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의 귀를 의심했다. 한없이 슬펐다. 21세기 선진화 사회라고 하는 이 땅에, 그것도 세계 굴지의 대기업 공사현장에서 아직도 이런 원초적인 요구사항을 걸고 파업까지 해야 하는지...너무나 충격적이어서 믿을 수 없었다"
"화장실·식당·탈의실 마련, 근로기준법·산업안전보건법 준수. 불법 다단계하도급 근절 등의 요구는 노동자들이 요구하기 전에 당연히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닌가?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정부는 도대체 뭘하고 있었는지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3백인 공동선언문 중)
26일 오전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까페에서 열린 '울산플랜트노동탄압 중단과 평화적 해결을 위한 각계 인사 3백인 공동선언 발표' 기자회견에 참여한 국내 주요 시민단체 대표자들은 울산플랜트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개탄하면서, 파업 70일이 되도록 강 건너 불구경 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노동자들의 적이 되기 싫다면, 정부가 사태해결에 나서라"**
김세균 민교협 의장(서울대 정치학)은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고 있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 때문에 노동자들은 이중 삼중의 착취를 받고 있다"며 "울산 건설 현장은 너무 전근대적이고, 노조의 요구는 최소한의 것들이다. 벌써 노동자가 이의 제기하기 전에 정부가 나서서 해결했어야 할 문제"라고 성토했다.
김 의장은 플랜트 노조의 폭력성 논란과 관련, "약자의 방어적 폭력은 강자의 구조적 폭력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며 "약자의 폭력은 엄정한 법집행에 앞서 이해의 시선으로 접근해야 하고, 법·제도 개선의 계기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약자의 폭력을 빌미삼아 탄압일변도로 대응하는 것은 노·정간의 심각한 대립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며 "1천4백만 노동자들의 적이 되기 싫다면, 정부가 사태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연 우리는 21세기에 살고 있는가?"**
김대원 성공회 신부는 최근 플랜트 노조 가족대책위와 면담을 언급하며, "내가 21세기에 살고 있는지 귀를 의심했다. 이런 일이 오늘날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떨리고, 마냥 죄송스러웠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검찰-재벌-언론이 이만큼 똘똘뭉쳐 사회적 약자를 매도할 수 있는지 지금도 이해되지 않는다"며 "정부가 나서서 인간 이하의 취급 받는 플랜트 노동자들을 구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화장실 마련이 요구사항에 포함됐다는 소리를 듣고 아연실색했다"며 "최소한의 요구를 건 파업이 두 달 남짓 되도록 방치되고 극단으로 가는 상황이 동시대인으로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플랜트 노조 사태의 근원에는 빈부격차와 사회적 양극화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며 "정부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적극 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처장은 이어 "그러나 정부는 기업-재벌-자본을 일방적으로 위하는 정책을 추진하며 정권의 본질을 드러내고 있다"며 "노동자들을 더 이상 갈 곳없는 벼랑으로 내몰지 마라"고 덧붙였다.
***"언론이 플랜트 노조 사태 장기화 책임 크다"**
한편 플랜트 노조 파업 사태와 관련한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한 날선 비판도 제기됐다.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은 "울산플랜트 노조가 극한의 투쟁으로 나가게 된 것은 무엇보다 언론의 책임이 크다"며 비판을 시작했다. 최 총장은 "플랜트 노조 파업이 1달이 되도록 침묵하던 언론이 노조가 과격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자 집중보도하기 시작했다"며 "보도는 노조의 '폭력성'만 부각할 뿐, 이들이 왜 투쟁을 전개했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고 지적했다.
최 총장은 이어 "정부의 경제살리기란 미명 아래 언론은 이상한 타협을 하고 있다"며 "노동자 혹은 노조 죽이기가 경제살리기의 시금석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플랜트 노조 파업 사태 보도를 보면서 지난달 광주민중항쟁 때의 언론보도를 떠올렸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노동자 죽이기식 보도가 중단되지 않으면, 과거 광주민중항쟁때의 언론의 오욕을 되풀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각계 인사 3백명의 공동선언문과 참여 인사 명단이다.
<공동선언문>
정부가 직접 나서 울산건설플랜트 사태를 해결하라 노동인권 사각지대, 울산 건설플랜트 노동자들의 절박한 호소에 귀기울이라!
울산의 건설플랜트노조의 파업이 벌써 70일째로 접어들지만 해결의 실마리가 잡히지 않고 있다. 또한 현재도 서울 마포의 SK건설 현장의 타워크레인 위에서는 3명의 노동자가 30일째 목숨을 건 고공단식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내일은 울산에서 전국노동자대회가 개최되고 또 노정간에 대규모 충돌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일촉즉발의 긴장된 순간들이 계속되고 있지만, 경찰․검찰은 탄압일변도로 치닫고 있고 노동부 등 관련 정부당국은 수수방관하고 있을 뿐이다. 만약 이런 상황이 계속될 뿐 사태해결의 실마리가 잡히지 않는다면, 상황은 파국으로 치달아 자칫 절박한 상황에 내몰린 노동자들의 극단적 항거 행태나 비극적 상황이 현실화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조마조마한 심정이다. 더 이상 늦기 전에 정부가 직접 나서 울산 건설플랜트 사태를 해결하기를 촉구한다.
