 제출했다.

재정부는 한나라당이 이미 당정협의를 통해 합의한 사안이라서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도 되기 전에 날짜까지 명시한 소급 적용 방침을 밝혔다고 해명하고 있다.

근본적인 잘못은 국회의 입법권과 법에 따른 행정절차를 무시한 재정부에 있지만, 재정부 설명에 따르자면 한나라당이 한달 사이에 입장을 바꿔 혼란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왜 그랬을까? 아마 4월29일에 치러질 재보선을 감안했기 때문일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양도세 중과 폐지' 당론을 정할 경우 야당에서 당장 '부자 정당'이라는 비난을 쏟아낼 게 뻔하다. 일종의 선거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재정부, 믿는 구석이라도?

한나라당의 입장 변화는 쉽게 설명된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의 갑작스런 '배신'에 재정부가 의외로 담담한 이유는 뭘까?

양도세 중과가 유지되는 쪽으로 최종 결정될 경우 부동산 시장의 혼란이 불가피하다. 정부 발표를 믿고 일반과세(6%-35%)가 될 줄 알고 부동산을 매매했던 다주택자들은 45%의 세금을 물어야 한다. 또 고율 과세를 피해 계약을 취소할 경우 부동산 가액의 10%에 이르는 계약금을 손해보게 된다. 어느 쪽이든 정부의 말을 믿고 부동산 거래를 한 이들은 금전적 피해를 보게 된다. 이같은 피해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세청은 법 통과를 기다리면서 지난 3월 16일 이후 다주택자들의 부동산 매매에 따른 양도세를 아직 과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부는 15일 "정부가 양도세 중과 폐지를 유예하기로 했다"는 <문화일보> 보도에 "유예 결정을 내린 바 없다"고 밝혔다.

4월 국회에서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언제까지 양도세 과세를 미룰 수도 없는데, 재정부가 믿는 구석은 뭘까?

4.29 재보선이 끝난 뒤 또 한번의 한나라당의 입장 변화가 아닐까? 명분은 있다. "시장에 혼란을 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여당과 정부 사이의 거중 조정을 '형님'이 나설 수도 있다.

만약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양도세 중과 폐지는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는 아주 성공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종부세와 마찬가지로 양도세 중과 폐지라는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사안을 정부가 법 통과도 전에 기정사실화해 정치적 논란이 되는 것을 최대한 막았다. 이후 여당은 선거를 앞두고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드는 듯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체면을 세웠다. 그리고 여당이 막판에 다시 정부에 협조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마지못해 법안을 통과시켜주면 된다. 야당의 비난이 쏟아지겠지만 이미 선거는 끝났고, 곧 다른 이슈 때문에 묻힐 것이다. 참 쉽다.

이 시나리오대로 된다면? 이명박 정부가 집권 1년차와 달리 집권 2년차를 맞아 부쩍 숙련된 통치기술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혼란을 겪을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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