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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용산 참사 보도로 '정치 방송'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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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KBS, 용산 참사 보도로 '정치 방송' 데뷔"

[토론회] "정권 비판 피하는 방송이 언론인가"

"KBS는 이병순 사장 임명 후 언론이 해야 할 본연의 일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용산 참사로 공영방송, 국민의 방송은 사라지고 정치 방송으로 되어버렸다는 게 명확히 드러났다."

지난 2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용산 참사에 대한 언론 보도를 진단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민생민주국민회의 주최로 열렸다.

참사 2주째. 사건은 하나였는데도 보도는 언론사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와 <한겨레>, <경향신문>의 논조는 선명한 대치를 이뤘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국방송(KBS)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KBS, 공중파 중 용산 참사 보도 '가장 소극적'

방송 보도를 분석한 이송지혜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부장은 "용산 참사에 대해 MBC가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했고 KBS가 가장 소극적으로 보도했다"고 분석했다.

이송지혜 부장은 지난 1월 19일부터 2월 1일까지 KBS, MBC, SBS 방송 3사의 메인뉴스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며 "방송 3사 모두 경찰 진압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가장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방송은 MBC였다"고 밝혔다.

이 부장은 "MBC의 경우 경찰이 최소한 대비도 없이 진압을 강행한 점, 대테러 임무를 수행하는 특공대가 무리하게 강제 진압에 나선 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며 "하지만 KBS는 경찰 진압 문제를 다루면서도 시위대의 과격성를 함께 거론해 양비론적 시각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KBS는 검찰 수사 보도에서도 '경찰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입장을 거론해 '경찰이 화재위험을 알고도 강제 진압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 다른 방송사와 차이를 보였다"고 말했다.

양적으로 비교할 경우 방송사간 차이점은 더욱 두드러졌다. 참사 이후 2주간 경찰 진압 문제점을 지적한 뉴스는 MBC가 10건인 반면 KBS는 5건에 불과했다.

반면 '전철연 배후설'을 3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한 방송사는 단연 KBS였다. MBC는 1월 23일 보도에서 이번 참사 배경을 설명하며 "용산 철거민들이 왜 전철연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KBS는 참사 당일부터 '대부분 희생자가 전철연 회원'이라는 점을 부각한 후, 전철연 투쟁 방식을 문제삼았으며 "망루 설치와 모금 등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 보도했다.

용산 참사의 발생 배경 및 대안을 보도하는 꼭지에서 논조의 차이는 두드러졌다. KBS는 용산 참사의 철저한 수사와 진압 책임자 처벌을 "국론 분열의 목소리"로 몰았다. 반면 MBC는 중재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용산구청장을 비판하고 용역의 문제점을 보도했다. SBS는 정부 여당의 대책 마련을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사태 배경 및 재개발 문제점을 보도한 횟수도 MBC는 5회인 반면, KBS는 1회에 불과했다.

<조선>·<중앙>·<동아> "전철연이…" vs. <한겨레>·<경향> "경찰이…"

한편, 정미정 언론학 박사는 참사 다음날인 지난 1월 21일부터 30일까지 5개 주요신문 보도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1월 21일 <경향신문>은 1면 머릿기사 제목을 '지휘 책임 정점 김석기 사퇴하나…촛불집회 때도 백골단 투입'으로 선정했다. 또 경찰청장 취임을 앞둔 김 내정자가 여권 수뇌부를 의식해 서둘러서 무리한 진압작전을 지시했다는 내용의 논평을 실었다. <한겨레>의 보도와 논평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 날, <조선일보> 머릿기사의 제목은 '펑하며 순식간에 불길'이었다. 사건 발생 전날인 1월 19일의 사건을 다뤘던 20일자 신문에는 '다시 불붙는 화염병, 용산 철거민들 건물 점거 시위 중 20여개 던져'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논평 역시 기사와 맥락을 맞춰 "다시 불붙은 화염병 시위가 끝내 참사를 부르고 말았다"는 내용이었다.

참사 이후 검찰의 수사와 전국철거민연합에 대해서도 보도는 상반됐다. <한겨레>는 1월 23일자 머릿기사를 '검찰 수사 문제점-화재원인 규명없이 혐의 단정…편파 수사 논란' 기사로 정했다. 같은날 <경향신문>도 '검찰, 철거민만 책임있고 경찰에게는 없다'고 보도했다. 다음날인 1월 24일 <한겨레>는 '검찰-여당-보수언론 전철연 때리며 공권력 과실 감추기'라는 기사로 검찰과 여당, 보수 언론의 공조를 비판했다.

이에 반해 <조선일보>는 1월 23일 '검찰 수사 브리핑, 화재는 화염병탓…경찰도 사법처리 가능성'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실었다. 다음 날에는 '전철연, 3차례 망루 설치연습'이라는 기사를 실었고, 1월 28일에는 '검찰 시너 붓는 동영상 확보, 농성자 추정 인물, 화재 직전 망루 계단에 뿌려'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미정 박사는 "신문사별 기사에서 설정한 행위의 주체와 행위를 살펴보면 <한겨레>·<경향신문>과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간의 차이를 더욱 확실히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한겨레>·<경향신문>에서 두드러진 행위자는 경찰-검찰-여당·정부-민주당-시민사회단체다. 또 이 신문들은 각각 행위자의 행위를 경찰-강경진압, 검찰-편파수사, 여당·정부-색깔론 공세, 민주당-여당과 정부 비판, 시민사회단체-규탄 집회'로 설명하고 있다.

반면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의 보도에서 두드러진 행위자는 철거민-전철연-검찰-민주당-시위대'이다. 이 신문들은 이들 행위자를 각각 철거민-폭력시위, 전철연-원정시위와 배후조정, 검찰-전철연 수사, 민주당-여당과 정부 비판, 시위대-경찰에 욕설(특히 <조선일보>)'로 연결지었다.

"국민의 방송 사라지고 정치적 방송된 KBS"

이송지혜 부장은 "KBS는 이명박 정권의 '청부 사장' 이병순씨 취임 이후 언론이 해야 할 정권 비판 등 본연의 일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며 "이번 용산 참사에 대한 보도 분석 결과는 실제로 공영 방송, 국민의 방송이 사라지고 정치적 방송이 됐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참사의 일차적 책임은 경찰의 강경 진압에 있다는 것이 중론"이라며 "하지만 KBS는 참사 당일부터 '대부분 희생자가 전철연 회원'이라는 점을 부각했고, 이 단체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MBC와 SBS가 적극적으로 보도한 경찰의 과잉진압 문제는 뒷부분에 간단하게 다뤄졌다"고 덧붙였다.

정미정 박사는 "보통 기사를 분석할 때에는 외형에 잘 드러나지 않는 이데올로기, 음모 등을 발굴하는 작업을 하기 마련"이라며 "그러나 이번 사안은 기사 제목만 보아도 어느 신문인지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용산 참사와 관련한 보도 분석은 3~4줄 정도로 간단하게 정리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박사는 "조·중·동 보도에서 주목할 사항은 전철연을 검찰에 의해 수사받는 대상으로 다루면서 폭력성을 부각시킨 기사가 많았다는 점"이라며 "사건에 대한 책임을 전가시키려는 의도를 다분히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런 보도로 과잉진압에 대해 경찰이 져야 할 책임이 어느 정도 은폐되는 효과가 기대된다"며 "이들 신문은 용산 참사 사건를 해결해야 할 주체인 경찰, 검찰, 여당을 행동의 주체로 등장시키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박사는 "이는 2월 국회에서 여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방송법 개정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적·상업적 계산이 깔린 보수 언론의 보도 성향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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