울산 건설플랜트 노동자들의 요구는 너무나 인간적인 요구이고, 당연한 요구이다. 이들은 사회의 가장 힘든 곳에서 온갖 차별과 무권리 상태에 시달려 온 비정규직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는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이다. 수차례의 불법 다단계 하도급으로 체불임금에 시달리고, 고용보험도 세금도 떼어먹히면서 하루 10시간 가까이 중노동에 일요일도 쉬지 못하면서 일하는 20년 숙련의 40대 가장이 월 평균 150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무법천지 건설현장에서 그야말로 밑바닥 인생을 살아온 것이다. 우리는 이들의 요구사항을 듣고 우리의 귀를 의심하였다. 또 한없이 슬펐다. 21세기 선진화 사회라고 하는 이 땅에서, 그것도 세계굴지의 대기업 공사현장에서 아직도 이런 원초적인 요구사항을 걸고 파업까지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토록 심각한 탄압과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믿을 수 없었다. 화장실 마련, 비와 먼지를 피할 수 있는 식당 마련, 샤워와 옷 갈아입을 공간 마련, 근로기준법 준수, 산업안전보건법 준수, 노조인정 및 단체교섭 요구, 노조탄압중지, 불법 다단계하도급 근절 및 안전시공보장 등의 요구는 노동자들이 요구하기 이전에 당연히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닌가?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정부당국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SK나 삼성 정밀화학 등 원청회사들이나 원도급업자들인 전문건설회사들이 신속하게 노조 측과의 실질교섭과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에 나서기를 촉구한다. 광양이나 포항 등 다른 지역에서 이미 실행하여 그 실효성이 입증된 집단교섭방식도 거부하고, 또 다른 유효한 교섭 방식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노조가입을 이유로 현장 출입증 발급을 거부하여 실질적으로 해고시키고 또 취업을 미끼로 노조탈퇴확인서를 요구하는 등 노조혐오 또는 노조탄압 태도로만 일관하고 있는 사용자 측의 대처방식은 전근대적 노무관리의 전형적 사례로 비난받아도 변명할 말이 없을 것이다.
울산 파업 장기화와 사태악화의 또다른 책임 당사자는 검찰과 경찰 그리고 노동부를 포함한 정부 당국이다. 평소 근로기준법 위반이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례를 방치하는 등 마땅히 해야 할 직무를 유기해 노동자들로부터 큰 불신을 받아왔던 노동부는 이번 노동자들의 교섭 요구 과정에서도 지방노동위원회가 교섭대상업체라고 확인하여 조정결정을 내렸음에도 조합원 확인을 빌미로 교섭 지연을 하는 사업주에 편승하여 교섭 대상 업체를 12개로 깎아 내리는 등 비정규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여야 할 책임을 방기하였다. 또 건설교통부나 울산시는 불법 다단계하도급의 시정과 안전시공을 보장하기 위해 적극적인 감독을 요청하는 노동자들의 요청을 묵살함으로써 사태악화를 사실상 방조하였다.
특히 우리는 검찰과 경찰의 태도를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검찰과 경찰은 노동자들의 파업 바로 다음날부터 체포영장을 남발하고 폭력진압으로 일관하면서 파업자체를 무력화했으며 그 결과 현재 구속자 28명, 체포영장 11명, 불구속 130여명, 부상자가 350여명에 달하고 있다. 또 200여명의 건설플랜트 노조원에게 소환장이 발부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져 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울산은 그 동안 경찰의 폭력진압으로 병원은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된 건설노동자로 채워지고 있으며, 노동조합 조끼만 입으면 시장바닥과, PC 방까지 뒤져서 연행하는 "준계엄상태"를 방불케 한다고 한다. 심지어는 자신들의 비참한 현실을 알리기 위하여 서울까지 올라와 기 신고 된 집회행진장소에서 진행한 평화적인 삼보일배 행진마저도 공권력이 전원 연행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도대체 왜 이리도 무자비한 탄압을 강행하는가? 누굴 위해 이런 위법한 법집행을 감행하고 있는가? 우리는 울산플랜트 노동자들의 시위 방식이 일부 지나쳐 과격 양상을 보였다는 점을 인정하다. 하지만 이는 기본적인 노동환경 개선과 교섭만이라도 해달라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철저히 묵살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시위 방식을 빌미삼아 그들의 요구를 외면해버리고 호도하는 전근대적인 작태가 통합적 노사관계를 주창했던 참여정부에서 또 다시 반복되는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정부당국이 직접 나서서 심각한 울산 건설플랜트 노동쟁의를, 실질교섭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자 한다. 또한 현 사태의 발단이 불법적인 하도급 구조를 방치하고 기본적인 노동환경조차 제공하지 않은 기업 측에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S.K등의 원청과 교섭 당사자인 전문건설업체 등이 지금이라도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의 요구에 귀 기울이고 교섭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
나아가 우리는 비정규노동자들의 권리보장과 차별철폐를 위한 법제도 개선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최근 잇따라 터진 노동조합의 비리사건 등을 빌미로 다시 6월 국회로 넘어간 비정규 관련 법안을 강행처리하고 전근대적인 노동운동 길들이기를 재현하려는 조짐에 경계와 우려를 표한다. 이미 경총등 사용자 단체는 이미 더 이상 비정규법안 협상은 없다고 외치고 있다. 노동운동 내부의 악재를 기회삼아 과거회귀적인 노동억압적 정책기조를 강화하려는 시도에 대해 엄중히 경고한다.
아울러 우리는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해 놓은 데 대해, 그리고 올바른 해결책 모색을 위한 우리의 노력이 부족했음을 고백하면서, 앞으로 울산플랜트 사태의 올바른 해결과 나아가 비정규노동자들의 차별철폐와 권리보장에 함께 나설 것임을 다짐한다.
<법조계> 이석태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장주영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총장),백승헌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부회장),이기욱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부회장),김진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감사),이원재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장),장경욱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차장),강기탁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차장),이정희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차장),한경수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류혜정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김남준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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