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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일배 건설플랜트 노조, 전원 연행

경찰, 삼보일배 시작 10분만에 강제연행

"서울사람들, 우리 이야기 좀 들어보소"라는 울산건설플랜트노조의 '삼보일배' 시도가 '미신고 집회' 란 이유로 묵살됐다.

***울산건설플랜트 노조, 대학로 마로니에에서 삼보일배 돌입**

23일 오후 상경한 울산건설플랜트노조와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민주노동당 등 5백여명은 청와대까지 삼보일배를 시도했으나, 불과 2시간여만에 전원 연행됐다.

이날 오후 1시부터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울산건설플랜트 노조 등은 삼보일배에 앞서 사전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결의대회를 20분여 진행됐을 때 이미 대기하고 있던 경찰 선무방송 차량에서는 "미신고된 집회이므로 즉각 해산하라"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대다수 집회 참가자들은 선무방송에 동요함 없이 발언과 노래와 구호를 이어갔다. 민주노동당 당직자와 건설산업연맹 관계자들 일부는 경찰 관계자들과 집회 정당성을 두고 입씨름을 벌였다.

관할서인 동대문 경찰서 관계자는 "미신고된 집회인 만큼 빠른 시간 내에 해산하지 않으면 진압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했고, 노조 관계자들은 "신고된 집회"라고 반박했다.

경찰과 노조에 따르면, 집회 신고는 울산건설플랜트 노조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산하 덤프연대에서 했다. 경찰은 이에 대해 덤프연대의 집회 인 만큼 집회 참가자 대다수인 울산건설플랜트 노조의 참여는 미신고 집회라고 볼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노조는 덤프연대가 주최했으나 울산플랜트 노조도 '연대' 형식을 빌어 충분히 함께 진행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민주노동당 비정규철폐연대본부 한 관계자는 "노조 집회의 경우 집회 신고측과 함께 학생, 타 노조 등도 '연대'할 수 있는 것은 지금까지 당연하게 인정돼 왔다"며 "경찰이 과민반응하는 것은 울산 건설플랜트 노조의 상경투쟁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와 경찰 관계자의 옥신각신이 수십 분간 진행됐지만, 일단 노조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경찰측은 '미신고된 집회이므로 해산하라'는 선무방송을 중단해 이들간의 언쟁은 일단락 되는가 싶었다.

***질서정연했던 삼보일배**

사전 결의대회를 마친 뒤 오후 1시50분 경부터 이들은 예정대로 삼보일배를 시작했다. 덤프연대-플랜트 노조- 민주노총 대표자들이 맨 앞줄에 섰고, 나머지 집회 참가자들이 4인 1조로 질서정연히 뒤를 이었다. 삼보일배는 예의 그 방식 그대로 3보 전진 후 1번 절을 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삼보일배의 경로는 대학로-종로-광화문-청와대 였다.

처음 30여분간은 순조로왔다. 노조 선전차량에서는 노조 한 관계자가 삼보일배를 독려하는 발언을 이어갔고, 나머지 집회 참가자들은 묵묵히 한 발 한 발 전진했다. 이날 새벽 긴급히 상경한 울산건설플랜트 노조 조합원들은 다들 소지품이 들어있는 가방을 하나씩 등에 매고 손에는 흰 장갑을 끼고 전진해 나갔다. 10여명의 조합원들은 각자 한아름씩 선전물을 가슴에 품고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선전물을 전해받은 시민들은 한동안 언론 지면을 통해 '과격'시위자로 인식했던 울산 플랜트 노조원들을 서울 한복판에서 맞닥뜨린 것에 다소 놀라는 표정을 짓는 모습도 목격됐다. 한 무리의 초등학생들도 "아빠한데 전해드려라"는 말에 "어, 울산 아저씨들 아녀요?"라며 재잘거리기도 했다.

한 시민은 "플랜트 노조 조합원들의 면면이 사십 줄은 넘어 보여 퍽 놀랐다"며 "TV 화면에서 쇠파이프를 들고 경찰을 때리는 과격한 모습을 보기만 했는데, 직접 보니 과격한 이미지보다는 평범한 노동자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 "미신고 집회" 주장...삼보일보 참가자 전원 연행**

삼보일배는 불과 3백여 미터를 나아가지 못했다. 마로니에 공원에서 도로로 나가는 길목을 열어줬던 경찰들이 방송통신대학교 부근에서 전진로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26개 중대 2천여명의 병력과 경찰버스는 삼보일배 참가자들의 주위를 완전히 에워쌓고 수십명의 병력들은 삼보일배 맨 앞 선두를 제지했다.

앞 선두에서는 경찰 관계자와 노조 대표자들간의 말싸움이 재연됐다. 집회의 합법성이 화두였다. 이들을 넘어서는 다시 나타난 경찰 선무방송차량이 '집회 해산'을 종용했다. 나머지 삼보일배 대오는 자리에 앉은 채로 구호 등을 외치며 대기했다. 그렇게 20여분이 흘렀다.

선부방송 차량에서 동대문 경찰서장이 마지막 경고방송이라며 '집회 해산'을 다시한 번 종용하면서 현장은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집회 참가자, 기자들은 경찰들의 무전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촉각을 곤두세웠고, 경찰병력들은 구호를 외치며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오후2시30분경. 경찰은 신속하게 삼보일배 대오를 진압하기 시작했다. 기자들과 시민들에게 "다칠 위험이 있으니 자리를 피하라"는 방송이 나온지 불과 10여분만이었다. 경찰은 길게 늘어선 삼보일배 대오를 두도막 낸 다음 차례차례 한 사람씩 끌어내기 시작했다.

연행과정에서 경찰과 노조원간의 몸싸움은 다행히 없었다. 집회 지도부에서 충돌하지 말 것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연행되는 노조원들은 묵묵히 경찰에 끌려갔고, 나머지 노조원들은 차례를 기다리며 끌려갈 때까지 박수치며 구호를 외쳤다.

모두 연행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30분여가 지나자 삼보일배 대오는 완전히 연행돼 강동, 수서, 용산, 도봉, 중랑 등 일선 경찰서에 분산 수감됐다.

동대문 경찰서 한 관계자는 "오늘 집회에서 특별한 충돌이 없었기 때문에 빠른시간내에 훈방조처될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연행자 중 수배가 된 인원이 포함됐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조사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전원 연행 있을 수 없는 일.전국노동자대회 때 보자"**

한편 삼보일배 참가자들이 모조리 연행되고 나자 건설산업연맹과 민주노총은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현장에 있던 건설산업연맹 한 관계자는 향후 일정을 묻는 기자에게 "평화로운 삼보일배 행진을 공권력이 막을 지는 생각도 못했다"며 "예정됐던 오늘 저녁 SK 본사 앞 문화제와 내일(24일) 오전 대검찰청 앞 기자회견은 모두 재검토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공권력을 통해 건설플랜트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막았다고 판단할 지 모르지만, 이들의 가슴깊이 사무친 분노는 이번 기회로 다시 한 번 폭발할 것"이라며 "오는 27일 울산에서 열리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주목하라"고 덧붙였다.

이수봉 민주노총 대변인도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전체 연행은 있을 수 없는 부당한 공권력 탄압"이라며 "27일 전국노동자 대회와 6월 총파업을 통해 정당한 건설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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