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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ㆍ오세훈이 서민을 죽였다"

재개발 지역 서민들 "이런 일 또 일어날 것…대체 어디 가서 사나"

분노와 불신이 뒤섞였다. 20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이날 새벽 이곳에서는 정부의 적절한 생계 대책을 요구하며 철거를 반대하던 주민을 경찰이 강제 진압하면서 화재가 발생했고, 현재까지 철거민 5명, 경찰 1명 등 6명이 사망하고 20여 명이 중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2시 사고 현장에서 전국철거민연합회, 한국진보연대 등 사회단체로 구성된 '용산 철거민 살인 진압 대책 위원회'가 기자 회견을 열었다. 이곳에 모인 100여 명의 철거민과 시민은 지나가는 경찰에게 "살인 경찰 물러가라"며 소리를 지르며, 사건이 터진 뒤 몰려온 취재진에게 "필요없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우발적 사고가 아니다"

발언에 나선 통일문제연구소 백기완 소장은 "이렇게 힘없고 양심 밖에 없는 사람 6명이 학살되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이건 특정한 집단이 한 게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학살과 살인을 저지른 것"이라고 말했다. 백 소장은 "다른 이야기할 것이 없다. 살인 사건의 첫 번째 과제는 당장 책임자인 경찰청장을 파면하고 감옥에 집어넣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기자 회견문에서 "이는 우발적 사고가 아니다"라며 "겨울철 강제 철거는 금지되어 있는데도 갈 곳 없는 철거민을 몰아붙인 건설자본에 의한 살인이며, 자신의 생존권과 주거권을 위해 저항하는 철거민에게 특공대까지 투입하며 강제 진압을 자행한 공권력에 의한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불과 30여 명을 연행하기 위해 수십 명의 특공대가 투입됐고, 물대포와 쇠파이프를 동원해 폭력적인 연행이 시작됐다"며 "무차별적인 진압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찰은 현재 연행자 수 확인을 통한 철거민의 안전 확보와 사망자 신원 확인조차 내팽개친 채 이 모든 책임을 철거민에게 돌리는 파렴치한 브리핑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만약 정부와 경찰이 일말의 뉘우침 없이 오히려 철거민을 폭력 집단으로 매도하는 파렴치한 행태를 일관한다면 우리는 이명박 정부를 '살인 정부'로 규정하고 전면적인 저항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우리는 살인적인 강제 철거와 폭력 진압이 불러온 참사를 엄중히 심판하고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향후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상 조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이날 저녁 용산역 광장에서 '살인 진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 사회단체와 철거민들은 각자 만든 피켓을 들고 현장에서 시위를 벌였다. ⓒ프레시안
▲ 참사가 발생한 현장에 시민들이 헌화한 국화들. ⓒ프레시안
"이런 일은 계속 일어난다"

한편, 기자 회견이 끝난 뒤에도 수십 명의 시민은 건물 앞에 국화를 헌화하며 추모하면서사고 현장을 떠나지 못했다. 특히 재개발이 진행되는 서울 내 다른 지역에서 소식을 듣고 온 시민들은 "이런 일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난다", "이명박, 오세훈이 서민을 죽였다"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서울 이촌동에서 온 한 시민은 "우리가 정부에 집을 지어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정부는 쫓아내기만 하지 우리 얘기를 들어주지도 않는다"며 "이런 일은 앞으로 뉴타운이 지어지는 지역에도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방배 6지구에서 온 한 시민도 "우리도 똑같은 일을 겪었다"며 "지금 투쟁하고 있는 천막도 2월까지 정리할 거라는데 없는 서민들이 대체 어디 가서 살겠나"라며 통곡했다.

엇갈리는 진술…경찰은 "철거민 탓" 책임 돌려

경찰은 이날 오전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이날 사망 사고가 일어난 책임이 철거민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목격자와 대책위에서 밝힌 사고 경위는 다르다. 목격자별로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 향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책위는 기자 회견장에서 '경찰 살인진압'을 시간대별로 정리한 일지를 발표했다. 일지에 따르면 20일 오전 4시 기존에 있던 경찰 병력에 추가로 경찰 병력이 배치되기 시작했고, 이때 주변에 배치돼 있던 특공대가 건물 주위로 들어와 에워싸기 시작했다. 이때 크레인 등 진압 장비도 들어왔다.

오전 5시, 경찰이 콘테이너 박스 2개와 물대포 차량 4대를 건물 주변에 배치했고, 오전 6시에는 소방차 2대를 배치했다. 이후 6시 15분부터 경찰이 소방호스로 최루액을 넣은 이른바 '물대포'를 발사했으며, 오전 6시 30분 건물 1층에 병력이 투입되기 시작했다.

오전 6시 50분 특공대를 실은 콘테이너 박스가 크레인으로 이동돼 5층 옥상에 올려졌다. 두 번째로 콘테이너 박스가 옥상에 올라갈 즈음인 7시 20분에는 3층, 4층에서 불이 붙었고, 5층에 철거민들이 설치한 망루에도 불길이 보였다. 이후 7시 45분 불 붙은 망루가 무너졌고 특공대는 옥상 위에서 연행을 계속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6시 45분 경 특공대 대원들이 콘테이너 박스에 탑승해 옥상으로 진입하자 농성자들이 화염병, 시너 등을 투척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로 인해 7시 10분 경 콘테이너 박스를 3단으로 설치한 옥상 망루와 외부에 화재가 발생했으며, 7시 26분 경 특공대원들이 화재를 소화하면서 망루 1단으로 진입하자 철거민들이 3단에서 특공대원들이 있던 1단으로 시너를 통째로 뿌리고 화염병을 던져 화재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장 주변에 있던 전철연 회원 및 사회단체 관계자는 참사를 낳은 화재의 원인이 화염병 때문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두 번째로 올라갔던 콘테이너 박스가 망루를 치면서 화제가 발생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장을 지키고 있던 한 언론사 기자는 "7시 20분경 화염이 부분적으로 보였다"며 "철거민들이 망루 주변에 위협적으로 시너를 뿌려놨고, 거기에서 불이 붙은 것으로 보였지만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4분 뒤에 망루 전체가 갑자기 화염에 휩싸였다. 내부에서 쌓여 있던 인화물에 불이 붙은 것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 자세한 경위는 주변에 있던 사람들로서는 알기 힘들다"고 말했다.

철거민들은 사고 현장을 수습하는 과정도 이해할 수 없다고 진술했다. 한 전철연 회원은 "경찰이 사망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게 시신을 몰래 숨겨 가져갔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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