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이 수배 노동자의 도주를 막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노조 조합원의 자동차 타이어 바람을 몰래 빼다가 발각되는 웃지 못할 사건이 발생한 사실이 24일 뒤늦게 확인됐다.
***노조원 차 타이어 바람빼던 경찰관 '발각'**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울산건설플랜트 노조에 따르면, 지난 21일 저녁 8시경 민주노총 울산본부 건물 순찰을 돌던 한 조합원은 주차장에서 '쉬'하는 소리가 들려 확인해보니 어떤 남자가 쪼그리고 앉아 있는 것을 목격했다.
이 조합원은 울산본부 상근자에게 보고한 뒤 본부 관계자와 함께 "뭐하고 있냐"고 묻자, 이 남자는 "바람을 빼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재차 "당신 차냐, 왜 바람을 빼냐"고 재차 묻자 "내 차는 아니다. 심심해서 바람을 뺐다"고 얼버무렸다. 바람빠진 흰색 누비라 차량은 울산건설플랜트 노조 교섭위원 전병철씨의 소유로 확인됐다.
신분확인을 요청하자 "회사원"이라고 답하며 자신의 차로 현장을 빠져나가려 했고, 이에 노조측은 이를 저지한 뒤 인근 삼산 지구대에 112 신고를 했고 곧 순찰차가 출동해 괴한을 연행해갔다. 문제는 그후 경찰이 괴한의 신분확인을 거부하면서 더 불거졌다.
현장에 있었던 울산본부 관계자는 "출동한 경찰들과 바람뺀 사람과 서로 알고 있는 눈치였지만, 모른 척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며 당시 상황을 기억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삼산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은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노조에 신분을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결국 울산본부와 울산건설플랜트노조 관계자는 이 괴한과 울산 남부경찰서까지 동행했고, 이 자리에서 '바람 뺀 남자'는 울산남부경찰서 형사과 소속 우 모 경장으로 밝혀졌다. 문제의 우 경장는 이 자리에서 "수배자가 도주할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해 타이어에 바람을 뺐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의 재산을 훼손한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과거 차량파손 사건도 경찰이?"**
울산본부 및 울산건설플랜트노조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난 3월부터 두달 남짓 파업이 진행되는 동안 이유 없이 차량이 파손되는 사고가 빈번히 발생했는데 이 역시 경찰관들의 소행이 아닌가"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울산본부 한 관계자는 "경찰이 지난 17일 플랜트 노조 천막을 압수수색한 이후 노조원 차량 수십대의 앞 유리와 타이어가 날카로운 쇠붙이로 파손된 사건이 발생했다"며 "당시에는 신경쓸 겨를이 없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플랜트 노조에 불만을 품은 경찰관들의 소행이 아닌가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의 거점인 석유화학공단내 외국인 부지 주변에 있던 차량에 파손이 발생했을 경우 경찰들은 특별한 수사 없이 노조의 소행이라고 발표했지만, 노조로서는 사실 확인이 어려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이번 우 모 경장의 행위에 대해 조만간 울산 남부서에 고발조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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